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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이슈] 연막탄 사용에 경찰 무시까지…무엇을 위한 '버스 막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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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이슈] 연막탄 사용에 경찰 무시까지…무엇을 위한 '버스 막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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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풋볼=주대은 기자(상암)] FC서울 일부 팬들이 선수단 버스를 막았다.

서울은 29일 오후 7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5' 21라운드에서 포항스틸러스에 4-1 승리했다.

이 경기를 앞두고 가장 화제를 모은 건 기성용의 거취였다. 서울은 지난 25일 기성용이 팀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서울은 "이번 결정은 올 시즌 FC서울 선수단 운영 계획에 기회가 없음을 확인한 기성용 선수가 남은 선수 인생에 있어 의미 있는 마무리를 위해, 더 뛸 수 있는 팀으로 가고 싶다는 요청을 해왔고 이를 구단이 수용하며 이루어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예상치 못한 기성용의 이적에 서울 팬들은 분노했다. 이유가 있었다. 서울은 이번 시즌 3선 자원이 부족하다. 측면 수비수 최준이 중앙 미드필더로 기용된 적도 있었다. 미드필더 뎁스가 얇은 상황에서 기성용이 전력에서 완전히 제외된다는 건 팬들 입장에서 이해하기 어려웠다.

게다가 기성용은 서울 레전드다. 그는 2007년 서울에서 데뷔한 K리그 최고의 미드필더로 성장했다. 이후 셀틱, 스완지 시티, 선덜랜드, 뉴캐슬 유나이티드 등을 거쳐 서울에 돌아왔다. 서울이 부진할 때도 기성용은 제 몫을 다했다. 엄청난 상징성을 가진 선수가 시즌 도중 갑작스레 팀을 떠난다는 건 팬들이 납득할 수 없었다.


서울 팬들의 분노가 엄청났다. 일부 팬들은 서울의 모기업인 GS 그룹 본사 주변에서 트럭 시위를 펼쳤다. 서울의훈련장 GS챔피언스파크로 구단을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근조 화환을 보내기도 했다.


포항전 당일에도 팬심이 가라앉지 않았다. 경기장 앞엔 "선수도 떠나고 팬도 떠나네", "도대체 구단이 지켜줄 수있는 건 무엇인가요?" 등의 메시지가 담긴 트럭 시위가 진행됐다. 집회에 참여하는 팬들의 모습도 포착됐다. 경기 중에도 "김기동 나가!"라는 팬들의 목소리가 반복됐다.

서울은 오랜만에 홈에서 4-1 대승을 거뒀으나, 팬들의 분노는 경기 이후에도 이어졌다. 팬들은 경기가 끝난 뒤 주차장 출구에서 김기동 감독과 선수단이 탑승한 버스를 기다렸다가 나가지 못하게 막았다.

버스를 막는 과정에서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일부 팬들은 연막탄을 터트렸다. 구단 관계자와 경호 인력이 연막탄을 꺼달라고 부탁했으나, 오히려 다른 곳에서 연막탄이 다시 터졌다. 주변에 있던 팬들이 이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다.



아찔한 상황도 벌어졌다. 일부 팬들과 경호 인력 사이에 가벼운 충돌이 일어나며 긴장감이 조성됐다. 한 팬은 안전을 위해 뒤로 물러서라는 경호 인력의 제재에 "아저씨가 뭔데 그러냐"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공간이 협소한 주차장 출구의 특성상 제대로 된 의사전달이 어려웠다. 구단 관계자가 입을 열 때마다 팬들이 소리를 지르는 등 불필요한 소모가 반복됐다. 김기동 감독이 "조만간 소통하겠다. 여기서 이야기해 봐야 오해만 살 것 같다. 자리를 마련하겠다"라고 말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경찰이 출동했으나 눈살이 찌푸려지는 장면이 연출됐다. 경찰 관계자가 확성기를 잡고 "난 축구팬도 아니고 축구를 잘 모른다"라고 이야기하자, 곳곳에서 "경찰관 나가!", "그러면 X져"라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날 오후 10시 5분경부터 시작된 버스 막기는 1시간이 넘게 이어졌다. 구단 관계자가 팬들을 향해 "전북과 코리아컵 경기가 있으니 오늘은 보내달라"고 호소했지만 팬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일부 팬들은 무의미한 대치에 지친 듯 "피곤하다"라며 자리를 뜨기도 했다.

결국 김기동 감독이 나와서 확성기를 잡고 "간담회에서 말하겠다. 죄송하다"라며 재차 사과를 전한 뒤에야 버스가 경기장을 떠날 수 있었다. 1시간 이상의 버스 막기 끝에 변한 건 없었다.

기성용이 서울을 떠났다. 이로 인한 팬들의 분노는 이해가 가능한 대목이다. 그러나 분노가 비상식적인 버스 막기로 이어져선 안 된다. 버스 막기는 선수단 피로와 사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버스 막기가 팀을 위한 진정한 비판인지, 단순한 감정 해소가 목적인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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