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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6·25 기념식 불참한 대통령

조선일보 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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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6·25 기념식 불참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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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군, 나이지리아 소재 이슬람국가 테러리스트 공습"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광주 국립 아시아문화전당에서 광주시민·전남도민 타운홀미팅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이란의 정규군이 아니다. 1979년 팔레비 왕정을 무너뜨리고 집권한 호메이니 수뇌부는 구(舊)체제에 충성을 다짐했던 정규군(이슬람공화국군)을 믿을 수 없었다. 이들을 견제하고 신정(神政) 체제를 보위하고자 만든 친위대가 IRGC다. 그런데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일어서는 사자’ 작전으로 이란을 타격할 때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를 경호한 조직은 IRGC가 아닌 제3의 비밀 부대였다고 한다.

정규군을 믿지 못해 창설한 친위대조차 이스라엘 모사드 간첩단에 오염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공습과 동시에 혁명수비대 총사령관, 방공사령관, 항공우주사령관, 정규군 총참모장 등이 드론이나 암살 부대에 살해됐다. 우리 합참의장, 육군 참모총장, 공군 참모총장, 공군미사일사령관 등이 전면전 발발 직전 북한 특작부대에 제거됐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이 느끼는 공포는 어떨까. 군부 핵심에서 암약하던 고정 간첩들이 수뇌부 동선을 모사드에 실시간 보고하지 않았다면 실행이 불가능한 작전이었다.

간첩단이 좌표를 찍어줬기에 이란 방공망은 조기 무력화됐고 핵·미사일 시설도 정밀 타격됐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 정권 교체‘까지 외치며 파죽지세였다. 미 CNN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놀이터처럼 드나든다”고 했다. 이스라엘 초기 작전의 대성공은 이란 핵 문제를 외교로 해결하겠다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음까지 바꿨다. 이스라엘의 ’압도적 무력’을 목격한 트럼프는 미 대통령 최초로 이란 본토를 공습했다.

지난 25일 6·25전쟁 75주년 기념식에 이재명 대통령은 불참했다. 기념사는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했는데 대통령 연설 대독(代讀)도 아니었다. 이날 대통령은 광주(光州)에서 열린 토론 행사에 참석했다. 대신 950자가량의 페이스북 메시지를 냈다. “전쟁은 우리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었다”면서도 ‘북한’ ‘남침(南侵)’ 같은 말은 없었다. 행사 참석 여부나 추모 메시지에서 북한의 전쟁 책임을 언급할지 말지는 대통령의 재량이라고 생각한다.

“군사력에만 의존해 국가를 지키는 시대는 지났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스라엘·이란 전쟁 과정을 살펴보며 대통령의 이 말을 좋게 이해하고 싶어졌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전제 조건을 군 통수권자가 모를 리 없다. 북한이 한 해에만 수십 차례 대륙간·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 등 온갖 도발을 감행할 때, 군(軍) 장성들은 “언론에 밝힐 수 없는 계획과 자산이 있으니 안심하라”고 했었다.

군과 국가정보원이 ‘일어서는 사자’ 같은 작전 계획을 극비리에 작성, 치열하게 훈련하고 있으리라 믿는다. 대통령이 6·25 75주년 기념식에 불참하고, ‘북한’ ‘남침’ 없는 페이스북 메시지로 기념사를 대신한 이유도 ‘압도적 무력’에 대한 자신감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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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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