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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가해” LA난임클리닉 테러한 한국계男, 결국 사망

헤럴드경제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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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은 가해” LA난임클리닉 테러한 한국계男, 결국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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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의 난임 클리닉 차량 폭발 테러 공모 혐의로 기소된 대니얼 종연 박(32). [로이터=연합]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의 난임 클리닉 차량 폭발 테러 공모 혐의로 기소된 대니얼 종연 박(32). [로이터=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 팜스프링스 난임 클리닉 차량 폭탄 테러 사건에 연루돼 기소된 한국계 미국인 박종연 씨(32)가 수감 중이던 연방 구치소에서 숨졌다. 공범 바트커스가 현장에서 사망한 데 이어, 유일한 생존 피의자였던 박 씨의 갑작스러운 사망에 당국은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미 연방 법무부 산하 교도국(BOP)은 24일(현지시간) “박 씨가 오전 7시 30분쯤 로스앤젤레스(LA) 다운타운의 연방 구금센터에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발견돼 응급 처치를 받았으나, 병원 이송 후 사망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구치소 내 다른 수감자나 직원은 다친 사람이 없으며, 공공 안전에 영향을 미칠 우려도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2025년 5월 17일,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의 미국 생식센터(American Reproductive Centers) 난임 클리닉 건물 외부에서 발생한 폭발 현장.  [AFP=연합]

2025년 5월 17일,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의 미국 생식센터(American Reproductive Centers) 난임 클리닉 건물 외부에서 발생한 폭발 현장. [AFP=연합]



당국은 박 씨의 정확한 사인을 공개하지 않은 채, 연방수사국(FBI)과 관련 기관에 사망 사실을 통보했다.

박 씨는 지난달 17일 발생한 난임 클리닉 차량 폭발 사건의 공범으로 지목돼 수사를 받아왔다. 당시 가이 에드워드 바트커스(25)는 폭탄을 실은 차량을 몰고 병원 정문 앞에서 자폭해 건물 일부를 파손시키고 주변 시민 4명을 다치게 했다. 박 씨는 이 사건을 공모한 인물로, 테러에 사용된 질산암모늄 등의 폭발물 원료를 제공하고 바트커스와 함께 폭탄을 조립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들은 극단적 반(反)출생주의 성향을 공유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만나 범행을 준비했다. 박 씨는 범행 직후 유럽으로 도주했으나, 폴란드에서 현지 경찰에 체포돼 지난 3일 뉴욕으로 송환됐다. 이후 LA 연방 구금센터에 수감돼 재판을 기다리던 중이었다.

2025년 5월 17일,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의 미국 생식센터(American Reproductive Centers) 난임 클리닉 건물 외부에서 발생한 폭발 현장.  [AFP=연합]

2025년 5월 17일, 캘리포니아 팜스프링스의 미국 생식센터(American Reproductive Centers) 난임 클리닉 건물 외부에서 발생한 폭발 현장. [AFP=연합]



한편, 박 씨는 워싱턴주 시애틀 지역 출신으로, 한국계 미국인으로 추정된다. 영어 이름은 대니얼 박(Daniel Park), 한국식 이름은 종연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의 배경에는 이들이 공유한 ‘반출생주의(anti-natalism)라는 급진적 이념이 있었다. 반출생주의는 출산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창조하는 것이 고통을 유발한다는 입장이다. 일부 사상가들은 인간 존재 자체가 고통의 연속이기에 출산 자체를 ‘가해 행위’로 규정한다. 박 씨와 바트커스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이 같은 극단적 반출생주의에 공감하며, 특히 생명을 탄생시키는 상징성을 지닌 난임 클리닉을 테러 대상으로 지목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발물 제조에 사용된 질산암모늄(ammonium nitrate)은 농업용 비료 원료로 널리 쓰이지만, 다른 연료와 결합할 경우 강력한 폭발력을 띤다. 1995년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연방청사 폭탄 테러, 2020년 레바논 베이루트 항구 폭발 사고에도 동일한 물질이 사용된 바 있다. 미국 내에서는 대량 구매 시 신고 의무가 있으며, 당국은 박 씨가 온라인을 통해 이를 취득한 경로도 수사 중이다.

FBI와 교도국은 박 씨의 정확한 사망 경위를 조사 중이며, 수감자 신변 관리에 대한 연방 구금 시스템의 허점도 함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