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경기 무패’ 전북 현대 포옛 감독
올 시즌 처음 전북 현대 사령탑에 오른 거스 포옛(맨 오른쪽) 감독은 작년 강등 위기까지 추락했던 팀을 K리그1(1부) 선두로 이끌고 있다. 포옛 감독의 지도로 올 시즌 득점 선두(12골)를 달리는 전진우는 "감독님께서 계속 믿어주시고 끝까지 뛰게 해 주시는 덕분"이라고 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부자가 망해도 3년은 간다지만, 전북 현대는 아니었다. 2017시즌부터 프로축구 K리그1(1부) 5연속 우승을 달성했던 팀이다. 2022시즌 준우승, 2023시즌 4위로 점점 떨어지더니, 지난 시즌엔 10위로 떨어져 K리그2(2부) 서울이랜드와 승강 플레이오프 끝에 겨우 잔류했다. 3시즌 만의 몰락이었다.
그런 전북이 다시 부활했다. 전북은 지난 3월부터 16경기 동안 무패(11승 5무)를 달리는 중이다. 지난달엔 2021년 이후 1265일 만에 리그 선두를 탈환했고, 22일 기준 여전히 단독 선두다. 20경기 만에 쌓은 승점(42점)이 지난 시즌 38경기 동안 얻어낸 것과 같다.
그래픽=정인성 |
전북은 2022년부터 작년까지 잘한다는 선수들만을 긁어모았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았다. 그러자 방향을 틀어 새 감독을 찾아나섰고, 우루과이 출신 감독 거스 포옛(65)을 사령탑에 앉혔다. 포옛은 선수 시절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 토트넘 등 ‘빅클럽’에서 뛰었다. 감독으로서도 선덜랜드(잉글랜드), 레알 베티스(스페인) 등 유명 팀을 이끌었다. 그리스 대표팀 감독으로 유로 2024 본선 진출에 실패한 뒤 야인이 된 포옛 감독은 ‘명가 재건’을 노리던 전북과 의기투합했다.
전북 감독에 오른 포옛은 단기간에 세 가지를 바꿔냈다. 첫째는 선수들의 체력. 포옛이 부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선수단 사이에선 세련된 유럽식 훈련에 대한 기대가 일었다. 그러나 포옛은 올해 초 태국 전지훈련에서 ‘지옥’ 같은 체력 훈련에만 몰두했다. 포옛은 해외 전지훈련 때 실전에 써먹을 세부 전술을 다듬기보다 첫 2주간 공조차 만지지 못하게 하고 달리기만 시켰다. 선수들 유니폼에 단 GPS로 매일 뛴 거리를 측정해 다음 날 그보다 조금 더 긴 거리를 뛰게 하는 식이었다. 선수들이 다리에 근육 경련이 일기 직전에야 훈련이 끝났다. 이 덕분에 덥고 습한 시즌 중반에 다른 팀들이 체력적으로 힘이 부칠 때 전북은 90분 내내 그라운드에서 지친 기색 없이 강한 압박을 펼친다. 득점 선두(12골)를 달리고 있는 전진우는 “당시엔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이유를 알겠다”고 했다.
그래픽=정인성 |
두 번째로 바꾼 건 ‘패스’다. 요즘 K리그는 짧은 패스 위주의 전술을 선호한다. 긴 패스를 활용한 공격은 소위 ‘뻥 축구’라 불리는 구시대 전술로 폄하돼 왔다. 하지만 포옛 감독은 긴 패스 위주의 전술을 사용한다. 후방에서 천천히 공을 주고받다가, 빈 공간을 포착해 긴 패스를 보낸다. 장신 공격수 콤파뇨(195㎝), 티아고(190㎝)가 전방에서 공을 받아내고, 전진우, 김진규, 강상윤 등이 빠르게 올라오며 공격의 속도를 끌어올린다. 레알 마드리드를 이끄는 사비 알론소 감독의 전술과도 닮았다.
세 번째는 ‘맞춤형 수비’다. 수비수 대부분이 30대인 팀의 약점을 파악해 수비 전술을 완전히 바꾼 것이다. 포옛 감독은 전임자들처럼 수비형 미드필더 박진섭(30)을 수비에 가담시키는 대신 김태환(35), 홍정호(35), 김영빈(33), 김태현(28) 등을 상대로 ‘지역 방어’를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상대 공격수를 일대일로 막는 게 아니라 지역 수비를 익혀 베테랑들의 체력 부담을 덜어줬다. 덕분에 전북은 올 시즌 리그 최소 실점(15골)을 기록 중이다.
팀이 1위를 달리고 있지만, 포옛 감독은 자만하지 않는다. 그는 “무패 행진에 행복하지만, 아직도 작년 승강 플레이오프를 기억한다”고 했다. 포옛 감독은 “언젠가는 진다. 문제는 그 후 우리가 어떻게 반응하느냐는 것”이라며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영빈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