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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도서전의 셀럽들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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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레터] 도서전의 셀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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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Books 팀장

곽아람 Books 팀장

지난 18일 개막한 서울국제도서전에선 평일인데도 개막 전부터 소위 ‘오픈 런’을 하러 온 관람객들이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펼쳐졌습니다. 티켓은 이미 조기 판매로 매진되어서 현장 구매가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니 수많은 이가 티켓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단지 입장하기 위해 아침부터 대기했던 것이죠. 이들은 전시장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들어가 도서전 한정 판매 유명 작가 사인본, 굿즈 등을 싹쓸이했습니다. 정은숙 마음산책 대표는 “박참새 시인의 에세이집 ‘탁월하게 서글픈 자의식’ 초판 한정 양장본 사인본 200부를 가져다 놓았는데 오후 3시쯤 다 팔렸다”고 말했습니다.

‘셀럽’을 만나러 온 관람객들이 특히 눈에 띄더군요. 배우 박정민이 대표로 있는 출판사 무제 부스는 팬 사인회 현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책 판매 중인 박정민 대표 사진을 찍으려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뤄 직원들이 “통행에 방해가 되니 빨리 움직여 달라”고 장내 정리를 하고 있었습니다. 책을 구매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부스 근처 빈 공간에 책 구매 대기 줄이 몇 겹으로 굽이치며 늘어서 있더군요.

또 다른 진풍경은 배우도, 저자도 아닌 출판사 직원의 셀럽화였습니다. 민음사 부스 앞엔 구독자 31만명을 둔 민음사 유튜브 ‘민음사 TV’ 진행자 겸 기획자인 조아란 마케팅부장에게 사인을 받으려는 관람객들이 긴 줄을 서 있더군요. 이 밖에 민음사 TV에 단골 출연해 팬층을 확보한 편집자들도 즉석 사인회를 가졌습니다.

독서 인구는 매년 줄어드는데, 도서전은 왜 이렇게 붐비는 걸까요? 한 출판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도서전 주관람객층인 2030은 도서전에 참여하고 현장에서 책과 굿즈를 사는 경험 자체를 즐깁니다. ‘서점에서 편하게 사면 되는 걸 왜 굳이 붐비는 도서전에 와서 줄 서 가며 책을 사는 불편함을 감수하느냐’는 기성세대의 시각은 이들에게 통하지 않아요.” 곽아람 Books 팀장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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