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브리지
희망브리지가 경기도 파주 재해구호물류센터에서 경북 의성군 산불 피해 이재민을 위한 임시주거시설 ‘희망하우스’를 출고하고 있다. /희망브리지 제공 |
지난 3월, 봄을 알리는 꽃소식보다 산불 속보가 먼저 울려 퍼졌다.
경남 산청을 시작으로 하동, 경북 안동·의성·청송까지… 도화선에 불이 붙은 듯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은 상상을 초월하는 속도로 번지며 지역 주민들 삶의 터전을 삼켰다.
그 산불로 무너진 자리에 ‘희망브리지’가 있었다. 희망브리지는 피해 지역 주민에게 가장 시급한 현안이 ‘주거’임을 인식하고 경상북도와 협의해 ‘희망하우스’를 설치하기로 했다.
◇임시 거처 넘어 일상 회복의 기반으로
‘희망하우스’는 희망브리지가 설치한 이동식 모듈러(modular·규격화된 부품 조립) 주택이다. 약 8평(27㎡) 규모 철골 구조로 수납공간이 포함된 방과 주방, 화장실 등 기본적인 생활시설을 갖추고 있다. 단열 성능이 우수해 여름철 폭염과 겨울철 한파에도 쾌적하며 내진 설계도 적용돼 안전성까지 확보했다.
현재까지 경북 의성군에 단지형 희망하우스 30동이 조성됐고 영양군과 청송군에도 각각 8동, 5동이 설치됐다. 희망브리지는 오는 11월까지 총 100동의 희망하우스를 지원할 계획이다.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힘
청송군에 거주하는 김분순 어르신(84)은 산불로 집을 잃은 뒤 경로당에 대피해 지내야 했다. 혈액암을 앓는 어르신에게 대피소 생활은 큰 고통이었다. 여럿이 함께 지내다 보니 편히 쉴 수 없었고 난방 또한 제대로 안 돼 밤잠을 설칠 때도 많았다.
그러나 희망하우스에 입주한 뒤 삶이 바뀌었다. △온수가 나오는 욕실 △단열이 잘 된 실내 공간 △수납 가능한 창고까지 갖춰진 주거 환경은 어르신에게 다시 일어설 힘이 되었다.
김 어르신은 “여긴 따뜻하고, 눈도 붙일 수 있어서 참 고맙죠. 이렇게 지낼 수 있는 집이 생겨서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인터뷰 도중 어르신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불타버린 집터 옆 텃밭에서 부추를 뽑아 희망브리지 직원에게 건넸다. “다시 살아갈 수 있게 해준 고마움에 작지만, 뭐라도 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했다.
◇머무는 곳을 넘어 ‘이웃’을 다시 잇는 공간으로
‘희망하우스’는 단순한 임시 주거 공간을 넘어선다. 희망브리지는 이 공간에서 이재민들이 ‘혼자’가 아닌 ‘이웃’으로 다시 연결되기를 바란다. 실제로 의성군에 설치된 단지형 희망하우스는 세대별로 독립적 생활이 가능하면서도 마당을 공유하며 안부를 묻는 공동체로 자리 잡고 있다.
김미강 희망브리지 재해구호관리팀 팀장은 “희망하우스 사업이 기후위기 시대, 새로운 재난 대응 모델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는 1961년 언론사와 사회단체들이 설립한 재난 구호 모금 전문기관이다. △재난 긴급 구호 △국민 성금 모금 및 배분 △지역공동체 회복 △재난 취약계층 지원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문미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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