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우는 14일까지 시즌 35경기에 등판해 30⅓이닝을 던지며 16개의 홀드를 기록했다. 김진성(LG·18홀드)에 이어 홀드 부문 리그 2위를 달리고 있다. 등판 경기 대비 이닝 수는 많지 않다. 경기당 1이닝이 채 안 된다. 다만 등판 자체는 적은 편이 아니다. 14일까지 승률 딱 5할을 기록 중인 KIA가 올해 아직 위닝 팀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할 때, 필승조 조상우의 75경기 출전 페이스는 적다고 볼 수는 없다.
조금 더 큰 문제는 효율성이다. KIA는 올해 조상우가 나온 35경기에서 23승11패1무를 기록했다. 35경기 중 12경기에서 지거나 비겼다. 비율로 보면 약 35%에 이른다. 보직이 왔다 갔다 한 것도 아니고, 확실한 필승조 보직을 유지하고 있는 선수가 나온 경기에서 35%나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지금까지 쏟아 부은 힘이 엉뚱한 곳으로 샌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분명 승률은 이보다는 높아야 이상적이다.
조상우가 경기를 날린 날도 분명 있지만, 동점 등 리드 상황이 아닐 때 등판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리고 조상우 외에 다른 투수들이 끝내 승리를 날린 적도 있었다. 조상우라는 불펜의 가장 좋은 셋업맨을 쓰고도 이기지 못한 날이 늘어난다는 것은 장기적인 팀 운영에 먹구름이 된다. 선수가 한 시즌에 쓸 수 있는 팀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를 헛되게 쓰면 안 된다. 잘못하면 정작 써야 할 날 못 쓴다. KIA뿐만 아니라 많은 벤치들이 고민하는 지점이다.
마무리 정해영의 성적에서도 이를 느낄 수 있다. 정해영은 지난해 53경기에 등판했고, 이중 이기지 못한 날은 10번으로 등판시 팀 승률은 81.1%로 꽤 높았다. 하지만 올해는 30경기 등판 중 8경기를 못 이겼다. 등판시 팀 승률이 73.3%로 떨어졌다. 그렇다고 정해영이 작년에 비해 특별히 블론세이브를 많이 하는 것도 아니다. 시즌의 반환점에 거의 다 온 지금 정해영의 블론세이브는 2번, 패전도 3번에 불과하다.
역시 동점 상황에서 등판하는 경우가 많았고, 정해영이 나왔을 때 리드를 못 잡다보니 연장에 등판하는 등 1이닝만 책임지는 경기가 많지 않았던 탓이다. 그렇다고 동점 상황을 두고 마무리를 빼기는 어렵다보니 ‘일단 패배는 면하고 보자’는 운영이 나올 수밖에 없다. 자연히 멀티이닝 소화가 잦아지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정해영의 멀티이닝(1이닝 초과) 소화 경기는 5번으로 적었지만, 올해는 시즌의 절반 만에 벌써 8경기에 이른다. 연장전이 11회까지로 축소된 것도 하나의 배경이겠으나 그렇다고 하기에는 지난해보다 너무 늘었다.
휴식일 보장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이범호 감독도 분명 신경을 쓴다. 3연투는 리그에서 적은 편이다. 어떤 날은 이를 악물고 아낀다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다만 이처럼 세밀한 부분에서의 계산도 이제는 신경을 써야 할 때가 됐다.
KIA는 앞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팀이다. 야수 부상자들이 대거 돌아올 후반기에는 타격이 확실히 달라질 것이다.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그런데 최악의 시나리오는 그 야수들이 돌아와 공격력이 정상이 됐을 때, 그 리드를 지켜줘야 할 필승조가 지쳐 쓰러지는 엇박자다. 팀이 탄력을 못 받는다. 때문에 지금부터 계산을 잘해야 한다. 저득점 경기 양상이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로 다가왔다면, 불펜은 여러 가지를 잘 살펴야 한다. 고차방정식을 잘 풀어나가며 버틸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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