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이 저자] ‘개에게 배운다’ 김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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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미동 |
“개에게 배워서 실천하는 것은 무소유. 평생 못 배워서 다음 생으로 미뤄둔 건 ‘지금, 여기’ 즉, 순간에 집중하는 능력입니다.”
동물 에세이 ‘개에게 배운다’(판미동)를 낸 김나미(68)씨가 말했다. 그는 책에 이렇게 쓴다. “개들에게 소유는 순간에 불과할 뿐 그것을 영구히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욕구가 없다. (…) 그저 상대에게서 드러나는 진실된 에너지만을 느끼고 반응할 뿐이다.”
미국 스탠퍼드대 종교학과 연구원, 한신대 종교학과 초빙교수를 지낸 종교학자가 돌연 동물보호 활동가가 됐다. 2012년 안식년을 맞아 태국 치앙마이의 유기견 보호소에서 1년간 봉사 활동한 것이 계기였다. 그곳에서 만난 얼룩무늬 개 보디(Bodhi·산스크리트어로 ‘깨달음’이란 뜻)가 그를 새로운 길로 이끌었다. 보살핌을 받으며 하루가 다르게 밝아지는 보디의 표정을 보고 저자는 결심했다. 유기견 보호소를 세우기로. 2016년 김포에 유기견 보호소를 설립해 수천 마리의 개들을 살리고 이들의 가족을 찾아줬다.
신(God)의 알파벳을 거꾸로 하면 개(Dog)다. 저자는 “평생 공부한 종교라는 틀 안에서 신을 찾다가 결국 그 단어를 뒤집은 개에서 답을 찾았다”고 쓴다. “맑은 호수처럼 오염되지 않은 의식은 옆에 있는 사람까지 어린아이로 만들어준다. (…) 내 안의 에고, 아상, 아집의 정체를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우주의 법칙, 자연의 이치 같은 거대한 진리를 좇는 대신 개와 함께 살아가는 포근한 인생에서 의미를 찾은 것.
동물보호활동가로서 마주하는 참담한 구조 사례도 책에 실렸다. 그는 “말로만 구조 활동을 벌이는 유튜버, 1년에 네 번씩 바뀌는 담당 공무원” 등을 언급하면서 한숨을 쉬었다. “하나하나 말하자면 끝도 없어요.” 인간이 개에게 배우기도 전에 너무나 많은 개가 버려지고, 죽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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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배운다' 김나미 |
[황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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