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격 피해자인 미겔 우리베 투르바이 콜롬비아 상원의원./AFP 연합뉴스 |
콜롬비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야당 상원의원을 암살하려던 저격범이 10대 미성년자로 밝혀졌다. 그는 미국에서 밀반입한 총기를 범행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를로스 페르난도 트리아나 콜롬비아 경찰청장은 9일 “암살 미수와 불법 무기 소지 및 사용 등 혐의로 조사 중인 ‘시카리오’(Sicario·청부 살인업자)는 14세”라며 “그는 마약 밀매범으로 추정되는 인물로부터 사주받은 뒤 피해자의 왼쪽 귀 뒤 머리 부위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발사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전했다.
또 현지 수사 당국은 범행에 쓰인 9㎜ 글록 권총이 미국 애리조나주(州)에서 구매된 뒤 모종의 방법으로 밀반입된 사실을 확인했다. 현재 저격범은 ‘엘 옴브레 데 오야’로 알려진 인물에게서 정치인 공격을 지시받았다고 진술한 상태다. ‘솥을 든 남자’라는 의미로, 콜롬비아에서는 ‘오야’라고 부르는 솥 형태 도구에 마약을 넣고 밀매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언론은 마약 카르텔이 이번 공격을 사주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실제로 피해자인 미겔 우리베 투르바이(39) 상원의원은 마약 카르텔에 대한 강경 대응을 촉구해 온 인물이다. 우리베 의원의 모친인 디아나 투르바이는 1990년대 ‘마약왕’으로 불린 파블로 에스코바르가 이끄는 마약 카르텔에 납치된 뒤 살해당한 기자다.
우리베 의원은 지난 7일 수도 보고타 시내에서 연설하던 중 총격당했다. 머리에 두 발, 무릎에 한 발 등 총 세 발의 총탄을 맞았다. 그는 곧장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대수술을 받았고 지금까지 사경을 헤매고 있다. 보수 성향의 중도민주당 소속인 그는 내년 5월 31일로 예정된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유력 후보로, 당내 지지세 모으기에 나선 상황이었다.
한편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X(옛 트위터)에 “습격 당일 이상하게도 우리베 의원의 경호 인력이 기존 7명에서 3명으로 축소됐다는 사실을 보고받았다”며 “당국에 그 경위를 철저히 조사할 것을 지시했다”고 썼다. 이어 “저격범은 과거 청소년 보호 프로그램 교육 대상자였으나 참여하지 않았다”며 “전문가 보고에 따르면 사회적 관계를 맺는 능력이 결여된 상태로 보인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