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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밥도둑 ‘야키니쿠’

조선일보 에노모토 야스타카·'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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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사일언] 밥도둑 ‘야키니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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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원래 역사적으로 고기를 즐겨 먹지 않는 나라였다고 한다. 6세기에 불교가 들어온 후, ‘육식 금지령’이 발령되었기 때문이다. 한반도로부터 건너온 ‘고기 구이’ 문화가 일본에 정착하면서 구운 고기를 뜻하는 ‘야키니쿠(燒肉)’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일본 사이트에서 음식점을 검색할 때 보면 야키니쿠는 한식의 일종으로 분류돼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야키니쿠의 현지화가 이뤄졌고, 이제는 한국의 고기 구이와는 꽤 다른 음식이 됐다.

필자가 만난 어떤 한국인은 야키니쿠를 ‘즉석 양념육’으로 알고 있었다. 일본에서는 딱히 야키니쿠를 생고기와 양념 고기로 구별하지 않아서 처음엔 의아했지만, 한국의 문화를 생각해보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한국의 양념 구이는 고기에 양념을 발라 며칠 재웠다 굽는 경우가 많지만, 일본에서는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양념을 버무려 내거나 찍어 먹는 용도로 따로 양념을 제공한다. 그렇기 때문에 야키니쿠는 즉석 양념육이라는 인식이 생긴 게 아닐까 싶다. 참고로 일본인은 야키니쿠만 있으면 얼마든지 밥을 더 먹을 수 있다고 말할 정도로 밥과 야키니쿠 조합을 좋아한다. 이 때문에 양념도 밥과 잘 어울리는 맛으로 만든다.

양념 이외에도 한일 간의 고기 구이에는 차이점이 많다. 일본 야키니쿠집에서는 쌈채소나 쌈장이 나오지 않는다. 일본인은 처음부터 밥을 따로 주문하기 때문에 고기를 채소에 싸 먹지 않는 것이다. 쌈채소를 별도로 주문할 수는 있지만, 돈을 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마찬가지로 김치나 나물도 유료다. 가위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고기를 한입 크기로 잘라 내기 때문에 가위가 필요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탄 부위를 자르고 싶은 한국인이 있을 것이다. 그럴 때는 “하사미 구다사이(가위 좀 주세요)”라고 직원에게 말하면 된다. 한국인에게는 다소 불편한 점도 있겠지만, 현지화된 음식을 맛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라고 생각해주면 좋겠다.

[에노모토 야스타카·'나만의 일본 미식 여행 일본어’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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