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스 엔리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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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생제르맹(PSG) 취임 기자회견에서 불어로 인사한 루이스 엔리케 감독(사진)은 “내 불어는 지금도 끔찍하지만, 내가 이 자리에 온 이유는 트로피 진열장을 완성하기 위해서”라고 선언했다. 그가 강조한 마지막 조각은 챔피언스리그 트로피였다.
2015년 바르셀로나(스페인)에서 트레블을 달성한 그는 정확히 10년 만에 또 한 번 유럽 정상에 올랐다. 이번에는 PSG라는, 늘 우승 후보였으나 한 번도 정상을 밟지 못했던 구단을 통해서다. ‘AFP통신’은 엔리케 감독을 “축구 건축가”로 표현했다.
엔리케 감독은 단순한 전술가를 뛰어넘는다. 그는 혼란스럽고 슈퍼스타 중심인 조직을 깨부수고 새롭게 재건한 설계자다. 2023년 7월 PSG 지휘봉을 잡은 엔리케 감독 체제의 핵심은 ‘젊은 재능’이다. PSG는 이전까지 슈퍼스타의 힘에 좌우됐던 팀이다. 리오넬 메시, 네이마르, 킬리안 음바페로 이어진 ‘갤럭티코’ 삼각편대는 화려했지만, 내적 균형과 일관된 팀 철학은 부족했다. 음바페가 팀을 떠난 뒤, PSG는 스타의 이름값에 의존하는 전략을 접었다. 데지레 도우에, 브래들리 바르콜라, 우스만 뎀벨레 등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팀을 재구성했다. 나폴리에서 영입한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까지 가세하면서 PSG는 단순한 재건을 넘어 ‘세대교체 성공 사례’가 됐다.
엔리케 감독은 세심한 지도와 심리적 케어 등 젊은 선수들에게 최적화된 리더십으로도 정평이 났다. 결승에서 2골 1도움을 기록한 도우에는 시즌 초반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감독의 1대1 코칭을 통해 성장하며 최고의 별로 떠올랐다.
전술적으로도 PSG는 가장 젊고, 가장 강력한 압박축구를 펼친 팀으로 기록됐다. 챔피언스리그에서 PSG는 평균 연령 24세 262일로, 플레이오프 라운드 이상을 통과한 팀 가운데 최연소로 선수단을 구성했다. 이런 팀이 결승전에서는 대회 결승 역사상 최다 점수차로 승리했다. 영국 ‘BBC’는 “엔리케는 기술, 체력, 전술 이해도를 갖춘 젊은 인재들을 정교하게 조립했고, 몇몇 베테랑들과의 균형도 절묘하게 맞췄다”고 평가했다.
그의 리더십은 단지 경기장에서만 발휘된 것이 아니다. 훈련장에서 맨발로 잔디를 밟는 ‘어싱(earthing)’을 실천하며, 자연과 연결감을 강조했다. 철인 3종, 사하라 사막 마라톤 등을 직접 완주할 만큼 철저한 자기 관리는 팀의 기강이자 기준이 됐다. 그러면서도 어린 나이 세상을 떠난 딸 자나를 기억하고 고통을 잊지 않을 정도로 인간적이었다. ‘BBC’는 “그는 전술가이면서 동시에 교육자, 상실의 고통을 품은 철학자”라며 “PSG는 더 이상 ‘갤럭티코의 무덤’이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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