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AP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사면 결정이 워싱턴 정계에 ‘거대한 사면 산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NBC가 31일 보도했다. 트럼프가 특정 시점이 아닌 수시로 사면을 단행하면서, 로비스트와 컨설팅 업체들이 고액 수임료를 받고 사면 로비에 나서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NBC는 익명의 로비스트를 인용해 “요즘은 사면이 로비스트들에게 수익성이 높은 일이 됐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 고객이 트럼프의 관심을 끌기 위해 로비 업체에 500만달러(약 69억원)를 제안한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트럼프 1기 당시 보도된 평균 수임료를 훨씬 웃도는 액수다.
사면을 위한 접근 방식은 단순한 법률 절차를 넘어서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동원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NBC에 따르면, 전직 CIA 요원 존 키리아쿠는 트럼프 측근 루디 줄리아니로부터 사면을 받기 위해 200만달러를 요구받았다는 주장을 했다. 줄리아니는 이를 부인했다.
트럼프는 올해 1월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약 1500명에게 사면 또는 형 집행 유예 조치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다수는 2021년 1월 6일 발생한 의회 난입 사건 관련자들이며, 이들을 제외하더라도 일반 사면 수는 58건으로 1기 첫 해(1건)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NBC는 “이제 사면 로비는 ‘서부 개척시대’처럼 가격도 기준도 없는 혼란 상태”라고 전하며, 일부 로비스트는 정치적 리스크를 우려해 사면 관련 의뢰를 거절하고 있지만, 다수는 이를 다른 친(親)트럼프 인사에게 소개하고 소개료를 받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했다.
최근 주목받은 사면 사례로는 2022년 사기 및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리얼리티쇼 스타 토드와 줄리 크리스리가 있다. 이들의 딸 사바나 크리스리는 트럼프 지지자이자 인플루언서로 소셜미디어와 보수 성향 행사에서 부모의 사면을 호소해왔다. 1000만달러(약 138억원)의 세금 탈세범 모친이 트럼프의 플로리다주 개인 리조트 마러라고의 모금 기금 행사에 참석해 100만달러(약 13억원)를 기부하자 해당 탈세범을 곧장 사면한 사례도 있었다.
NBC는 “트럼프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정치적 탄압 프레임, 즉 ‘민주당과 과잉 기소 검사들에 의한 보복’을 강조하는 것이 핵심 전략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트럼프의 첫 사면 대상 중 한 명은 마약거래 사이트 운영자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인물이었으며, 이는 보수 진영의 오랜 사면 요구가 반영된 사례라고 NBC는 전했다.
사면을 원하는 인사들의 가족들은 보수 매체에 출연하거나 공화당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행사 참석 등을 통해 트럼프의 주의를 끌고 있으며, NBC는 “사면은 더 이상 마지막 순간의 특권이 아니라, 거래 가능성이 열린 실용적 수단이 됐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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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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