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모스크바 지하철에 스탈린 동상 설치
오가는 사람 기념촬영 등 관광 명소화
러시아 역사상 가장 폭압적 독재자 오명
우크라 전쟁 시기 2차세계대전 승전국 과시
스탈린 비난하던 푸틴, 최근 행보에 변화
오가는 사람 기념촬영 등 관광 명소화
러시아 역사상 가장 폭압적 독재자 오명
우크라 전쟁 시기 2차세계대전 승전국 과시
스탈린 비난하던 푸틴, 최근 행보에 변화
디브리핑(Debriefing:임무수행 보고): 헤럴드경제 국제부가 ‘핫한’ 글로벌 이슈의 숨은 이야기를 ‘속시원히’ 정리해드립니다. 디브리핑은 독자와 소통을 추구합니다. 궁금한 내용 댓글로 남겨주세요!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지하철에 옛 소련 시절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동상이 설치돼 화제가 되고 있다.
동상은 이달 설치됐다. 1953년 사망한 독재자 스탈린이 러시아 대중들을 다시 대면한 건 72년 만이다.
![]() |
러시아 모스크바 지하철 역사에 설치된 스탈린 상. [AFP]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지하철에 옛 소련 시절 독재자 이오시프 스탈린의 동상이 설치돼 화제가 되고 있다.
동상은 이달 설치됐다. 1953년 사망한 독재자 스탈린이 러시아 대중들을 다시 대면한 건 72년 만이다.
집권 당시 100만명을 숙청하며 공포 정치의 화신이 된 독재자 스탈린이 지금 이 시점에 소환된 것은 아직도 러시아 국민들에게 스탈린이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지하철에 스탈린 동상 귀환, 스탈린의 잔혹한 역사에 대한 경외’ 제목의 기사에서 “스탈린 동상은 사망 이후 7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러시아인들을 편가를 수 있는 힘을 가진 폭압적 지도자를 되살려내기 위한 과정의 일환”이라고 풀이했다.
신문은 “이달 당국에 의해 설치된 스탈린의 동상은 스탈린이 그를 흠모하는 어린이와 노동자들에 둘러싸여 먼 곳을 응시하는 모습을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한때 러시아 전역에 세워졌던 스탈린 동상은 1960년대 탈스탈린 캠페인이 전개되면서 모두 철거됐다. 하지만 2025년 러시아 수도 지하철역에 스탈린 동상이 다시 부활하자 이 일대는 관광 명소가 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 동상 앞에 꽃을 갖다놓고 가족, 연인들과 기념촬영을 한다.
![]() |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 시민들이 이달 지하철 역사 내부에 설치된 스탈린 상을 바라보며 기념촬영하고 있다. [로이터] |
NYT “크렘린궁, 승전 기억 되살리려 해…우크라戰 지속 결의”
NYT는 “러시아 크렘린궁은 영광스러운 승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그 승리의 기억을 되살리고 현재 진행 중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속할 것을 결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에서 스탈린은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인물로 기록돼 있다.
스탈린 동상을 바라보던 사람들 중 한 사람인 1950년생 릴리야 메드베데바는 NYT에 “우리의 지도자 동상이 다시 복원돼 매우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전쟁을 그 사람(스탈린) 덕분에 승리했다”고 말했다.
신문은 “정부를 비판하는 것이 위험한 일인 나라(러시아)에서 메드베데바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 지는 알 수 없다”면서 “다만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수정주의적 역사 왜곡에 실망하고 분노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성은 밝히지 않고 이름만 ‘블라디미르’라고 밝힌 25세의 한 남성은 그가 한때 “피비린내 나는 폭군”이라고 불렀던 사람의 동상을 보러온 사람들을 바라봤다. 그러면서 “내 의견을 밝히긴 어렵다”면서 “어떤 기념물도 이 정도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탈린은 1923~1924년 소비에트연방(소련) 레닌 집권기 2인자였고, 1924년 1월 레닌의 사망 이후 1인자로 등극해 1953년 자신이 사망할 때까지 29년간 장기 집권했다.
1941년 독일이 소련을 침공해 발발한 독소전쟁 초기 수도 모스크바까지 함락 위기에 놓인 적도 있지만, 모스크바 공방전, 스탈린그라드 전투 등을 계기로 전세를 역전시켜 결국 제2차 세계대전 승전국이 됐다.
1949년에는 원자폭탄 실험에 성공,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핵전력 보유에 성공하는 업적도 남겼다.
다만 1937~1938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산업 등 국가 전 분야에서 자신에게 조금이라도 비판적인 사람은 모조리 숙청했다. 이 기간 사형이 집행된 인원은 68만명, 강제 수용소에서 질병이나 고문 등으로 사망한 인원은 14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임기 동안 숙청된 사람은 최대 120만명으로 추산된다.
스탈린 100만명가량 숙청했지만, 노령층 스탈린 동경
그의 정책 오류로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소련 전역에 대기근이 확산돼 아사한 사람도 다수 발생했다.
하지만 노령층들을 중심으로 옛 소련 시절을 동경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신문은 전했다. 소련 해체 뒤 러시아가 자본주의 국가로 이행하면서 온갖 시행착오와 어려움을 겪은 세대들이 그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은 나치 독일의 침공으로 바람 앞의 등불 처지가 된 나라에 질서를 세우고 적에 맞서 끝내 승리한 스탈린의 공을 갈수록 높이 사는 분위기다.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은 스탈린의 ‘과’로 평가되는 숙청, 기근, 추방 등을 의욕이 넘쳤던 지방정부 차원에서 과도하게 집행한 것이며, 책임 또한 지방정부가 져야 한다며 스탈린을 옹호한다.
현 대통령인 블라디미르 푸틴은 2000년 처음 집권한 이후 올해로 25년을 맞는다. 물론, 그 기간 동안 대통령에서 물러나고 총리를 맡거나 다른 직무를 맡으며 시간을 보낸 적도 있지만, 그는 현재 5기(2024~2030년) 집권 중이며 6기(2030~2036년)까지 합법적으로 집권할 수 있다.
푸틴이 처음 대통령에 오른 이후 지난 25년간 전국에는 108개의 스탈린 동상이 복원됐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부터는 스탈린 동상 건립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스탈린 동상 건립을 추적 중인 역사학자 이반 제야노프는 “올해는 모스크바 병력이 현재 점령 중인 우크라이나 도시 메리토폴에 스탈린 동상 하나가 건립됐다”고 말했다.
크렘린궁 측은 수년간 스탈린에 대해 균형 감각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보였다.
반스탈린주의 성향을 보이는 지식인들의 반발을 고려한 조치였다.
푸틴 대통령은 수년에 걸쳐 스탈린을 비난하고 그의 임기 중에 자행된 수많은 범죄를 지적했다. 그는 집단 학살당한 사람들의 공동 묘지를 방문하고 인권 운동가, 역사가 등과 스탈린주의에 대해 토론하는 행사에 참석했다.
푸틴은 또한 2017년 스탈린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들을 기리는 ‘슬픔의 벽’ 개장식에 참석해 “우리와 미래 세대가 과거 역사의 비극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사회 집단 전체가 잔혹하게 학살된 그런 역사를 기억해야 한다”고 연설했다.
연설에서 그는 “이러한 끔찍한 과거는 국가 기록에서 지워질 수 없고,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당시 발언과는 완전히 배치되는 일들이 러시아의 다른 편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NYT는 조명했다.
푸틴은 슬픔의 벽 연설이 있었던 2017년 올리버 스톤 감독과 인터뷰에서 “스탈린에 대한 과도한 악마화는 소련과 러시아를 공격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했다. 당시 스톤 감독은 푸틴 대통령을 10여 차례 만나 인터뷰해 미국 케이블네트워크 ‘쇼타임’을 통해 4일에 걸쳐 매일 한 시간씩 푸틴 인터뷰를 방송한 바 있다.
![]()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타스] |
푸틴, 스탈린 비난했지만…재임 중 스탈린 동상 108개 복원
재야 사학자인 유리 드미트리예프는 러시아 북부 삼림 지역에서 스탈린 시대 집단 학살당한 사람들의 무덤을 발견해 알렸다가 푸틴의 표적이 됐다.
그는 오랜 법정 소송을 통해 입양한 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2021년 15년형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그의 가족과 친구들은 이 혐의는 조작된 것이라며 반발했다.
2001년 모스크바 시청에 세워진 강제수용소 역사 박물관은 화재 규정을 이유로 2024년 폐쇄됐다.
이 박물관은 당시 200만명이 사망한 강제수용소의 참혹한 실상을 생생히 보여주는 시설로 평가됐지만, 2024년 폐쇄와 함께 장기간 재임한 책임자 로만 로마노프가 다른 사람으로 교체되고 전시물도 재정비됐다.
지난 4월에는 러시아 정부가 볼고그라드 공항을 스탈린그라드 공항으로 개명했다. 1925년부터 1961년까지 사용됐던 옛 이름이 부활한 것이다.
당국은 제2차 세계대전 중 기념비적 승리를 이끈 스탈린그라드 도시의 이름을 되돌아보고 당시 통치자도 기리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러시아 정계에서 야당인 야블로코당은 모스크바 지하철에 있는 스탈린 동상 철거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야블로코당 소속 정치인 레브 슬로스버그는 “나라를 다시 스탈린화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와 국가를 위험으로 내모는 행위”라며 “스탈린을 지금 다시 끄집어낸다는 것은 러시아 역사상 최대의 학살 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이러한 억압 행위를 이어간다면 조만간 정부 자체의 기력이 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