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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긴 팔과 다리로 능숙하게 액션을 소화하는 모습에 한 번 놀라고. 대사 없이 캐릭터 감정을 드러낸 눈빛에 또 놀라고. 작품과 연기에 대한 확고한 생각에 감탄하고. 배우 이재욱과의 만남은 놀라움에 연속이었다.
지난 16일 넷플릭스 시리즈 '탄금'이 공개된 직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재욱은 작품과 연기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줬다.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탄금'은 실종되었던 조선 최대 상단의 아들 '홍랑'이 기억을 잃은 채 12년 만에 돌아오고, 이복누이 '재이'만이 그의 실체를 의심하는 가운데 둘 사이 싹트는 알 수 없는 감정을 그린 미스터리 멜로 사극이다.
이재욱은 12년 만에 돌아온 '홍랑'으로 분했다. "마음이 아픈 캐릭터였다. 완벽하게 대본이 다 나온 게 아니라 8부 정도까지만 나온 상태였는데 상상할 수 없는 이 친구의 안 좋은 환경을 제 스스로 표현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더라"면서 배우로서 느낀 '홍랑'이란 캐릭터의 매력을 밝혔다.
다만 이재욱은 '홍랑'의 아픔을 10%도 표현하지 못한 것 같다는 기분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재욱은 "일반적이진 않다. 고문을 당하고 등에 문신이 강제로 새겨져 '인간 부적'이 되는 이런 상황이. (그래서인지) 이 친구의 아픔을 10%도 공감 못한 거 같다란 얘길 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캐릭터를 구축해 나가는데 고충도 컸다. "아픔이 있는 캐릭터가 제 개인적으론 어렵다 생각한다. 시청자가 보시기에 이해를 해야 하는 상황이 연속이니까. '난 언제 이런 아픔이 있었지?'란 물음을 되뇌면서 계속 들여다봤다"고 토로했다.
다만 "환경이 주는 힘이 있어서 이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감정을 드러내기에 내면에 있던, 아팠던, 속상했던 부정적 감정의 연속을 찾으려 했다"고 말했다. 나름의 방법을 찾아갔던 이재욱이었다.
이재욱이 말하는 환경이 주는 힘이란 무엇일까. "현장이 주는 무게가 있다. 이 공간이 짓누를 정도로 무거웠다. 촬영 땐 선배님들도 예민하고 날카로운 부분이 있었다. 박병은 선배에겐 한복을 입으면 풍채가 좋아 보이고 무게가 느껴지는 장면들이 있다. 그런 현장의 분위기를 느끼려 했다. 원초적인 대미지를 그대로 받아서 연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탄금'에서 이재욱은 액션으로도 주목받았다. 대부분의 액션신을 그대로 소화한 것이 여실히 보였는데. 이재욱은 "산에서 액션을 촬영하는 게 정말 고되더라. 또 크레인이 올라와서 찍는 걸 보니 엄청 부담이 될 정도였다"고도 말했다.
또한 "워낙 몸 대 몸으로 만났을 때 위험하겠다 싶은 장면이 많았다. 집중해서 했고 사전에 준비를 많이 했다. 몇 달 전부터 준비해서 갔다"고 말했다.
카메라, 배우들, 세트 모든 것의 합이 딱딱 맞는 '탄금'의 화려한 액션신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쏟아내게 했다. 더욱이 직접 장면들을 멋지게 소화한 이재욱에게 '액션'이란 장르도 꽤나 매력적이고 욕심날 법 했다.
"너무! 너무나 욕심나죠."
힘주어 말한 이재욱은 "액션이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란 것도 안다. 몸을 쓴다는 것도 욕심나는 부분이다"면서 "주먹으로 묵직한 액션을 보여주신 마동석 선배도 존경하고 있다. 그런 분들을 따라가 장르를 해보고 싶다란 생각이 든다. 원래도 액션을 하고 싶었는데 더 커진 거 같다"고 말했다.
이재욱의 눈빛 연기가 감탄을 자아낸 부분은 또 있었다. 등 뒤에 외설스러운 문신이 강제로 드러나 '재이'(조보아)에게 과거의 상처를 들키는 장면인데, 그 순간 카메라에 담긴 이재욱의 표정에 찰나에 스치는 복합적인 감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재욱은 "제 몸에 이런 게 있다는 거 자체가 수치스럽지 않나. 재이 누나가 달려와서 저를 보고 우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너무 수치스럽더라"면서 "현장 분위기를 느낀 대로 단편적으로 느낀 걸 '속상하다-슬프다- 보여주기 싫다' 등의 감정을 그대로 순차적으로 빠르게 보여주려 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배우 이재욱의 '강점'은 무엇일까. "제 스스로가 '날것'을 좋아하는 거 같다. 현장에서 보고 느끼는 감정을 좋아하는 거 같다. 이런 걸 좋게 봐주실 때가 많다. 대사가 막 튈 때도 있고 나오는 대로 해보는 제가 있다. 그런 모습을 본 감독님들이 입체적이라고 말씀해 주실 때가 있어서 제 강점이 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대사는 툭 치면 나올 정도로 외워서 가니까 현장에서는 공간이 주는, 의상이 주는, 현장이란 '숲'에 함께 있는 '나무'가 되고 싶다란 마음이 커요. 그러려면 저 혼자 툭 서있는 게 아니라 함께 섞여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걸 고려하려고 해요."
작품 없이 쉴 때의 이재욱은 어떤 모습일지도 궁금했다. 공개되는 작품들 대부분을 본다는 이재욱은 "히트 친 작품에 대한 스스로 질투하기도 한다. '약한영웅' 같은 작품을 보고 나한테 왜 저 대본이 안 왔을까란 생각도 하고.(웃음) 이런 시간으로 자극을 받는다"면서 "('약한영웅'처럼) 학원물에서 교복 입고 있는 것도 기분이 좋다. 시청자분들에게 죄송해서 그렇지.(웃음)"라고 말하며 웃었다.
곧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이재욱. 입대 전 좀 쉴 법도 했지만, 이재욱은 "쉬는 걸 잘 못한다. 작품 보면서 질투만 하고 있으니 빨리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하기도 하고.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기도 하고, 제가 군대 간 뒤에도 대중들과 작품으로 만나면 좋겠다란 생각도 있다"고 덧붙였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