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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의 맥]생각하는 기계, 광산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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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의 맥]생각하는 기계, 광산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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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반복적이거나 정밀하고 위험한 작업을 대체할 도구로 기계를 활용해 왔다. 그런데 언젠가 기계를 ‘작업 동료’로 인식하게 되는 순간이 올까?

인공지능(AI)이 등장하기 전부터 인간은 도구를 넘어서 ‘생각하는 합성 인간’ 형태의 기계를 상상해왔다. 이는 1920년 체코 작가 카렐 차펙(Karel Čapek)의 희곡 『로섬의 유니버설 로봇(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잘 드러난다. ‘로봇’이라는 단어는 체코어로 ‘농노’를 뜻하는 ‘로보타(Robota)’에서 차용된 것으로, 차펙이 그렸던 합성 인간의 모습을 짐작할 수 있다.

로봇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지 약 100년이 지난 오늘날, 기계는 스스로 판단하고 혁신을 이끄는 주체로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산업 현장에 먼저 적용한 기업 중 하나가 프리포트 맥모란(Freeport-McMoRan)이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구리 광산을 운영하는 이 기업은 AI를 접목해 기계를 단순한 ‘도구’에서 ‘현장의 파트너’로 탈바꿈시키며 새로운 돌파구를 만들어냈다.

+10%

AI 적용 이후 광산 처리량 증가율
$3.5~5억

EBITDA 기준 연간 예상 수익 기여액
$2B / 10년새 제련소 건설 대비 절감된 자본 및 시간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지 않고도 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은?

프리포트 맥모란은 딜레마에 맞닥뜨렸다. 구리 생산을 계속 늘리려면 채굴량을 확대해야 했지만, 새로운 광산 개발에는 수조원에 이르는 투자와 수년간의 긴 허가 절차가 뒤따랐다. 고심 끝에 회사는 접근 방식을 바꿨다. ‘새로 짓지 말고, 기존 광산을 더 똑똑하게 돌리자’는 전략이었다.

AI 와 구리 광산의 만남

프리포트 맥모란은 기존 광산에 AI를 접목해 생산성을 개선하는 과감한 시도에 착수했다. 목표는 빅데이터, AI, 그리고 애자일 업무 방식을 활용해 신규 광산 개발에 버금가는 수준의 연간 구리 생산량 증가분을 기존 시설에서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는 새로운 자본 투입 없이도 가능한 일이었다.

첫 출발점은 애리조나의 50년 된 바그다드(Bagdad) 광산이었다. 노후한 설비와 인프라가 남아 있는 이곳에서 변화가 시작됐다. 공정 엔지니어,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현장 작업자가 머리를 맞대고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트로이(TROI, Throughput-Recovery Optimization Intelligence)’라 불리는 이 모델은 3시간 단위로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운전 조건을 추천했다.


AI가 추천한 설정은 현장에 바로 적용됐고 광산 처리량은 10% 증가했다. 구리 회수율도 1%p 상승했고, 공정의 안정성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AI가 현장과 함께 학습하며 작동한 결과였다.

기술이 바뀌면, 사람과 조직도 바뀐다

첫 성공 이후에 프리포트 맥모란은 더 많은 광산에 적용하기 위해 트로이 모델을 모듈별로 나눠서 다른 곳에 쉽게 이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다시 말해 60%의 핵심 코드는 그대로 쓰고, 나머지 40%만 각 현장에 맞게 조정하면 되도록 만든 것이다.

데이터 인프라도 전면적으로 재정비됐다. 트럭, 굴착기, 고정식 장비 등에 센서를 부착해 초 단위로 데이터를 수집했고,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으로 실시간 분석이 가능해졌다. 과거 수십 개의 엑셀 파일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정리하던 작업은 이제 자동화된 공정 최적화로 바뀌었다.


조직과 인재도 달라졌다. 공정 엔지니어는 데이터 사이언티스트가 되었고, AI 추천이 나올 때마다 현장 직원들은 ‘정말 이 설정이 맞을까? 왜?’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현장 직원들과 개발자들 간의 밀도 높은 논의를 통해 조직 전체가 신기술을 익히고 현장에 빠르게 도입했다.

애자일이 광산에 들어오다

일하는 방식도 바뀌었다. 완벽하게 만들고 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적용해보고 개선하는 ‘애자일’ 방식이 도입됐다. 2주 단위의 빠른 개발 주기(스프린트), 최소기능제품(MVP), 지속적인 피드백 루프가 광산 현장의 일상이 됐다. 구글 같은 첨단 IT 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에서나 익숙했던 애자일 방식을 전통적인 1차 산업 현장에 정착한 것이다.

AI로 캐낸 9만 톤의 구리

프리포트 맥모란은 계산기를 다시 꺼냈다. 현재 AI 모델을 미주 전역 광산에 확대 적용하면 연간 약 9만 톤(2억 파운드)의 구리를 추가 생산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는 EBITDA 기준 3억 5천만~5억 달러의 수익에 해당했고, 새로운 제련소 하나를 짓는 데 드는 20억 달러와 10년의 시간이라는 자원을 절약한 셈이었다.


프리포트 맥모란의 이야기는 기계에 생각하는 뇌, 즉 AI를 접목한 데서 시작됐다. 그러나 진짜 변화는 기술을 받아들인 사람들과, 운영 방식을 바꾼 조직에 의해 완성됐다.

AI에 힘입어 기계가 데이터를 읽고 판단하며, 사람과 함께 성과를 만들어내는 ‘지능형 동료’로 진화 중이다. 로봇이라는 단어가 등장한 지 100여 년, 우리는 차펙이 상상한 미래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하이 릴리!]

로보틱스와 로봇의 차이점은?

로보틱스(Robotics)와 로봇(Robot)은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서로 다른 개념입니다. 간단히 말해, 로봇은 물리적인 기계 장치를 의미하고, 로보틱스는 이러한 로봇을 설계하고 개발하며 제어하는 기술 및 학문 분야를 뜻합니다.

* 본 답변은 맥킨지 내부 생성형 AI 리서치 파트너인 릴리(Lilli)의 응답을 기반으로 요약 및 재구성한 내용입니다.

[엄수형 맥킨지앤드컴퍼니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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