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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임·중임제, 대통령제 문제 더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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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연임·중임제, 대통령제 문제 더 악화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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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을 제안했다.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5주기 5·18 민주화운동기념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 /뉴스1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오른쪽)가 '대통령 4년 중임제'를 핵심으로 하는 개헌안을 제안했다.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5주기 5·18 민주화운동기념식'에 참석한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재명 후보. /뉴스1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통령 4년 연임(連任)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대통령 4년 중임(重任)제 개헌 공약을 내놨다. 연임이든, 중임이든 현재 5년인 대통령 임기를 최대 8년까지로 하자는 것이다.

지금 개헌 요구가 분출하는 것은 대통령제의 폐해가 반복되기 때문이다. 한국 대통령제 폐해의 핵심은 대통령과 국회가 각각 과도한 권력을 갖고 있으며 양쪽이 충돌할 경우 수습할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이는 헌법상 제도적 문제이기도 하고 타협과 절충을 모르고 죽기 살기로 싸우는 우리 정치 풍토의 문제이기도 하다.

부인 문제에 대한 주변의 고언을 무시하더니 끝내 정권 위기를 부른 대통령과 그의 느닷없는 계엄 폭주, 당 대표 방탄을 위한 야당의 무도한 입법 폭주가 완충 지대 없이 충돌한 것이 개헌 요구를 부른 직접적 원인이다. 개헌의 요체는 대통령 임기가 아니라 권력의 분산에 맞춰져야 한다. 대통령 4년 연임·중임제 그 자체로는 승자 독식과 무한 정쟁의 극복과는 관련이 없고 도리어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다.

연임·중임제가 도입되면 1기 대통령의 정치적 목적은 재선일 수밖에 없다. 당 안팎의 정적 제거를 위한 공격, 무리한 선심 정책이 4년 내내 계속되고, 야당은 대통령 재선을 막기 위해 반대를 위한 반대를 4년 내내 계속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 우리는 이런 정쟁으로 국력을 소모할 여유가 없다. 만약 대통령이 재선이 되면 재임 다음 날부터 레임덕 얘기가 나올 것이다.

지금 우리의 헌법 위기는 대통령 임기가 잘못돼 생긴 것이 아니다. 대통령이 폭주하고 야당이 폭주해 발생한 위기다. 그런 점에서 이재명 후보가 ‘국무총리의 국회 선출’을 제안한 것은 의미가 있다. 대통령이 임명한 총리가 아니라 국회가 선출한 총리는 지금과 같은 의전형 총리가 아니라 실질 권한을 행사하는 총리가 될 것이다. 어느 정도 대통령 권한을 분산해 이것이 정쟁 완화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대통령 4년 임기와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키는 것도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대선과 총선을 동시에 치르면 그때의 우세 정당이 대통령과 국회를 모두 장악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국정 추진력 강화라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지만 한 정파의 권력 전횡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미국식으로 대통령 임기 중간에 중간선거 형식으로 총선을 치르는 것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대통령 연임제 또는 중임제는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책임 정치와 정책 연속성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그러나 원조 격인 미국에서도 독재 우려와 선심성 정책 남발 등 문제가 커지고 있다. 특히 타협과 협상, 절충의 정치 문화가 없는 우리 정치 현실에 맞는지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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