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았던 영화관 업계가 좀처럼 이전의 모습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팬데믹 때 OTT가 떠오르면서 관객들이 영화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영화관 시장에선 다양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최근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손을 맞잡고 '합병 열차'를 띄운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 하지만 영화관 업계에 당장 봄바람이 찾아올지는 미지수다. 팬데믹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영화관들이 꺼내든 수익성 제고 전략이 관객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지 오래여서다. 과연 영화관 업계는 부활의 날개를 펼 수 있을까. 더스쿠프 연속기획 넘버링+ '영화관 생존과 벼랑 사이' 1편을 먼저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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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합병절차를 밟고 있다.[사진|연합뉴스] |
영화관 업계의 판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업계 2위인 '롯데시네마(롯데컬처웍스)'와 '메가박스(메가박스중앙)'가 합병을 추진하면서다. 두 회사는 8일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향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 등을 거쳐 합작법인을 공동 경영할 방침이다.
[※참고: 이번 MOU는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주주사인 롯데그룹과 중앙그룹 차원에서 이뤄졌다. 롯데그룹의 롯데쇼핑이 롯데시네마의 지분 86.37%를, 중앙그룹의 콘텐트리중앙이 메가박스의 지분 95.95%를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는 합작법인의 운영방식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다만 상권이 겹치는 영화관을 통폐합하는 것만으로도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 듯하다. 마케팅 비용의 효율화가 가능하단 점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효과다. 두 회사가 각각 운영해온 영화 투자배급사 '롯데엔터테인먼트'와 '플러스엠'도 통합할 계획이란 점을 감안하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측은 "운영 노하우와 마케팅 역량을 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중복 투자를 줄여 수익성을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철환 인하대(연극영화학) 교수는 "두 회사가 투자배급사를 통합하면 총투자액은 소폭 감소할 것"이라면서도 "경영 효율화로 확보한 재원을 각 사가 강점을 가진 영화 제작에 투자할 경우 영화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가 손을 맞잡으면서 영화관 1위 자리도 바뀔 공산이 커졌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가 공식 합병하면 스크린이 1683개(915개+767개·이하 2024년 기준)로 늘어나 스크린 1346개를 보유한 'CJ CGV'를 앞지른다. '롯데시네마-메가박스'가 공룡급 영화관으로 거듭난다는 얘기다.
문제는 내실까지 '공룡급'이 될 수 있느냐다. 업계 안팎에선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흐른다. 두 회사가 '합병 결정'을 내린 배경에 영화 산업의 질긴 침체가 깔려 있어서다.
2019년 정점을 찍었던 한국 영화산업은 '팬데믹'이란 복병을 만난 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영화관을 찾던 관객들이 팬데믹 국면에서 넷플릭스 등 OTT로 넘어갔는데, 그 과정에서 변화한 영화 소비 방식이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당연히 영화관의 실적은 곤두박질했다.
롯데시네마의 매출액은 2019년 7710억원에서 지난해 4517억원으로 41.4% 감소했다. 엔데믹(endemic·풍토병화) 전환 직후인 2023년(5620억원)보다도 더 줄어들었다. 2020년 이후 줄곧 적자(2020년 –1604억원·2021년 –1323억원·2022년 7억원·2023년 –83억원)를 기록해온 영업이익이 지난해 흑자전환(2억원)한 건 그나마 위안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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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박스의 경우 매출액(2019년 3327억원→2024년 3533억원)은 2019년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5년 연속(2020년 –681억원·2021년 –683억원·2022년 –78억원·2023년 –140억원·2024년 –127억원) 이어진 적자고리를 끊어내지 못하고 있다.
영화관 업계의 절대강자 격인 CJ CGV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CJ CGV는 지난해 1조9578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해 팬데믹 이전(2019년·1조9422억원)의 매출을 회복했다.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흑자(2023년 490억원·2024년 759억원) 기조도 이어갔다.
하지만 해외 사업 등을 제외한 국내 영화관 실적만 떼놓고 보면 성적표가 달라진다. 국내 영화관 사업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7588억원으로 전년(7733억원) 대비 1.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76억원 적자를 냈다.
이 때문에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의 합병은 벼랑 끝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고육책일지 모른다. 명실상부한 1위 사업자도 어려운 상황에서 2·3위 업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합병'밖에 없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 합병 후 영화관 산업은 활기를 되찾을 수 있을까. 답을 하기엔 풀어야 할 과제가 너무나 많다. 한가지씩 살펴보자.
■ 과제➊ 비싸진 티켓값 = 영화관에 다시 봄바람이 깃들려면 발길을 돌렸던 관객이 찾아와야 한다. 하지만 현 시점에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영화관들이 그동안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펼쳤던 전략이 소비자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 지 오래여서다.
그중 대표적인 건 오를 대로 오른 티켓값이다. 영화관들은 팬데믹 기간이던 2020~ 2022년 매년 1000원씩 가격을 인상했다. 2019년 1만2000원이던 영화 티켓값(주말 일반관 기준)은 현재 1만5000원으로 올랐다. 영화 한편 관람료가 OTT 한달 구독료를 웃돌다 보니 영화관 방문을 사치로 여기는 소비자가 늘었다.
여기에 일반관보다 2~3배 비싼 특별관(특수상영·고급좌석 등)을 늘린 것도 영화관 문턱을 높였다. 실제로 영화관 3사의 특별관(스크린 기준)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CJ CGV의 특별관은 2019년 136개에서 지난해 448개로 229.4% 증가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같은 기간 각각 373.2% (2019년 56개→2024년 265개), 280.7%(20 19년 109개→2024년 415개) 증가했다.
훌쩍 비싸진 티켓값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소비자의 인식을 보여주는 통계도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의 '영화상영분야 공정환경 조성을 위한 영화인·관객 인식조사(2024년)' 결과에 따르면, 관객들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로 '티켓값이 부담돼서(54.2%·이하 복수응답 기준)'를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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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업계 1위 CJ CGV도 실적이 부진하다.[사진|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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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 업계 관계자는 "중요한 건 비싸진 티켓 가격만큼 서비스의 질도 높아졌느냐"라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영화관들이 인력을 줄이면서 소비자가 경험하는 서비스의 질은 되레 떨어졌고, 이는 영화관 방문을 줄이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영화관들이 관객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지는 미지수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이번 MOU를 체결하면서 "특별관을 확충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소비자가 영화관을 찾지 않는 이유는 비싸진 티켓값만이 아니다. 영화관들이 대작 영화 위주로 상영하는 탓에 관객들이 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없는 것도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더스쿠프 연속기획 넘버링+ '영화관 생존과 벼랑 사이' 두번째 편에서 이어나가보자.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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