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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이 만성 간질환의 진행을 억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게티이미지 |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이 만성 간질환 환자의 간암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최종기 교수와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레이먼드 정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의 연구를 ‘미국의사협회지 내과학저널(JAMA Internal Medicine)’에 게재했다고 30일 밝혔다. 연구진은 2000~2023년 만성 간질환 진단을 받은 40세 이상 성인 1만6501명을 스타틴 복용군 3610명과 비복용군 1만2891명으로 나눠 관찰했다.
연구에선 스타틴 복용 여부에 따른 간세포암과 간부전 발생률, 간 섬유화 진행 여부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스타틴 복용군의 10년 내 간암 발생률(3.8%)은 비복용군(8.0%)보다 낮았다. 간 기능 악화를 의미하는 간부전(간성뇌증, 복수, 정맥류 출혈 등) 발생률도 스타틴 복용군(10.6%)이 비복용군(19.5%)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틴 복용 효과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컸다. 누적 600일 이상 스타틴을 복용한 환자군의 간암과 간부전 위험은 비복용군보다 각각 4.5%P, 10.4%P 감소했다.
스타틴 복용은 간 섬유화 진행을 막는 효과도 보였다. 초기 중등도 간 섬유화 환자가 10년 내 고위험군으로 진행한 비율을 보면, 스타틴 복용군(14.7%)보다 비복용군(20.0%)에서 더 높았다. 반대로 초기 고위험군이었다가 중등도로 개선된 비율은 스타틴 복용군(31.8%)이 비복용군(18.8%)보다 더 높아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스타틴은 고지혈증 등으로 인한 심혈관계 질환 예방을 위해 폭넓게 사용되는 치료제다. 간에서 콜레스테롤을 합성하는 데 관여하는 효소를 억제해 혈중 콜레스테롤 농도를 낮추는 효과를 보인다. 다만 부작용 중 하나로 간 수치를 높이고 간 기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간질환 환자에게는 처방되지 않는 경우가 흔했다.
최종기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장기간의 대규모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타틴이 만성 간질환 환자의 간암 및 간부전 예방과 간섬유화 진행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음을 확인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만성 간질환 환자에게는 스타틴을 사용하지 않으려는 잘못된 통념이 오랜 기간 이어져왔다”며 “치료효과를 볼 수 있다면 적극적인 스타틴 사용이 환자의 장기 예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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