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나의 실버타운 일기] (9)
[나의 실버타운 일기]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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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유현호 |
아침에 눈을 뜨면 누운 상태로 가만히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내 몸에 귀를 기울인다. 그러면 숨이 고르게 되면서 어느 순간 묵념 상태에 빠져든다. 얼마나 유지될까? 그날그날 다르지만 어쨌든 정신이 들어 시계를 보면 아침 식사 시간이 가까워져 있다.
여러 해 전부터 나는 명상법을 익히고 싶었다. 몸이 불편하고 마음이 불안할 때마다 명상을 하면 평온을 찾을 것 같아서, 새벽 시간 EBS에서 명상 강의를 열심히 들었다. 하지만 침묵 속에 정갈한 옷차림, 고요한 분위기, 청아한 음향 등이 갖추어져 있어야 할 것 같기에, 나로서는 범접하기 어려운 구도의 세계였다.
그런데 이곳에 와서 자연스레 익히게 된 아침 시간의 습관, 마음을 들여다보고 몸에 귀 기울이다 보면 이어지는 묵념 상태, 그것이 나의 명상법이라고 믿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도 아침 일찍 자기만의 수련 같은 것이 있나 보다. 어떤 이는 기도하고, 어떤 이는 혼자 걷고, 화초를 가꾸기도 하고…. 어쩌면 저마다 터득한 명상 수행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그들을 보며 옛날에 읽은 짤막한 이야기 하나를 떠올린다. 장터에서 공 굴리는 재주로 먹고사는 한 장돌뱅이 곡예사가 지나가는 수도사에게 “수도원에 들어가 성모 마리아를 섬기는 게 소원”이라고 말한다. 수도사가 그를 동정하여 수도원으로 데려간다. 하지만 그는 수도사들이 어려운 라틴어로 성서들을 봉독하며 엄숙한 기도 수행만 하는 것을 보자, 그 속에 끼어들 수 없음을 깨닫고 낙담한다.
어느 날 그는 아무도 없는 성당 안에서 성모상 아래 누워 자기가 할 줄 아는 유일한 재주인 공 굴리기를 한다. 그 모습을 본 수도사들이 대로하여 수도원장에게 이른다. 수도사들과 함께 원장이 조용히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데, 성모께서 성모대에서 내려와 공 굴리는 곡예사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이야기.
※필자(가명)는 1935년 서울에서 태어나 지금은 한 실버타운에 거주하고 있습니다.
[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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