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이슈 EPL 프리미어리그

공산당 입김에 뒤로 가는 中축구... 월드컵 예선 조 꼴찌로 탈락 위기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해외 스포츠 인사이드]

“생사가 걸린 싸움(生死战).” 중국 매체 소후닷컴은 오는 6월 벌어지는 인도네시아와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9차전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은 C조 6팀 중 최하위(승점 6). 5위 바레인과 승점이 같고, 4위 인도네시아(승점 9)와 3점 차다. 4차 예선행 기회는 조 3~4위에 주어진다. 중국이 남은 인도네시아전과 바레인전을 전부 잡으면 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중국 내에서는 사실상 포기한 분위기다. 지난 3월 7~8차전에도 이미 사활을 걸었는데 7차전 사우디아라비아(0대1 패)와 8차전 호주전(0대2 패)을 잇따라 내줬기 때문. 당시 자국 프로리그 중단까지 불사하면서 대표팀을 일찍 소집했는데도 “뭐가 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무기력”하게 졌다는 평가다.

조선일보

그래픽=김현국


중국은 2002 한일 월드컵 뒤로는 20년 넘게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적이 없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축구 개혁 종합방안 50개조’를 공개하고 축구 굴기에 뛰어들었다. ‘축구광’으로 유명한 시진핑 국가주석은 ‘2000명의 리오넬 메시를 키워내라’라는 지시도 내렸다. 2025년까지 축구 특색 초·중학교를 5만개 만들고, 자국 프로리그와 대표팀에 물심양면으로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2016년 중국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마르첼로 리피(이탈리아) 감독은 연봉 2000만유로(약 277억원)에 모셔왔다. “중국 축구가 치고 올라오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위상은 더 추락했다. 2015, 2019 아시안컵은 8강 탈락, 월드컵도 지역 예선을 통과하지 못했다. 2023 아시안컵에선 조별리그 2무1패(무득점) 탈락 굴욕을 맛봤다. 이어 북중미 월드컵마저 본선 무대가 좌절될 위기에 처하자 “중국 정부는 전기 자동차, 인공지능(AI), 올림픽 등 마음먹으면 다 하는데 축구만큼은 예외(영국 BBC)”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은 그 실패 저변에 정치 관료의 과도한 개입이 있다고 분석한다. 중국축구협회(CFA) 회장은 송차이 당서기. 그는 국가체육총국(GAS)에 모든 사안을 보고하고 승인 아래 시행한다. 대표팀 선수 선발, 프로리그 운영 등이 전부 당 고위층 입맛대로 이뤄진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축구는 고위층이 즐기는 문화로 바뀌어 갔다. 정식 등록 축구 선수는 10만명. 영국(130만명)의 10분의 1도 안 된다. 20배가량 많은 인구 규모를 고려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중국에 거주하는 기자 마크 드라이어는 “축구는 마을에서 공을 차는 문화에서 시작해야 하는데, 중국은 그 반대”라고 했다.

현장 지도자는 무엇이든 성과를 내 윗선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들 움직임을 엄격히 통제한다. ‘축구 지능’이 길러지지 않는 이유다. 중국에서 뛰는 한 유럽 선수는 “중국 선수들이 기술적으로는 뛰어나지만,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부정부패도 원인이다. 2024년 국가대표 감독을 지낸 리톄는 “감독직을 얻기 위해 300만위안(약 6억원)을 뇌물로 건넸다”고 밝혔다. 리톄는 2006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에버턴에서 뛰는 등 중국 축구계 전설과도 같은 인물이다. 그는 지난해 12월 뇌물 수수 혐의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중국 수퍼리그를 주관하는 중차오롄 유한공사의 마청취안 전 회장, 두자오차이 국가체육총국 부국장 등 다른 축구계 거물들도 뇌물 수수로 징역형을 선고받고 있다. 중국 대표팀 출신 한 선수는 “대표팀 선발은 사실상 ‘공개 입찰’이었다. 돈이 없어서 A매치를 더 뛰지 못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개인 종목에서 올림픽 메달을 휩쓸어가는 중국이 축구에서는 고전하는 건 이런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했다. BBC는 “개인 종목은 혼자 연마하면 되기 때문에 투자 대비 성과가 비교적 잘 나오고 수익성도 낮아 부정부패에 덜 영향을 받는다”라며 “축구 같은 팀 스포츠는 정신이 중요하다. 이런 부분은 정치를 통해서는 달성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이영빈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