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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문)성민이형 은퇴 발표 나온 날이 휴식일이었다. 집에서 쉬고 있는데 기사 보고 깜짝 놀랐다. 다들 너무 당황했다(허수봉)."
한국 남자배구의 '레전드' 문성민이 떠났다. 문성민은 지난 20일, OK저축은행과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를 통해 천안 홈팬들과 마지막 만남을 가졌다. 이날 경기 3세트 막판 투입, 직접 2득점을 올려 팬들의 뜨거운 환호를 이끌어냈다.
V리그 통산 시몬(OK저축은행, 반납) 김사니(BK기업은행) 이효희(도로공사)에 이은 4번째 영구결번이다. 이미 은퇴 의사를 밝힌 김연경(흥국생명) 역시 시즌 종료 후 영구결번이 예정돼있다.
경기 후 코트에 긴 줄이 늘어섰다. '선수' 문성민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자 하는 팬들의 염원이었다. 문성민은 오래오래 그 자리에 남아 팬들 한명한명에게 사진과 사인으로 감사를 전했다.
문성민이 이번 시즌 후 은퇴를 선언한 것은 지난 13일 구단을 통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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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시즌 종료를 앞두고 필립 블랑 감독은 문성민과의 면담에서 은퇴를 권유했다. 벌써 몇년째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려온 그다. 어느덧 나이도 올해로 39세, 배구선수로서 은퇴가 이상하지 않을 나이는 진작에 지났다.
내심 1년 정도 선수생활 연장 의지도 있었다. 평생의 라이벌이자 동료였던 박철우 해설위원은 "(문성민이)V리그에서 같은팀으로 뛰긴 어려울 것 같은데, 인도네시아리그로 같이 가볼까요? 말한 적이 있다. 부상만 아니었다면 해외리그에서 뛰어보고픈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사령탑의 설득에 깨끗이 마음을 접고 현대캐피탈의 레전드로 남는 것을 택했다.
영구결번식 포함 은퇴식은 발표 단 1주일만에 치러졌다. 짧은 시간 동안 애써 준비한 구단의 수고로움은 눈에 띄었다. 하지만 한국 남자배구 부흥기의 주역, 레전드의 마지막을 배웅하는 자리치곤 아쉬움이 적지 않았다.
문성민의 은퇴식이 열린 날은 스포트라이트도 분산됐다. KBO리그 개막 미디어데이, 축구 월드컵 예선 오만전, 여자농구 챔피언결정전 등이 이날 하루에 몰렸다. 일찌감치 은퇴를 선언한 김연경의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날이기도 했다.
때문에 현장을 찾은 취재진은 극소수였다. 배구 역사에 기념이 될만한 인터뷰 현장은 썰렁하기 그지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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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의 속내도 마찬가지였다. 보다 여유있게, 다른 방식의 은퇴식을 권했다. 챔피언결정전 기간 중, 혹은 다음 시즌 첫 홈경기에 은퇴식을 치르자고 설득했다.
문성민의 은퇴 소식을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행사 자체도 보다 성대하게 준비할 수 있다. 당연히 유관순체육관은 매진 사례를 이뤘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 본인의 뜻이 완강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였고, 마침 홈팬들과 인사할 수 있는 천안이었기 때문.
또한 '선수' 문성민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미 정규시즌 1위로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확정지었지만, 문성민은 연습에만 참여할 뿐 엔트리에선 빠질 예정이기 때문. 챔프전 혹은 차기 시즌을 치르는 팀과 동료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그다운 속내도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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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고민하고 결정한 은퇴였다. 주장 허수봉을 비롯한 현대캐피탈 후배들도, 신영석 황동일 등 배구인생 평생을 함께 해온 친우들도, 김호철-최태웅 두 은사조차 "기사 보고 알았다"고 입을 모았다.
물론 이미 농반진반 삼아 주변에 은퇴를 이야기해온지도 오래인 그다. 문성민은 "전부터 많이 아프다보니 아내와도 은퇴 얘기가 처음은 아니었다"면서도 "결심은 혼자 했다. '나 이제 은퇴한다'고 통보식으로 이야기를 하니 시원섭섭한 반응이더라"며 웃었다.
그래도 마지막 떠나는 길이 외롭진 않았다. 문성민이 아버지처럼 모시는 김호철 IBK기업은행 감독을 비롯해 최태웅 전 감독, 여오현 기업은행 코치, 이사나예 라미레스 한국 남자대표팀 감독, 신영석 황동일 박철우 곽승석 서재덕 김재휘 이원중 노재욱 등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함께 했던 동료와 후배들이 레전드의 은퇴를 축하하기 위해 현장을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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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랑 감독은 "프로 선수는 언제든 '끝'을 외칠 수 있도록 준비해야한다. 은퇴 후 뭘 해야할지 몰라서, 혹은 선수로 뛰는 자체로 만족해선 안된다. 문성민이 제2의 인생을 잘 준비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혹시 문성민이 배구 현장에 남고 싶어한다면 어떨까. 블랑 감독은 "본인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 좋은 선수가 곧 좋은 지도자가 되는 건 아니다. 다만 문성민은 잘 배우면 훌륭한 지도자가 될 자질이 있다"고 강조했다.
문성민의 생각을 물었다. 그는 "여러가지 길을 생각하고 있다. 일단 향후 진로는 올시즌이 끝난 뒤 고민하겠다. 구단과도 이야기해봐야한다. 배구와 관련된 일이라면 무엇이든 열어놓겠다"고 답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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