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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1 (금)

'말씀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 대신 메모 전하고 사라진 감독[민창기의 일본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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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신조 감독이 지난해 말 구장을 찾은 우와사와를 반갑게 맞아주고 있다.



16일 니혼햄전에 선발등판한 우와사와. 친정팀과 경기에서 5이닝 5실점했다. 사진캡처=스포츠닛폰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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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사와는 보스턴에서 2경기, 4이닝을 던지고 마이너리그 통보를 받았다. 사진캡처=우와사와 나오유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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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후쿠오카 페이페이돔(후쿠오카돔). 원정팀 니혼햄 파이터스가 소프트뱅크 호크스를 8대3으로 눌렀다. 시범경기 주말 3연전 마지막 날 투타에서 완승을 거뒀다. 니혼햄은 1차전에서 2대2 무승부를 기록하고 2차전에서 2대4로 졌다.

에이스 이토 히로미가 5이닝 4안타 무실점 호투로 예열했다. 타선은 1회부터 터져 3회까지 9안타를 몰아쳐 5점을 뽑았다. 1회에 도루 2개를 기록하는 등 활발하게 움직였다. 하위타선도 매서웠다. 2회 1사후 7~9번이 3연속 안타를 때려 흐름을 끌어왔다.

니혼햄과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퍼시픽리그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스테이지(7전4선승제)에서 마주한 팀이다. 페넌트레이스 2위 니혼햄은 페이페이돔에서 1경기도 못 잡고 힘의 차이를 확인했다. 1위 소프트뱅크에 3연패를 당했다. 소프트뱅크가 1위 어드밴티지 1승을 포함해 4전승을 거뒀다.

신조 감독은 16일 경기가 끝난 뒤 살짝 미소를 머금고 취재진 앞에 나타났다. 그는 말없이 자신이 직접 쓴 메모를 전하고 인터뷰 없이 자리를 떴다. 진을 치고 기다리던 취재진은 황당했을 것이다. '말씀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신조 감독이 인터뷰를 대신해 전한 내용이다.

널리 알려진 사연이 있다. 이날 소프트뱅크 우완 우와사와 나오유키(31)가 선발로 나와 니혼햄 타자들을 상대했다. 우와사와는 2023년까지 니혼햄 선수였다. 2012년 입단해 12년간 70승을 올린 주축 선발투수였다. 두 차례 두 자릿수 승을 올리고, 2023년 마지막 시즌에 9승을 기록했다.

보통 소속팀 선수가 좋은 대우를 받고 이적하면 축하해 준다. 상대팀으로 만나도 경기를 전후해 따뜻한 인사와 격려가 오간다. 그런데 우와사와는 그렇지 못했다. 니혼햄 입장에선 배신자다. 니혼햄 원정팬들은 우와사와가 나오자 야유를 퍼부었다.

우와사와는 2023년 시즌이 끝나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쉽지 않은 길이기에 구단은 대승적인 차원에서 포스팅을 허락하했다. 대외적인 지명도가 낮아 마이너리그 계약이 불가피했다. 미국야구를 경험한 외야수 출신 신조 감독은 계약 조건을 보고 만류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선수 마음을 돌리기 어려웠다. 신조 감독은 "열심히 노력해 승격하면 성취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즐기고 왔으면 좋겠다"라고 응원했다.

우완 우와사와는 2012년 니혼햄에 입닪내 2023년까지 70승을 올린 주축 선발투수였다. 사진캡처=니혼햄 파이터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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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조 니혼햄 감독. 사진캡처=니혼햄 파이터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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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사와는 친정팀에 포스팅비 약 920만원을 남기고 탬파베이 레이스로 갔다. 그해 야마모토 요시노부(LA 다저스), 이마나가 쇼타(시카고 컵스), 마쓰이 유키(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초청 선수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가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보스턴 레드삭스로 이적해 메이저리그 승격에 성공했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커리어는 짧게 끝났다. 2경기, 4이닝을 던지고 마이너리그 통보를 받았다.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도전해 보겠다고 했던 다짐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는 일본으로 복귀했다. 그런데 니혼햄이 아닌 소프트뱅크를 선택했다. 4년 총액 10억엔. 좋은 계약 조건을 따라갔다. 현실적인 결정을 내렸다. 그가 지난해 말 열린 니혼햄 구단 행사에 참석했기에 배신감이 더 컸다. 당연히 니혼햄 유니폼을 입을 것으로 생각했던 니혼햄 팬들은 분노했다.

규정상 문제 될 건 없다. 다만 정서적인 문제, 도의적인 문제가 남는다. 니혼햄이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줬기에 미국행이 가능했다. 그렇다고 거액의 포스팅비로 구단에 재정적인 기여를 한 건도 아니다. 구단의 신뢰를 이용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

신조 감독은 "저런 선택을 내린 게 슬프다. 잘못 배운 것 같다. 팬들을 생각하지 않았다"며 이례적으로 분노를 표출했다. 일부에선 규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조 감독의 이 발언이 큰 파장을 일으켰다. 일본야구선수회는 우와사와에게 비난이 쏟아지자 "규정상 문제없다. 자제해달라"는 성명서까지 냈다.

사진캡처=탬파베이 레이스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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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경기 후 우와사와에 대한 질문이 나올 게 뻔했다. 신조 감독은 메모를 남기고 난감한 상황을 피했다. 그렇다고 오랫동안 악감정을 품고 갈 것 같지는 않다. 일본언론은 신조 감독의 성격이 그렇다고 했다.

올시즌 우와사와는 홋카이도 니혼햄 원정경기에 등판할 수 있을까. 고쿠보 히로키 소프트뱅크 감독이 정면돌파를 결정한다면 크게 주목받는 매치가 될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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