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17 (월)

울먹인 소녀도, 파워풀 여전사도… 모두가 제니였다

0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블랙핑크 제니, 첫 단독콘서트 현장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모두 제니였다. 분홍빛 야광봉을 흔드는 팬들을 보며 울먹인 ‘소녀’도, 파워풀한 랩과 강렬한 퍼포먼스를 선보인 ‘여전사’도,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자신을 사랑하자는 각오를 전달하는 ‘당당한 여성’도. 15일 오후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제니의 첫 단독콘서트 ‘The Ruby Experience(더 루비 익스피어리언스)’에선 K팝 스타 블랙핑크 멤버가 아닌 솔로 아티스트로서 제니가 지향하는 다채로운 음악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번 공연에서 제니는 7일 발매한 첫 번째 솔로 정규 앨범 ‘Ruby(루비)’에 수록된 15곡을 모두 선보였다. 공연은 6, 7일 이틀간 미국 로스엔젤레스(LA) 피콕 극장에서 시작돼 10일 뉴욕 라디오시티 뮤직홀, 이날 인스파이어 아레나까지 총 나흘간 이뤄졌다. 블랙핑크 멤버 로제와 뉴진스(NJZ), 트와이스, 레드벨벳 등 아이돌 그룹과 배우 김지원, 공효진 등 연예인도 객석에 자리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 편의 유려한 연극

“All the world’s a stage, And all the men and women memerly players(온 세상은 무대일 뿐이고, 모든 사람은 단지 연극을 할 뿐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극 ‘뜻대로 하세요’ 속 문구가 스크린에 등장한 뒤 공연이 시작됐다. 제니는 붉은 상의 위에 털자켓을 걸치고 등장해 거울 앞에서 ‘Start a war(스타트 어 워)’를 부를 땐 리듬 속에 우아하게 몸을 맡기는 ‘숙녀’ 같았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여성에 대한 애정을 담은 노래인 ‘Mantra(만트라)’에선 ‘리더’의 모습이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변화무쌍한 공연 흐름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게 했다. “자신의 본질을 사랑하자”는 메시지를 담은 댄스곡 ‘ZEN(젠)’에선 검정 파워숄더 자켓을 걸친 ‘여전사’로 변신했다. 다음 곡인 ‘Damn Right(댐라잇)’에선 곧바로 그루브한 R&B(알앤비) 감성을 잘 보여줬다.

특히 ‘Like Jennie(라이크 제니)’, ‘with the IE(위드 디 아이이)’, ‘ExtraL(엑스트라엘)’까지 연달아 부른 힙합 기반의 댄스곡 퍼레이드는 이번 앨범에서 제니가 추구하는 음악을 가장 잘 표현했다. 돌출 무대나 특별한 무대 장치가 배제된 제니의 퍼포먼스만으로도 몰입하기 충분했다. 특히 “잘난 게 죄니”라는 라이크 제니의 날카로운 한글 랩은 귀에 꽂혔고, 위드 디 아이이에선 마이크를 뚫는 성량이 빛났다. 객석을 채운 9000여 명의 팬들과의 호흡도 노련하게 맞춰갔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70분의 러닝 타임은 아쉬워

11곡을 연달아 부른 뒤에야 첫 토크를 선보인 제니는 끝내 눈물을 보였다. “정말 울지 않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렇게 많은 분들한테 무한한 사랑만 받았을 때 그걸 너무 받아들이기 어려웠어요.” 소녀 같은 말투로 숨돌리는 것도 잠시, “다시 공연 모드로 돌아가겠다”며 곧바로 나머지 곡들을 선보였다. 마지막 곡 ‘twin(트윈)’에선 오롯한 기타 연주에 맞춰 절친이었던 친구를 그리워하는 애틋한 감성을 보여줬다. 제니는 “언제나 좋은 음악을 하는 좋은 사람 제니일테니 지켜봐 달라”고 했다.

LA 공연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공연이 정규 앨범 발매에 맞춘 ‘쇼케이스성’ 공연임을 감안 하더라도 1시간 10분의 러닝타임은 다소 짧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K팝 가수들의 평균 공연 시간은 2시간 내외다. 이번 공연의 티켓 가격이 최소 15만 원 이상임을 고려하면 더욱 아쉽다는 평가다. 무대 폭을 넓지 않게 사용한 공연 연출도 제니의 퍼포먼스를 잘 뒷받침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노출 논란이 있었던 앞선 미국 공연과 달리 일부 의상을 교체해 노출 수위를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