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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8 (화)

2년째 제자리 'LTV 담합' 또 현장조사…은행권은 "억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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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2년간 결론 못 내리고 재조사
제재 결정 시 '정보교환' 적용 첫 사례
은행권 "비공개정보 담합과 전제부터 달라"


더팩트

공정거래위원회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한 재조사에 들어갔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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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선영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시중은행의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한 재조사에 나섰다. 2023년부터 진행한 조사에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음에도 2년 만에 다시 현장 조사에 들어가면서 은행권에 긴장감이 맴돌고 있다. 은행권에선 공정위의 무리한 조사가 반복되고 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은행권에선 무엇보다 "담합 할 이유가 없다"며 과도한 해석에 대해 억울하단 입장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은행의 LTV 담합 의혹과 관련해 재조사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지난 10일 우리은행, 12일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현장 조사를 실시했다. 조만간 국민은행, 하나은행에 대해서도 현장 조사를 실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4대 은행이 7500여 개에 달하는 LTV 자료를 공유한 뒤 이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춰 시장 경쟁을 제한하고 부당 이득을 취했다고 해석한다. 특히 의도적으로 LTV를 낮췄다며 '담합'으로 지적한다. LTV는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이 돈을 빌려줄 때 대출 가능한 한도를 나타내는 비율을 말한다. 공정위는 은행이 LTV를 낮추면서 고객을 유치하는 경쟁을 펼치지 않아 소비자 불이익이 발생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2023년 2월 '금융분야 과점을 해소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시작됐다. 공정위는 지난해 1월 4대 은행의 LTV 담합 혐의를 포착해 각 은행에 검찰의 공소장 격인 심사보고서를 발송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법원의 1심 격인 공정위 전원회의가 개최됐으나 최종 결론이 나지 않고 재심사 결정이 내려졌다. 당시 은행들은 단순 정보교환일 뿐 담합이 아니고 부당 이익도 없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재조사를 통해 4대 은행의 위법성이 입증되면 공정위가 '정보 교환 담합' 혐의로 제재를 내리는 첫 사례가 된다. 공정위는 지난 2020년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사업자 간 가격·생산량 등 정보를 주고받아 경쟁이 제한되는 경우 이를 담합으로 볼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혐의 인정 시 '매출의 20%'인 과징금 비율에 따라 은행들에 수천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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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에선 담보인정비율(LTV) 담합 의혹에 대해 "담합 할 이유가 없다"며 과도한 해석에 대해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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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과징금 리스크가 예상되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식적인 공정위의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 해당 은행들은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은행권에선 LTV 담합 의혹에 대해 "담합 할 이유가 없다"며 과도한 해석에 억울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담합으로 인정되려면 다른 사업자의 경쟁을 제한하거나 은행이 이익을 본 것이 있어야 하는데 오히려 대출을 많이 못 한 만큼 손실을 보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은행권에선 대출 금리는 LTV보다는 차주의 상환 능력과 신용 등급 등에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금융당국이 대출 건전성을 들어 LTV 비율을 규제하는데 공정위에서 LTV를 높여 주지 않았다고 문제 삼는 것은 엇박자라는 의견도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LTV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여러가지 요인을 고려한다. 경매 낙찰가라던가 채권 보존을 할 수 있는지 잔존 가치에 대한 평가, 연체나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수 가능성을 보고 판단한다"며 "LTV를 낮게 설정하면 은행 입장에선 영업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굳이 담합해서 LTV를 맞출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LTV 정보는 국민 누구나 각 영업점에 방문해서 상담만 받아봐도 알 수 있는 정보이기에 입찰 전 비공개정보를 담합하는 것과는 아예 전제부터 다르다고 할 수 있다"며 "은행들 입장에서 타행들의 LTV 정보를 수집, 확인하는 것은 담보물에 대한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다. 대출 관련 당국 규제가 워낙 심한 은행업권에서 LTV 정보 교환을 통해 무슨 이득을 볼 수 있는 메커니즘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LTV를 낮춰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대출금이 줄었다'는 주장에도 공감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대출금 산정에는 LTV뿐만 아니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DTI(총부채상환비율) 등 여러 규제가 함께 적용되기 때문이다.

앞선 관계자는 "실제 주담대를 받아본 실수요자분들은 인지하겠지만 대부분 지역에서 LTV보다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에 은행들이 LTV 담합을 할 이유가 전혀 없기도 하다"고 했다.

한편, 4대 시중은행의 부당한 공동행위 조사가 무리하다는 지적에 대해 공정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문재호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은행 LTV 담합 의혹 조사가 끼워 맞추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지난해 11월 전원회의에서 새로 제기된 주장들이 있어서 추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재심사 명령에 따라 저희들이 그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라며 "그래서 저희가 이걸 무리하게 끼워 맞추기를 했다든가 이건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 국장은 "전원회의에서 객관적이고 충실한 심의를 거쳐 결론을 도출하기 위한 어떤 추가적인 조사를 명령했기 때문에 그거에 따라서 진행 중인 사항"이라고 덧붙였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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