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 출신 탈북민 역할 소화 고충은?
전 세계적 기대와 관심, 부담 없었나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박규영은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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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규영이 '핑크 가드'로 국내외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박규영에겐 역할의 임팩트를 고스란히 살리는 것에 대한 부담감만이 숙제는 아니었다. 워낙 많은 시선과 평가를 받는 작품 속에서 자신의 템포와 에너지를 유지하며 스스로를 다잡았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박규영은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품은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극중 박규영은 군인 출신의 탈북민 노을을 맡았다. 노을은놀이공원에서 인형 탈을 쓰고 일하면서 북에 두고 온 딸을 찾으려는 인물로 게임의 진행 요원인 핑크가드의 분홍색 유니폼을 입었다.
'오징어 게임2'는 공개 직후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기준 93개국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부문 글로벌 TOP 10 1위를 차지했다. 또 지난 1일 넷플릭스가 발표한 비영어권 시리즈 부문 주간 순위에서도 전 세계 1위를 석권, 공개 4일 만에 시청 수 6,800만을 누적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앞서 박규영은 시즌2 합류를 알린 순간부터 폭발적인 화제성을 견인했다. 그간 '스위트홈' 시리즈와 '셀러브리티' 등 여러 넷플릭스 작품에 출연했지만 '오징어 게임'이라는 거대 히트작 안에 들어가는 것은 그에게도 큰 부담일 터다. "제게 이런 화제작은 처음이에요. 언제나 새롭지만, 이번에는 더 신기해요. 부담감이라는 감정이 책임감으로 이어지는 감정이라면 좋게 작용을 하곤 해요. 크게 부담을 가지는 게 제겐 좋지 않다는 판단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어요.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피드백을 받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철저히 베일에 감춰졌던 노을의 역할은 핑크 가드였다. 딸을 잃은 후 희망 없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를 흡입력 있게 소화하며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핑크 가드로 등장하는 것에 대한 반전에 대해 해외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이 잇따르는 중이다. 이를 두고 박규영은 "제게도 놀라셨으면 좋겠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해외 유튜버 리뷰를 봤는데 너무 놀라시더라. 신났다. 제가 존재하는 포인트에서 많은 분들이 재미를 느꼈다는 것이 당연히 뿌듯하다"라고 돌아봤다.
박규영은 엄중한 비밀 유지 속 조용히 오디션에 임했다. 제작진이 오디션 제안을 건넸고 박규영은 연기 영상을 보낸 후 대면 오디션을 거쳐 노을 역을 쟁취했다. 그 역시 발탁되고 나서야 핑크 가드가 됐음을 알게 됐단다. "캐스팅이 되고 나서야 핑크 가드 역할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의도적으로 임팩트를 남기려고 하진 않았어요. '오징어 게임'이 아니어도 제겐 이야기나 역할을 해내는 것이 중요했고 본질적인 것에 집중을 해야 진실되게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핑크 가드라는 것이 극중 숨겨져 있고 반전으로 느끼는 부분이기에 제가 그 안에 존재한다는 것은 좋았어요."
의도적으로 박규영은 연기적 힘을 빼고 버석한 톤을 유지했다. 일상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느린 호흡을 내내 유지했다는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황동혁 감독은 박규영에게 '노을'이라는 이름의 의미를 두고 "노을은 불씨가 꺼져서 어둠속으로 들어가는 역할"이라고 설명했고 박규영은 이를 충실히 표현해냈다. 이처럼 이름에서도 느낄 수 있듯, 딸을 찾는 작은 기대 빼곤 삶에 대한 의지가 없는 인물이 완성됐다. 노을을 표현하는 과정을 떠올린 박규영은 "모든 에너지를 몸에서 덜었고 호흡도 덜었다. 그런 에너지가 연장되어야 어둠 속 땅끝에 있는 느낌을 낼 수 있지 않을까. 그래야만 캐릭터가 설명되고 보이지 않는 장면까지 설명될 것 같았다. 저는 인물을 연산적으로 이해하기 보다 가슴으로 이해한다. 노을은 딸을 잃어버린, 모성애로 표현이 되는 인물이다. 가장 자신에게 소중한 것, 나아가서 자신의 일부를 상실한다. 제가 이야기에 집중하면 잘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박규영은 본지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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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1의 팬이었지만 정작 게임에는 참여하지 못한 아쉬움도 있을까. 이에 박규영은 "게임 세트장에서 촬영하는 것이 부러웠다. 다른 배우들은 별로 촬영을 하니 친해졌다. 저는 오며가며 대기실, 분장실에서 인사드린 것이 다였다"라면서 "외웠다. 제작발표회 때 이미 다 친해져 있었다. 그래도 양동근 선배님이 워낙 재밌다. 무드 자체가 멋있다. 시완 오빠가 워낙 잘 분위기를 리드한다"라고 언급됐다. 현장 분위기에 대해선 "제 촬영분이 없을 때도 모니터링을 했는데 선배들은 모니터를 뚫고 나가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하다. 기회가 된다면 선배들과 호흡을 해보고 싶다. 절박함과 긴장감이 선배들 속에서 뚫고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어 "황동혁 감독님은 자신이 생각하는 바, 가려는 지점이 정말 명확하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스태프들이 혼란스럽거나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이 작품이 촬영 규모나 난이도가 쉽다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럼에도 현장은 정말 재밌었다"라고 떠올렸다.
그렇다면 시즌3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까. 이에 박규영은 "시즌2에서 설명되지 못했지만 궁금해 할 수 있는 부분이 시즌3에서 명확하게 풀어질 것이다. 많은 캐릭터와 이야기들이 끝맺어진다. 감독님께서 만든 세계관이 충분히 설명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는 6일에는 제8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개최된다. '오징어 게임2'는이례적으로 공개 전 작품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을 기대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규영은 "아직 감독님이나 선배들과 골든글로브에 대한 이야기를 하진 못했다. 지금의 저는 많은 분들이 봐주시고 관련된 일정들을 소화하는 것에 충실하고 있다. 상을 탄다면 너무 좋을 것 같다. 상을 타게 된다면 감독님에게 축하 문자를 보낼 생각이다"라고 말하며 활짝 웃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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