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산서원 기둥에 못 박고 소품 설치
서경덕 교수 "단순 처벌로 끝나면 안 돼"
배우 서현(왼쪽)과 옥택연이 출연하는 KBS2 새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가 촬영 소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문화재를 훼손한 사실이 발각돼 큰 비판을 받았다. /나무엑터스, 피프티원케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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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최수빈 기자] KBS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팀이 경북 안동 병산서원 훼손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문화유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당했다.
민서홍 건축가는 지난 2일 자신의 SNS에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팀이 문화재 훼손하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다. 이후 논란이 되자 KBS는 사과하며 "병산서원 관계자들과의 협의를 통해 복구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경덕 교수가 "단순 처벌로만 끝날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하는 등 논란은 계속됐고 결국 KBS 촬영팀이 고발까지 당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민 건축가가 올린 게시글에 따르면 KBS 드라마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팀은 문화재 나무 기둥 상단에 소품용 등을 설치했다. 그는 "서원 내부 여기저기에 드라마 소품으로 보이는 물건들이 놓여있었고 몇몇 스태프들이 등을 달기 위해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있었다"며 "둘러보니 이미 만대루의 기둥에는 꽤 많은 등이 매달려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태프에게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고 물었지만 스태프들은 귀찮다는 듯 '이미 안동시의 허가를 받았다'며 '궁금하시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겠느냐. 허가받았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설명해야 하는 거냐'고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성을 내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화재를 촬영 장소로 허락해 주는 것도 과연 올바른 일일까 의문이다. 더욱이 공영방송 KBS 드라마 촬영 과정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는 것이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팀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경북 안동 병산서원의 기둥을 훼손했다. /SNS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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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커지자 KBS는 2일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KBS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병산서원 관계자들과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를 위한 절차를 협의 중이다. 앞으로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럼에도 대중의 분노는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특히 서경덕 교수는 3일 "최근 몇 년간 국내에서 '문화재 훼손'이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8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선릉의 봉분을 훼손한 사건, 2년 전 경복궁 담벼락에 낙서 테러를 벌인 사건 등 어이없는 일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왔다"며 "이젠 단순 처벌로만 끝날 것이 아니라 문화재의 중요성에 관한 '시민의식'을 개선해야만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결국 KBS 촬영팀은 경찰에 고발까지 당했다. 고발인 A 씨는 3일 국민신문고 민원 신청을 통해 'KBS 드라마 촬영팀의 문화재 훼손 사건'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문화유산 보존과 활용에 관한 법률 제92조(손상 또는 은닉 등의 죄) 제1항을 위반한 혐의를 수사해달라"고 촉구했다.
이어 "국민 수신료로 운영하는 공영방송 KBS가 공공자산인 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상업적 목적을 위해 문화재를 훼손한 것은 심각한 범죄"라며 "복구 절차가 협의됐다고 하더라도 문화재 훼손 자체가 법적으로 위반된 행위임을 부인할 수 없다. 철저히 수사해 엄중히 처벌해달라"고 요청했다. 경찰은 이날 중 해당 고발 접수 내용을 확인한 뒤 안동경찰서에 배당할 방침이다.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는 평범한 여대생의 영혼이 깃든 로맨스 소설 속 단역이 소설 속 남자주인공과 하룻밤을 보내며 펼쳐지는 내용을 그린 로맨스다. 배우 서현 옥택연 등이 출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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