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년간 뭘 했는지 보라" 허정무 후보, KFA·정몽규 후보 맹비판..."제2의 손흥민 발굴 시스템 필요"[일문일답]

[OSEN=축구회관, 고성환 기자]

[OSEN=신문로, 고성환 기자] 제55대 대한축구협회(KFA) 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허정무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정몽규 전 회장과 KFA를 다시 한번 공개 비판했다.

허 후보는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KFA 축구회관에서 대한축구협회장 후보 기자회견을 열어 공약 발표 및 일문일답을 진행했다.

12년 만에 치러지는 이번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오는 8일 진행된다. 선거인단은 총 194명이며 새 회장의 임기는 1월 22일부터 시작된다. 허 후보와 4선에 도전하는 정몽규 전 회장, 신문선 명지대학교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스포츠기록분석학과 초빙교수의 3자 대결 구도로 치러질 예정이다.

'기호 3번' 허 후보는 앞서 "대한민국 축구가 흔들리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의 독단적이고 독선적인 운영체계는 급기야 시스템의 붕괴라는 참혹한 결과를 낳았다"라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작은 밀알의 역할을 자처하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선거를 5일 앞두고 두 번째 기자회견을 진행한 허 후보. '기울어진 운동장'을 외친 그는 선거운영위원회 미공개와 제3자 참관인 없이 진행된 선거인 추첨, 선거인 21명 제외 등에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협회의 선거 관리는 매우 심각한 상태다. 그래서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금 떠나면 편하겠지만, 앞으로 축구를 위해 헌신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지 않겠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라며 완주를 약속했다.

또한 허 후보는 "나는 평생 스포츠인으로 살아오며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키려 노력했다. 많은 이들의 폭넓은 의견을 청취하고 신중히 고민해 무엇이 축구 발전을 위한 것인지 빠르게 결정하겠다"라며 "대한민국 축구의 미래 100년을 위해 뛰겠다. 훌륭하고 공정하게 축구 꿈나무를 발굴하며 월드컵 8강 이상, 글로벌 10위권 안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선수, 감독, 행정가, 경영인을 모두 경험한 저 허정무가 반드시 해내도록 하겠다"라고 다짐했다.

[OSEN DB]

■ 다음은 허 후보와 일문일답.

-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지 않는다면.

축구팬분들이나 국민분들께서 많은 점을 모르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번엔 안 되더라도 다음 선거에서만큼은 반드시 투명하고 공정하게 열려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언론인을 포함해 많은 분들께서 관심을 가져주고 있기 때문에 소기의 목적은 달성했다고 생각한다. 투표를 회피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 축구를 하다가 심판이 공정하지 못하다고, 운동장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해서 중단하는 경우는 없다. 끝까지 완주하겠다. 신중히 고민해서 1월 8일 투표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선거위에 문의해보니 정책 토론회를 열려면 후보가 요청해야 한다고 한다. 더 적극적으로 추진할 생각이 있는지.

이런 문제점을 매번 질의해 왔다. 하지만 선거위에선 묵묵부답으로 뭉개왔다. 그러다 사전 투표나 온라인 투표도 어제 저녁에야 통보받았다. 이런 모든 문제점을 정몽규 후보, 신문선 후보와 공개 토론이라도 빨리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공개적으로 토론 제의를 하고 싶다.

- 만약 토론회가 열린다면 많은 비판을 해온 정 후보에게 어떤 문제점을 언급하고 싶은지.

어떤 문제라도 응할 생각이 있다. 정책이나 선거 관리, 협회 운영 모두 좋다. 어떤 문제라도 국민분들 앞에서 당당히 토론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

- 선거인 명부 구성 과정에 문제를 제기했다. 다만 다른 협회도 비슷한 프로세스로 치러지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굉장히 불공정한 과정이다. 대한체육회에서도 일정과 선거인 명부 등 모든 걸 공개한다. 선거인 명부를 추첨할 때도 참관인을 대동한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모든 게 깜깜이다. 이건 생각해 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절대 앞으론 이래선 안 된다. 처음에 개인 정보 동의서를 받고 해당하는 사람들로만 추첨했다면 선거인단이 줄어드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규정에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어긴 게 아니겠는가.

- 제기한 문제들이 시스템 문제라고 생각하는가 혹은 특정인을 밀어주기 위한 의도라고 생각하는가.

사실 시스템이 어떻게 돼 있는지를 알 수 없다. 그것도 공개해야 한다. 선거인 명단을 공개하여 후보들도 문제가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프로세스 자체가 없다. 후보자들도 모르고 있다. 회의에 몇 번 이루어진 건지 회의록이 존재하는지조차 알 수 없다. 규정의 잘잘못을 떠나 실행 과정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상급 기관인 대한체육회와 비교해 봐도 많은 차이가 난다. 특정인을 밀어주려는 의도인지는 내가 그런 말씀을 드리기 보다는 여러분의 판단에 맡기겠다.

- 신문선 후보와 단일화 계획도 있는가.

완주에는 변함이 없다. 단일화 가능성은 항상 열어두고 있다. 신문선 후보도 자기 분야에서 나름 훌륭한 분이다. 시간이 며칠 남지 않았지만, 한국 축구를 위한 마음이 서로 통한다면 단일화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 토론회를 먼저 더 적극적으로 제안할 생각이 있는가.

이 자리를 빌어 다시 제안하겠다. 답이 있어야 소리치는 사람도 어떤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하지만 아무리 이야기해봐도 답이 없다면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일부 언론에서 제의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거기에 대한 답이 없다. (협회나 선거위에 직접 제안한 적이 있는가) 협회나 선거위에 구체적으로 제안한 적은 없다. 다만 언제든지 환영이라고 밝혔다.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답했다. 협회에서 의지가 있을까 싶다. 찻집에 앉아서 토론할 순 없진 않겠는가. 장소 같은 부분은 미디어의 도움을 받아야 할 것 같다. 의지만 있다면 분명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기울어진 운동장, 불공정과 불투명을 강조했다. 협회가 어디부터 잘못됐다고 생각하는가.

잘못은 문체부 감사를 통해 충분히 나왔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클린스만 감독 선임 과정에서도 그랬다. 위약금 문제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분명히 전력강화위원회, 기술발전위원회가 다 있다. 하지만 제대로 기능을 발휘했는가.

지금 현장에 있는 유소년이나 심판 등 한국 축구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의 실태를 파악해보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8인제 축구를 1심제로 진행하고 있고, 하루 만에 다른 클럽으로 가서 뛰어도 아무런 제지도 없다. 한 클럽에서 두 팀, 세 팀으로 나뉘어 출전하는 기괴한 상황도 그냥 넘어가고 있다. 프로 2부 심판이 연봉 1600만 원에서 2000만 원도 안 된다. 그 이하도 있다. 어떻게 이 사람들이 공정한 판정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축구를 위해 열심히 뛸 수 있겠는가. 제대로 바로세워서 한국 축구가 길을 잡아야 한다.

이제는 월드컵 8강을 노릴 때다. 세계 10위권도 결코 꿈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부실한 기초에서는 절대 불가능하다. 기초부터 탄탄히 잡아서 제2의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같은 선수들이 꾸준히 나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 12년 동안 무엇을 해왔는지 뭐가 발전했는지 뭘 잘못했는지를 생각하면 답은 빨리 나올 것이다.

- 선거위에서는 후보가 직접 토론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밝혔는데(규정상 후보는 주관 불가능).

그렇다면 운영위에서 처음부터 그렇게 명쾌히 설명부터 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예를 들어 선거인 명단을 어떻게 작성했는지, 몇 사람이 언제 회의를 개최했는지, 또 194명으로 171명으로 줄어든 이유 등을 세세하게 밝혀야 할 의무가 있다. 후보 토론회 이야기가 나오니 또 떠넘기기 식으로 얘기하고 있다. 과연 일을 제대로 하는 건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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