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배구에 육각형 팀은 존재할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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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육각형 인간’이라는 말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보통 △외모 △성격 △학력 △자산 △직업 △집안 등 여섯 가지를 갖춘 사람을 이렇게 표현합니다.
‘발리볼 비키니’는 올스타 브레이크 기간을 맞아 △서브 리시브 △세트 △공격 △블로킹 △디그 △서브 등 여섯 가지 기준으로 ‘육각형 팀’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이후 등장할 그래프에 사용한 기록은 아래와 같습니다.
• 서브 리시브 = 리시브 효율
• 세트 = (상대 블로커가 없거나 1명인) 러닝 세트 비율
• 공격 = 공격 효율
• 블로킹 = 상대 팀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블로킹 득점으로 연결한 비율
• 디그 = 상대 범실과 우리 팀 블로킹을 제외하고 상대 공격 시도를 디그로 연결한 비율
• 서브 = 상대 팀 리시브 효율
아, 모든 기록은 당연히 프로배구 2024~2025 V리그 전반기 종료 시점 기준입니다.
그리고 리그 평균을 0점으로 놓고 각 팀이 얼마나 잘하고 못했는지 ‘표준 점수’로 바꿔 그래프를 그렸습니다.
남자부부터 전반기 성적 역순으로 그래프를 하나씩 확인해 보겠습니다.
2024~2025시즌 전반기 7위 OK저축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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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K저축은행(승점 15·4승 14패)은 전반기에 안 된 게 딱 두 가지 있습니다. 공격과 수비.
요컨대 박한(79) 전 고려대 농구부 감독이 남긴 이야기가 딱 맞아떨어지는 상황이었던 것.
오기노 마사지(荻野正二·55) 감독은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모든 팀이 우승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나는 ‘재미있는 배구’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레오(35)와 재계약하지 않았습니다.
적어도 전반기에 재미있는 배구를 한 팀은 오히려 레오를 붙잡는 데 성공한 현대캐피탈 아니었을까요?
2024~2025시즌 전반기 6위 한국전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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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승점 19·8승 10패)은 시즌 개막과 동시에 5연승을 내달렸습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엘리안(25·쿠바)이 무릎 부상으로 빠지면서 바로 5연패를 당했습니다.
이를 달리 말하면 엘리안을 제외하면 팀에 믿을 만한 ‘창’이 부족했다는 뜻도 됩니다.
이 때문에 리시브와 세트 모두 리그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을 남기고도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종목과 리그를 막론하고 이럴 때는 감독 지휘력에도 물음표가 따라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2024~2025시즌 전반기 5위 삼성화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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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승점 23·6승 12패)는 한국전력과 반대 케이스에 가깝습니다.
팀 전력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상우(52) 감독이 ‘꾸역꾸역’ 팀을 끌고 간다고 할 수 있습니다.
‘몰방(沒放) 배구’ 원조인 팀에서 외국인 선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에 삼성화재는 외국인 선수를 그로즈다노프(31·불가리아)에서 막심(36·러시아)으로 교체하면서 승부수를 띄운 상황.
삼성화재가 치열한 중위권 경쟁을 이겨내서 7시즌 만에 ‘봄 배구’ 무대를 밟을 수 있을까요?
2024~2025시즌 전반기 4위 우리카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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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카드(승점 24·9승 9패)는 상대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9.7%를 블로킹 득점으로 연결한 팀.
전반기 4위 자리를 놓고 맞붙은 3라운드 마지막 경기에서도 블로킹 16개를 잡아내면서 승점 3을 보탰습니다.
문제는 우리카드 전체 공격 시도 가운데 9.8%도 상대 블로킹 득점으로 바뀐다는 점.
우리카드는 팀 공격 성공률(51.1%)은 2위지만 효율(0.340)은 4위입니다.
결국 순위를 더 끌어올리고 싶으면 교체 외국인 선수 니콜리치(24·세르비아)가 좀 더 팀에 녹아들어야 합니다.
2024~2025시즌 전반기 3위 KB손해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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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손해보험(승점 26·9승 9패)에서는 비예나(32·스페인)가 바로 그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KB손해보험은 5연패로 시즌을 시작했지만 2라운드 이후 비예나가 이 기간 3위에 해당하는 공격 효율 0.398을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탔습니다.
KB손해보험 주전 세터 황택의(29)는 러닝 세트 비율 30.2%로 리그 평균(32.2%)보다도 기록이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상대 블로커가 2명 이상인 상황에서도 비예나는 공격 성공률 53.6%를 기록하면서 차곡차곡 점수를 올렸습니다.
리베로 정민수(34)가 이끄는 수비 라인도 KB손해보험이 상승세를 기록한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2024~2025시즌 전반기 2위 대한항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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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승점 36·11승 7패)은 정규리그, 챔피언결정전 5연패에 도전하는 팀답게 육각형에 가장 가까운 전력을 자랑했습니다.
특히 넓은 의미에서 ‘수비’로 평가할 수 있는 영역에 있어서는 대한항공이 확실히 가장 안정적인 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배구는 결국 상대 코트에 공을 떨어뜨리지 못하면 이길 수 없는 종목.
이번 시즌 현재까지 현대캐피탈을 상대로 공격 효율이 가장 떨어지는 팀이 대한항공(0.267)입니다.
그 바람에 결국 현대캐피탈에 승점 10이 뒤진 채 전반기를 마감해야 했습니다.
2024~2025시즌 전반기 1위 현대캐피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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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승점 46·16승 2패)은 대한항공과 달리 육각형과 거리가 있는 팀입니다.
대신 공격 효율과 블로킹 그리고 서브 등으로 상대 코트를 폭격하면서 선두를 질주했습니다.
그리고 약 4년 전 ‘발리볼 비키니’를 통해 말씀드린 것(https://bit.ly/38blPWv)처럼 이 세 가지는, 머신러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남자부 경기 승패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록입니다.
또 기록이 전체적으로 나쁘다고 해도 위기 상황에서는 전광인(34)도 코트를 밟을 수 있기 때문에 수비력 전체가 떨어진다고 보기도 쉽지 않습니다.
요컨대 어차피 육각형을 그릴 수 없는 상황에서는 잘하는 걸 더욱 잘하는 쪽을 선택하는 게 결국 성적을 끌어올리는 방법인지 모릅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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