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토트넘이 '포스트 손흥민'을 차근차근 실행하는 모양새다.
지난해 하반기 20살 안팎의 젊은 윙어들을 대거 영입하더니 이젠 즉시 전력감을 데려올 태세다. 이미 선수도 찍었다. 손흥민의 입지를 위협할 전천후 공격수로 여겨진다.
손흥민은 지난 1일까지 토트넘과 새 도장을 찍지 않으면서 전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게 됐다.
오는 6월 이적료 없이 다른 팀으로 갈 가능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토트넘이 아직 조용한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손흥민이 빅클럽과 연결되고 있다는 뉴스가 끝없이 나오는 중이다.
반면 토트넘이 그와 지난 2021년 계약을 맺을 때 체결한 1년 연장 옵션을 조만간 행사할 것이란 관측 내지 확신도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글로벌 매체 ESPN은 지난 1일 토트넘이 손흥민의 현 계약 1년 연장을 못 박았다.
ESPN은 "토트넘은 손흥민의 계약을 1년 더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이 있어 클럽 입장은 비교적 여유가 있는 편"이라며 "소식통에 따르면 손흥민은 내년 여름이 토트넘에서 10년을 보내는 해임에도 새로운 계약 논의가 없다는 사실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이어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의 인색한 성격을 감안할 때, 옵션을 발동한 다음 추후 상황을 검토하는 것이 가장 논리적인 결과로 보인다. 손흥민이 이례적으로 시끄럽게 굴지 않는 조건 아래서 그렇다"고 했다. 손흥민이 옵션 행사로 뭔가 강한 메시지를 던지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토트넘과 1년 연장 옵션 행사엔 별다른 이의 제기가 없을 것이란 뜻이었다.
옵션 행사는 손흥민의 거취에 있어 주요 변수가 틀림 없다. 1월1일 전후로 유럽 굴지의 구단들이 손흥민 거취에 관심을 드러내며 다시 러브콜 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세계적인 명장 조세 무리뉴 감독이 이끄는 튀르키예 명문 페네르바체가 러브콜을 보내더니 1일부터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과 손흥민이 다시 이어지기 시작했다.
'손케 콤비' 재결성은 유럽에서도 큰 관심인 모양이다. 영국 유력 타블로이드지가 해리 케인이 뛰고 있는 독일 최고 명문 바이에른 뮌헨 이적을 거론하고 나섰다.
앞서 지난달 29일 이탈리아 전국 단위 최고 유력지 '라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손흥민에 대한 페네르바체의 러브콜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신문은 유럽에서도 굴지의 매체로 인정받고 있어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무리뉴 감독은 페네르바체에 부임한 직후인 지난해 여름에도 손흥민에 러브콜을 보낸 적이 있었다. 당시 토트넘이 강력 부인하는 등 손흥민 보낼 생각이 없음을 전한 터라 이번 두 번째 러브콜에 미디어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손흥민은 지난 2015년 토트넘에 입단한 뒤 두 차례 계약서를 다시 썼다. 가장 최근 갱신한 것이 2021년 4년 계약 체결이었다. 새해 6월에 기간이 끝나는 셈이다.
손흥민의 경우는 특수한 상황이긴 하다. 토트넘이 손흥민의 현 계약을 1년 연장할 수 있는 옵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는 손흥민이 현 소속팀과 지금 계약을 1년 연장할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했다. 새해 들어서도 옵션의 존재감이 적지 않다.
글로벌 스포츠 매체 '디 애슬레틱'은 지난달 26일 "토트넘이 손흥민과 수비수 벤 데이비스의 계약에 대한 연장 옵션 활성화를 결정했다"며 "두 선수들을 1년 더 팀에 묶어둘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토트넘은 일단 지난해 31일 자정까지 침묵했다.
손흥민의 기존 계약은 2025년 6월에 끝나지만, 토트넘이 연장 옵션을 발동시키면 2026년 6월까지 토트넘에 머물러야 한다. 토트넘이 이 옵션을 일방적으로 행사하면 손흥민이 따라야 한다는 게 대다수 언론들의 견해다. 거꾸로 구단이 이를 발동하지 않으면 손흥민은 내년 6월에 토트넘을 떠나야 한다는 뜻이다.
반면 선수 동의 없이 옵션 행사가 어려울 거라는 견해도 있었다. 4년 전 맺은 계약이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지난 뒤 구단이 손흥민의 의사를 물을 필요는 있다는 얘기다.
지난 2019년 당시 토트넘 수비수 토비 알데르베이럴트는 구단의 1년 옵션 행사에 동의하는 대신 400억원 가량의 바이아웃을 설정해 이적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기도 했다.
1년 연장 옵션 행사에 대해 토트넘이 내년 여름 손흥민과 결별하기로 마음을 굳혔으나 '공짜'로 보내지 않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분석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손흥민이 보스만 룰 대상이 됐다.
손흥민은 토트넘과 현재 연봉을 최소 동결하는 형태로 3년 이상의 다년 계약을 원하고 있다. 토트넘 입장에서도 경기마다 한국 및 아시아 팬들이 줄을 잇는 등 손흥민의 마케팅 파워가 폭발적이기 때문에 그를 남겨두는 게 상업적으로 이로울 수 있다.
반면 토트넘이 이미 손흥민과의 결별을 결심하고 대안 모색에 나서고 있는 정황도 드러나는 중이다.
양민혁, 윌손 오도베르, 마이키 무어를 이적 혹은 유스에서의 승격 등으로 1군에 합류시킨 토트넘은 프리미어리그 수준급 윙어 영입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 매체 '풋볼 인사이더'는 3일 "토트넘이 마테우스 쿠냐를 주시하고 있다. 공격진 세대교체에 드라이브를 걸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쿠냐는 지난해 말 황희찬의 이번 시즌 1호골을 도운 선수로 잘 알려져 있다.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프턴에서 뛰고 있는데 스트라이커, 윙어, 2선 공격수를 모두 소화할 수 있다.
1999년생이어서 토트넘에 오면 손흥민 입지를 위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쿠냐와 도미니크 솔란케, 브레넌 존슨, 데얀 쿨루세브스키 등이 공격진을 꾸리는 방식이다. 쿠냐는 스피드가 손흥민 최전성기 만큼은 아니지만 브라질 출신 답게 개인기는 프리미어리거 중에서도 가장 빼어나단 평가다. 물론 아스널, 첼시, 애스턴 빌라 등과 경쟁해야 하는 난관이 놓여 있긴 하지만 쿠냐를 줄기차게 노리는 것 자체가 토트넘의 공격진 세대교체 의지를 알린다.
토트넘이 쿠냐를 영입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손흥민 매각이다. 손흥민을 팔아야 1000억원 이상 되는 쿠냐의 이적료를 융통할 수 있다. 최근 들어 토트넘이 손흥민 계약 1년 연장의 이유로 이적료를 받고 팔기 위해서라는 주장이 설득력 얻는 이유다.
다만 외신은 손흥민을 FA로 영입할 때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어 토트넘과 손흥민의 재계약, 1년 연장, FA 이적 등을 위한 수싸움이 새해 치열할 전망이다.
영국 매체 더선도 1일 '지금 당장 유럽 구단과 계약할 수 있는 프리미어리그 FA 10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손흥민을 다루면서 그의 토트넘 이른 퇴단 가능성을 알렸다.
더선은 "전 토트넘 스트라이커 해리 케인이 바이에른 뮌헨에서 쏘니를 환영할 것이라는 뜻을 전한 것을 듣고 그는 최선의 선택을 고민할 수도 있다"고 했다.
케인은 지난달 팬포럼에서 데려오고 싶은 토트넘 선수를 묻는 질문에 바로 "쏘니(손흥민)"이라고 대답한 뒤 "그라운드 밖에서도 훌륭한 선수다. 지금 분데스리가에 와도 잘 할 것"이라고 극찬했다. 손흥민은 독일에서 5년간 선수 생활을 했기 때문에 세계 굴지의 팀 뮌헨이라면 이동할 수도 있을 거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손흥민은 최근 부진설에 휩싸였지만 기량도 아직 수준급이라는 평가가 프리미어리그에서 걸출한 활약을 펼친 토트넘 선배에게 나온 상황이다.
영국 매체 '미러'는 지난달 말 "전 토트넘 윙어 안드로스 타운센드는 손흥민이 이번 시즌 우려스러운 성적에도 불구하고 프리미어리그에서 여전히 많은 것을 제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라며 "그는 많은 비평가들이 손흥민을 폄하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타운센드는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지금 32살이니 분명히 신체적으로 하락세는 있겠지만, 그는 여전히 최고 수준에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손흥민은 여전히 양발을 잘 사용하고, 기술이 뛰어나고, 까다롭고, 볼을 빼앗긴 상황에서 짐승처럼 압박할 수 있다"라며 "그는 여전히 모든 사람이 아는 선수이다. 그저 지금은 완전히 정상적인 나쁜 순간을 겪고 있을 뿐"이라며 현재 부진은 일시적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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