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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5 (일)

갈수록 의미 희미해지는 연봉의 규모, 얼마가 아닌 ‘어떻게’ 쓰는지가 핵심…구단 방향성+감독의 역량이 더 중요한 시대로[SS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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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전북 현대 선수들이 지난해 12월1일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서울 이랜드와의 승강플레이오프 1차전 후 관중을 바라보고 있다.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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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분별력 없는 지출은 화를 부른다. 인플레이션이 심해질수록 구단의 운영 능력과 지도자의 역량이 더 빛나는 법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공개한 2024년 연봉 내역을 살펴보면 지출이 순위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K리그1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인건비 약 205억원을 쓴 전북 현대는 정규리그 10위에 머물며 승강플레이오프로 향했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약 127억원으로 연봉 5위에 올랐지만 다이렉트 강등팀이 됐다. 반면 연봉 순위 10위로 약 84억원만 쓴 강원FC는 준우승을 차지하는 파란을 일으켰다. 수원FC도 약 88억원으로 적은 돈을 썼지만 5위에 올랐다.

2부 리그인 K리그2 사정도 다르지 않다. 연봉 1위 수원 삼성은 플레이오프에도 가지 못하는 6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2위 성남FC는 아예 꼴찌에 머물렀다. 오히려 약 47억원으로 연봉 6위에 머문 FC안양은 우승을 차지해 다이렉트 승격에 성공하는 역사를 썼다. 안양보다 많은 약 49억원을 지출한 경남FC의 경우 12위에 자리했다.

바야흐로 인플레이션의 시대다. K리그 팀이 25팀(2025년부터 26팀)으로 늘어나면서 선수 인건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상승하고 있다. 연봉 공개, 재정건전화 규정을 무색하게 하는 리그 환경이 선수 몸값을 오히려 뛰게 만드는 역효과를 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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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2 연봉 6위에 머물고 우승한 FC안양.사진 |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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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은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하게 돈을 쓰게 된다. 강등을 피하기 위해, 혹은 승격하기 위해 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선수 한 명에 과한 지출을 감내하는 팀이 적지 않다. 흔히 말하는 ‘패닉 바이(panic buy)’가 성행하는 흐름이다. 지난해 여름 무리하게 선수를 영입하고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한 전북이 대표적 사례다.

지금 시대에 필요한 것은 선수 몸값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구단의 분별력, 그리고 팀 방향성에 맞는 선수를 영입하는 ‘매의 눈’이다.

이 과정에서 꼭 필요한 게 감독의 지도력이다. 하고자 하는 축구의 색깔과 철학이 뚜렷한 감독은 선수 영입 기조에도 일관성이 있다. 2023시즌 광주FC의 이정효 감독이나 지난해 강원의 윤정환 감독, 수원FC의 김은중 감독 등은 모두 축구의 일관성과 스타일이 존재하는 지도자들이다.

이를 위해 구단은 감독의 요구에 맞는 선수를 효율적으로 영입하는 네트워크와 데이터베이스를 갖춰야 한다. 주머니 사정에 맞으면서도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에 부합하는 자원을 제시해야 무리한 지출을 막는 동시에 영입 효과도 누릴 수 있다. 말 그대로 지도자와 구단의 ‘케미’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현상은 갈수록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시점에서는 인플레이션을 막을 방법이 사실상 없다. 비단 K리그뿐 아니라 유럽 리그에서도 돈이 성적을 보장하지 않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거품이 가장 심한 것으로 평가받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만 봐도 이번시즌 노팅엄 포레스트가 3위를 달리고 맨체스터 시티가 6위, 토트넘 홋스퍼가 1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14위에 머무는 등 여러 이변이 발생하고 있다.

2025년, 그리고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도 돈을 얼마나 쓰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쓰는지가 관건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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