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인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이 출국했다. 키움은 미국 애리조나에서 1차 스프링캠프를 진행한다. 출국을 준비하고 있는 김혜성. 인천공항=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4.01.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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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김혜성(26)에게 오퍼를 넣었다."
현재 야구계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내야수 김혜성의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 여부다. 김혜성은 지난달 5일 KBO와 메이저리그 사무국을 통해 포스팅 공시됐다. 김혜성은 메이저리그 30개 구단과 자유롭게 협상하며 지난 한 달을 보냈다. 포스팅 마감 시한은 오는 4일 오전 7시(이하 한국시각)다. 마감 때까지 계약을 마치지 못하면 김혜성은 한국에 잔류해야 한다.
미국 언론과 야구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혜성은 분명 메이저리그 구단의 오퍼를 받았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시애틀 매리너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등이 김혜성에게 계약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시내티 레즈와 LA 에인절스는 오퍼를 넣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미국 언론에서 김혜성에게 큰 관심을 보인 구단으로 언급했다.
오퍼를 이미 받은 김혜성은 사인만 하면 되는데 계약을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마감 시한까지 이틀도 채 남지 않았는데,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김혜성과 계약은 원했지만, 좋은 조건을 제시하진 않았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김혜성이 메이저리그에서 적응 기간을 거쳐 자리를 잡으려면 최소 3년 이상의 기간을 보장하는 계약을 따내야 한다. 1~2년 단기 계약으로는 메이저리그에서 주전급으로 기회를 얻기 힘들 가능성이 크다. 최근 사례로는 LG 트위스 마무리투수였던 고우석(27)이 있다. 고우석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샌디에이고와 2년 450만 달러(약 66억원)에 계약했다. 계약 규모는 작았지만, 메이저리그 도전에 무게를 두고 과감히 사인했는데 좋지 않은 결말로 가고 있다. 스프링캠프 때 빅리그에서 생존할 가치를 증명하지 못한 고우석은 마이너리그만 전전하다 마이애미 말린스로 트레이드됐다. 마이애미에서도 메이저리그로 단 한번도 콜업되지 못한 채 시즌을 접어 안타까움을 샀다.
현재 FA 시장에 나와 있는 김하성(30)은 달랐다. 2021년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와 4년 2800만 달러(약 410억원)에 계약하며 미국 진출의 꿈을 이뤘다. 당시에는 샌디에이고에 매니 마차도(33),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6), 제이크 크로넨워스(31) 등 전성기인 주전 내야수들이 버티고 있어 김하성의 자리가 없어 보였다. 설상가상으로 김하성은 2021년 데뷔 시즌에 빅리그 적응기를 보내면서 부진했는데, 2022년 2년차 때 타티스 주니어가 부상과 금지약물 복용 징계 등으로 이탈하면서 기회가 생겼다. 김하성은 2022년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했고, 2023년에는 주전 2루수로 맹활약하며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를 수상했다. 김하성은 개인 기량도 빼어났지만, 4년 장기 계약을 한 선수였기에 구단도 멀리 보고 그를 기용할 수 있었다.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회초 1사 키움 김혜성이 삼진을 당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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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9회말 1사 1,2루 KT 김민혁 타구를 키움 김혜성이 잡아 병살로 연결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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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은 현재 기간이나 금액, 마이너리그 거부권 등 여러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기에 쉽게 사인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혜성과 계약한 에이전시 CAA스포츠의 대리인이 현재 미국에 남아 협상을 이어 가고 있는데, 선수가 원하는 조건에 근접할 수 있도록 끝까지 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한국 잔류를 선택할 가능성도 생긴다.
김혜성이 한국에 남으면 제2의 조상우(31·KIA 타이거즈)가 될 확률이 높다. 조상우는 지난 시즌 내내 트레이드 최고 매물로 거론됐고, 실제로 키움은 신인 1라운드 지명권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조상우가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접으면서 트레이드 열기도 식었지만, 지난달 KIA가 조상우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면서 결실을 봤다. KIA는 LG 트윈스로 FA 이적한 장현식(30)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키움에 2026년 신인 1, 4라운드 지명권을 내주는 출혈을 감수하고 조상우를 데려왔다. 조상우는 KBO 통산 88세이브를 달성한 정상급 불펜이다.
김혜성이 트레이드 매물로 나오면 조상우보다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김혜성은 KBO 역대 최초로 유격수와 2루수 골든글러브를 모두 품은 선수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미국 언론은 김혜성이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좋은 조건을 제시받지 못한 이유로 KBO 통산 37홈런에 불과한 장타력을 꼽지만, 국내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통산 타율 0.304(3433타수 1043안타)에 이르는 콘택트 능력과 211도루가 증명하는 빠른 발은 충분히 강점이다.
일단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만큼 김혜성은 끝에 끝까지 계약 조건을 살필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홈페이지 MLB.com은 1일 김혜성을 김하성과 함께 수비 능력이 좋은 선수로 분류하며 시장에서 충분히 어필이 될 것으로 바라봤다.
샌디에이고 지역지 '이스트빌리지 타임스'는 '샌디에이고는 이미 2021년 시즌 전에 한국에서 김하성을 영입한 적이 있다. 김하성은 최근 FA가 됐고, 어느 팀과 계약할지는 미지수다. 샌디에이고가 여전히 김하성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지만,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들 것이다. 좌타자인 김혜성은 KBO리그에서 8년 동안 유격수, 2루수, 좌익수로 뛰었다. 그는 KBO 역사상 2루수와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모두 받은 유일한 선수다. 수비에 있어서 평균 이상인 내야수로 평가받고 있고, 내야에서 활용도가 매우 높은 선수다. 김혜성이 타격왕 루이스 아라에스(28·샌디에이고)와 같은 유형의 타자라고 생각하면, 그는 보통 인플레이 타구를 만드는 타자다. 김혜성은 커리어 통틀어 아라에스보다 더 많은 볼넷을 얻었는데, 통산 출루율 0.364가 이를 증명한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회초 1사 키움 김혜성이 삼진을 당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8.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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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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