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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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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택의 전역 후 9승 4패… 남자배구 KB손해보험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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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KB손해보험 황택의. 수원=김효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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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 KB손해보험이 확 달라졌다. 개막 5연패를 당하며 꼴찌로 몰렸지만, 3위로 반환점을 돌았다. 세터 황택의(28)가 복귀한 뒤 9승 4패를 거뒀다.

KB손해보험은 올 시즌을 개막 5연패로 시작했다. 컵대회를 마친 뒤 미겔 리베라(스페인) 감독이 건강 문제로 사퇴했고, 마틴 블랑코 코치가 대행을 맡았지만 힘없이 무너졌다. 2년 전 FA(프리 에이전트)로 영입한 나경복이 상근 예비역 복무를 마치고 합류했지만, 연패가 길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안전 문제로 홈 구장 의정부체육관까지 쓸 수 없게 돼 임시로 경민대 체육관을 써야 했다.

KB손해보험은 나경복이 군복무를 마치고, 미들블로커 박상하와 차영석이 합류하면서 강해졌다. 외국인 선수 안드레스 비예나(스페인)도 든든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의 공격을 완성해주는 황택의가 지난달 7일 국군체육부대(상무)에서 전역하면서 완전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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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의정부 경민대 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패스하는 KB손해보험 세터 황택의. 사진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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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택의 효과'는 대단했다. 전역 이틀 만에 치른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시즌 첫 승을 따냈다. 2라운드에선 3승 3패를 기록했고, 3라운드에선 선두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다섯 팀을 모두 이겼다. 28일 대한항공전에서 3-2 역전승을 거두며 4연승을 이어간 KB손해보험은 3위(9승 9패·승점 26점)로 전반기를 마쳤다.

황택의는 "선수들이 1라운드 때 (많이 져서)아쉽다는 얘기를 나한테 했다. 다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남은 라운드에서는 '최소 3승씩만 해도 올라갈 수 있다. 다가올 일들만 생각하자'고 했다"고 떠올렸다. 그는 "아직 나도 100% 몸 상태가 아니다. 내 감각을 올리면 우리 팀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황택의는 2016~17시즌 신인왕에 오르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세터로서는 장신(1m89㎝)인데다 힘있고 빠른 토스가 강점이다. 2021~22시즌엔 노우모리 케이타(말리)와 함께 KB손해보험을 창단 첫 챔피언결정전(준우승)에 올려놓았다. 지난해 황택의가 입대한 뒤 KB손보는 최하위(5승 31패)로 추락했지만, 복귀와 동시에 3년 만의 봄 배구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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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통영에서 열린 컵대회 조별리그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상무 세터 황택의. 사진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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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터는 '코트 위의 사령관'이라고도 불린다. 어떻게, 어느 쪽으로 공격해야 할지 선택해야 하는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리더십이 중요하다. 구단 안팎에선 '황택의가 달라졌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예전보다 책임감이 커졌고, 동료들을 적극적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황택의는 "상무와 국가대표 팀 주장을 맡으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솔직히 어릴 때부터 주목받고, 배구만 하다 보니 성격이 예민해졌다. 상무에서 그런 스트레스를 덜었다"고 했다.

현대 배구에선 서브와 블로킹의 중요성이 커졌다. 강력한 서브로 상대 리시브를 흔들고, 공격을 차단해 득점을 만들거나 반격 기회를 만드는 게 우선이다. 그런 점에서 황택의는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 긴 팔을 살린 블로킹 능력을 갖췄고, 강한 서브를 구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서브 5위(세트당 0.327개)로 공격수들과도 경쟁을 펼치고 있다. 지난달 22일 한국전력전에선 블로킹 2개, 서브에이스 3개 포함 6득점을 올렸다.

하지만 욕심을 내진 않는다. 황택의는 "힘을 빼고 서브를 넣을 때 오히려 결과가 좋더라"며 "다른 선수들도 서브가 좋고, 책임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나는 부담이 없다. 예전에는 어떻게든 블로킹득점을 올리려고 뛰었는데 요즘은 일단 막는 게 먼저고 수비를 믿고 있다. 그래서 결과가 더 잘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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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전역한 뒤 9일 한국전력전에서 복귀한 KB손해보험 세터 황택의. 사진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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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뒤 황택의는 FA 자격을 얻는다. 한때 연봉킹에도 올랐던 그의 가치는 더욱 올라가고 있다. 황택의는 "내 할 일만 하려고 한다. 내 가치는 다른 사람들이 평가해주는 거다. 팀 성적을 내는 게 먼저"라고 웃었다.

뚜렷한 목표도 세웠다. 정규시즌 2위다. 1위 현대캐피탈(16승 2패·승점 46)은 따라잡기 어렵지만, 대한항공(11승 7패·승점 36)을 추격해 플레이오프 직행에 도전해보겠다는 거다. 황택의는 "현대캐피탈은 못 이기겠더라. 답을 찾아가는 과정인데 아직 찾지 못했다"면서도 "2위부터 7위 팀에게는 지지 않겠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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