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아이러니하다. '피해자' 손흥민(32)은 벤치에 앉고, '가해자' 로드리고 벤탄쿠르(27, 이상 토트넘 홋스퍼)는 선발로 나설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토트넘 홋스퍼는 오는 27일(이하 한국시간) 영국 노팅엄 웨스트 브리지퍼드의 시티 그라운드에서 노팅엄 포레스트를 상대로 2024-2025시즌 프리미어리그(PL) 18라운드 맞대결을 펼친다.
승리가 절실한 토트넘이다. 토트넘은 직전 경기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무려 6골을 얻어맞으며 3-6으로 무너졌다. 안방에서 당한 참패이기에 더욱 뼈아팠다. 순위는 어느덧 리그 11위(승점 23). 반등을 위해선 승점 3점이 필요하다.
토트넘 소식을 다루는 '토트넘 홋스퍼 뉴스'는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번에도 4-3-3 포메이션을 사용할 것이라고 점쳤다. 매체가 예상한 베스트 11은 브레넌 존슨-도미닉 솔란케-데얀 쿨루셉스키, 로드리고 벤탄쿠르-제임스 매디슨-파페 사르, 데스티니 우도기-아치 그레이-라두 드라구신-제드 스펜스, 프레이저 포스터다.
손흥민의 이름은 없었다. 매체는 "토트넘 스타 손흥민이 제외될 수 있다. 그는 벤치로 내려올 수 있고, 브레넌 존슨이 왼쪽에서 그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라며 손흥민 자리에 존슨이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된 이유는 손흥민의 리버풀전 부진이었다. 매체는 "손흥민은 지난 경기에서 지쳐 보였다. 그는 크로스를 두 차례 시도해 한 번도 정확히 전달하지 못했고, 드리블 성공률도 50%에 그쳤다. 그 결과 32세의 손흥민은 박싱 데이에 휴식을 취하는 게 좋을 수 있다. 특히 경기 일정이 빡빡하고 많을 때는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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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손흥민은 올 시즌 100% 컨디션이 아닐 때가 많았다. 그는 지난 9월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동안 자리를 비웠고, 복귀하자마자 통증이 재발하면서 다시 경기장을 떠나야 했다. 이후로도 후반 이른 시간 교체되는 등 세심한 관리를 받았다.
다만 최근엔 토트넘 사정상 많은 시간을 뛸 수밖에 없었다. 토트넘은 손흥민을 제외하고도 부상자가 많은 데다가 팀 성적도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손흥민의 출전 시간을 조절해주기 어려웠다. 손흥민은 부상을 완전히 떨쳐낸 맨체스터 시티전을 시작으로 최근 5경기 연속 선발 출전 중이다.
앞으로 중요한 경기가 여럿 있는 만큼 손흥민이 휴식을 부여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토트넘은 노팅엄전을 치르자마자 30일 울버햄튼 원더러스와 맞대결을 펼친다. 그런 뒤 내년 1월 4일엔 뉴캐슬 유나이티드전, 9일에는 리버풀과 카라바오컵 4강 1차전, 12일에는 탬워스 FC와 FA컵 1라운드, 16일에는 아스날과 북런던 더비를 치러야 한다.
3~4일 간격으로 경기가 있기에 관리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특히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의 컨디션 관리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다. 손흥민이 아스톤 빌라전에서 너무 이른 교체로 불만을 품을 정도였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지난 본머스전에서도 손흥민을 후반 교체로 투입했고, 체력 안배 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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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징계가 끝난 벤탄쿠르는 예상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187cm의 큰 키와 공수 양면에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수비형 미드필더다. 활동량이 많고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중원 '살림꾼'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수비 라인 보호에 아쉬움이 있는 이브 비수마나 파페 사르에 비하면 6번 역할에 적합한 유형이다.
벤탄쿠르가 그동안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이유는 인종차별 징계다. 그는 주장 손흥민과 동양인을 향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고, 잉글랜드 축구협회(FA)로부터 7경기 출전 정지를 선고받았다.
모두 벤탄쿠르가 자초한 일이다. 그는 지난 6월 우루과이 TV 프로그램 '포르 라 카미세타'에 출연했고, 진행자로부터 한국 선수 유니폼을 부탁받았다. 그러자 벤탄쿠르는 "쏘니?(손흥민의 별명)"라고 되물은 뒤 "손흥민 사촌의 유니폼일 수도 있다. 그들은 모두 똑같이 생겼기 때문"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진행자도 맞장구를 치며 함께 웃었다.
아시아인은 모두 비슷하게 생겼다는 뜻이 담긴 명백한 인종차별 발언. 논란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그러자 벤탄쿠르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쏘니 나의 형제여! 일어났던 일에 대해 사과할게. 그건 정말 나쁜 농담이었어. 나는 당신을 정말 사랑하고, 절대 당신이나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상처 주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아줬으면 해! 사랑해 형제여"라며 사과문을 올렸다.
'나쁜 농담'이었다는 석연찮은 사과에도 손흥민은 벤탄쿠르를 용서했다. 그는 "벤탄쿠르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실수를 했고, 이를 알고 있다. 사과도 했다. 일부러 모욕적인 말을 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형제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우리는 이번 일로 하나가 됐다"라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FA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FA는 "벤탄쿠르는 부적절한 방식으로 행동, 모욕적인 말을 사용하여 평판을 떨어뜨렸다. 이는 국적, 인종, 민족적 기원을 포함한 발언이기에 FA 규칙 E3.2에 정의된 가중 위반에 해당된다"라며 "독립 규제 위원회는 벤탄쿠르에게 미디어 인터뷰와 관련한 FA규정 E3를 위반한 혐의로 7경기 출전 정지와 10만 파운드(약 1억 76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의무적으로 대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라고 명령했다.
심지어 벤탄쿠르는 FA 조사에서 말도 안 되는 변명만 늘어놓다가 기각당했다.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그는 제출한 진술서를 통해 자신의 발언이 인종차별이 아니라 '일반화된 표현'을 사용한 기자를 지적하는 가벼운 농담이었다고 주장했다. 손흥민을 '그 한국인'이라고 부른 게 부드럽게 꼬집는 표현이었다는 이야기.
또한 벤탄쿠르는 손흥민에게 한 사과도 자신의 일부 발언만 보도된 것에 대한 사과였다고 발뺌했다.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사과한 게 아니라 인터뷰 진행자의 발언이 생략되어 보도됐기 때문에 사과했을 뿐이란 뜻이다. 게다가 벤탄쿠르는 사생활이 보장될 것이며 기자가 더 신중하게 영상을 올릴 것이라고 기대했다고 항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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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을 뉘우치지 않은 벤탄쿠르. 당연히 조사 위원회는 납득하지 않았고, "전체 맥락을 봐도 벤탄쿠르가 한 말은 명백히 폭력적이고 모욕적이며 위법 행위에 해당한다"라며 모두 기각했다. 그 결과는 7경기 출장정지라는 중징계였다.
토트넘도 항소해 봤지만, 소용없었다. 당시 토트넘은 "클럽은 벤탄쿠르 징계에 항소한다"라며 "독립 규제 위원회가 내린 유죄 판결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로 인한 제재가 가혹하다고 믿는다"라고 알렸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구단 차원에서 내부 징계도 전혀 없을 예정이다.
심지어 포스테코글루 감독까지 벤탄쿠르를 공개 지지하고 나섰다. 그는 "난 징계의 심각성에 대해 항소하기로 한 클럽 결정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라며 "난 벤탄쿠르를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 가지 부인할 수 없는 점은 그가 뛰어난 사람이라는 점이다. 그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난 팀 동료다. 그는 실수를 했으나 가장 훌륭한 성격을 지닌 사람이다. 그럴 때 우리의 역할은 가능한 모든 방법으로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FA는 토트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징계는 감경되지 않았다. 결국 벤탄쿠르는 그동안 잉글랜드 내 대회에는 하나도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팀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FA가 아닌 유럽축구연맹(UEFA)이 주관하는 UEFA 유로파리그(UEL) 무대에만 나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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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반성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경기장 위로 돌아올 준비를 마친 벤탄쿠르다. 토트넘은 구단 차원에서 내부 징계도 따로 내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많은 팬들이 토트넘의 느리고 미온적인 대처에 불만을 표하고 있는 이유다.
논란을 떠나 벤탄쿠르는 비수마를 밀어내고 선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런던 지역지 '풋볼 런던'은 "비수마는 모하메드 살라에게 기회를 내주면서 급격히 흔들렸고 여러 구간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벤탄쿠르가 돌아온다면 자리를 내어줄 가능성이 크다"라고 내다봤다.
토트넘 홋스퍼 뉴스도 "벤탄쿠르가 다시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따라서 그는 리버풀전에서 지상 경합에서 50%만 승리하고, 실점으로 이어진 실수를 저지른 비수마를 대신해 곧바로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벤탄쿠르의 복귀를 환영했다. 그는 "벤탄쿠르를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 그는 열심히 훈련하고 있다. 박싱데이에 관해서는 두고 봐야 한다. 하지만 확실히 추가 선수를 얻게 됐다"라며 "벤탄쿠르와 부상자들 모두 팀을 도울 각오가 돼 있다. 그들은 우리가 힘든 순간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특히 벤탄쿠르는 부상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답답했다. 앞서 말했듯이 그는 실수를 저질렀고, 벌을 받고 있다. 또한 팀을 돕길 원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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