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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어디서나 인정받는 황인범의 비결…"프로라면 팀과 팬이 응당 1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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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예노르트서 뛰는 국가대표 미드필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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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예노르트의 황인범(오른쪽)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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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축구대표팀 미드필더 황인범(28)은 어느 팀에서 뛰더라도 인정받고 사랑받는 선수다. 가는 곳마다 서포터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로 뽑히고, 그가 떠날 땐 팬들이 공항까지 찾아와 눈물을 흘린다. 그는 그 비결에 대해 "항상 팀을 1순위로 사랑하고 팀을 위해 100%를 다한다는 철칙을 갖고 있는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새 팀에서 인정받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다시 증명해야 하고, 주변 환경 및 새 동료와의 호흡 등 변수도 많은 까닭이다.

심지어 황인범은 이적도 잦았다. 2022년 루빈 카잔(러시아)에서 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FC서울과 단기 계약을 맺은 것을 시작으로 2022-23시즌 올림피아코스(그리스), 2023-24시즌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를 거쳐 이번 시즌엔 네덜란드 페예노르트로 해가 바뀔 때마다 팀을 옮겼다.

그럼에도 황인범은 실력을 인정받아 주축으로 뿌리 내리고 나아가 서포터들이 가장 아끼는 선수로 꼽힌다.

대전 유스를 거친 뒤 프로팀에서 4년을 활약, 이미 '대전의 아들'이라 불리는 대전하나시티즌 시절부터 그랬다.

FC서울에서 반시즌을 뛰는 동안 황인범의 유니폼이 가장 많이 팔렸고, 올림피아코스에선 팬들이 황인범 이적 반대 운동을 벌였다. 즈베즈다 팬들은 1년 밖에 함께하지 않은 선수의 이적에 눈물을 흘렸다.

페예노르트에서도 이미 황인범 개인 응원가가 만들어졌고 홈구장엔 현지 팬들이 태극기를 흔든다. 이 정도면 '적응의 장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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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점 후 기뻐하는 황인범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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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 타지에서 뉴스1과 전화로 만난 황인범은 "나보다 좋은 선수는 충분히 많고, 포지션 특성상 골을 많이 넣어 직접적인 기쁨을 주는 선수도 아니다"면서 "매 순간 가진 모든 것을 쏟아내려는 마음과 팬을 위하는 언행을 높게 평가해 주신 덕분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어떤 팀이건 그 유니폼을 입게 되는 순간부터는 항상 그 팀과 팬을 1순위에 두는 마인드 세팅을 한다. 프로선수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프로 스포츠는 팬이 있어야 한다'는 건 새삼스러울 것 없는 진리지만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건 쉽지 않다. 하지만 황인범은 실제로 그 가치를 실현하는 데 큰 비중을 두고 행동하려 노력하는 선수다.

그는 "일단 축구선수면 축구를 기본적으로 잘 해야 한다. 축구로 돈을 버는 게 직업이니까 당연히 그래야한다. 더해 '프로축구선수'는 팬들을 위하는 마음도 꼭 갖고 있어야 한다. 내가 먼저 팬들을 위하고 좋아해야, 팬들도 나와 우리 팀에 마음을 연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팬들이 우리 팀을 좋아하고, 나라는 선수를 더 좋아하게 만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연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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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시절의 황인범(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그의 가치관은 그동안 거쳤던 팀에서 보인 행동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군 복무를 했던 아산 무궁화(경찰청 축구단)에선 2018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조기 전역을 하게 됐는데, "팀이 어려운 때 도움이 못 되고 먼저 나가게 돼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러시아 전쟁 이슈로 잠시 국내 복귀를 모색할 땐 월드컵을 앞두고 있어 2부리그 팀 친정 대전이 아닌 서울을 택해야 했는데, 당시 그는 대전 팬들을 직접 모아 간담회를 열고 사정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축구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니다. 황인범은 가는 팀마다 적응 기간도 필요 없이 완벽하게 적응, 주축으로 자리 잡았다. 아울러 경기장 안은 물론 밖에서도 여러 선수들과 두루두루 금세 친하게 지낸다.

그는 그 비결에 대해 "이적 후 초반에 동료들의 신뢰를 빠르게 얻는 게 중요하다"며 '꿀팁'도 줬다.

그는 "어느 집단이건 누가 새로 합류하면 그 사람에 대해 평가하기 마련"이라면서 "그래서 초반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인정받아야 한다. 모든 훈련이 다 중요하지만, 첫 훈련 세션에서 가진 것을 다 보여주고 집중해서 쏟아내야 한다. 아울러 가진 것만 다 보여주면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과 배짱도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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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기쁨을 나누는 황인범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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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시즌 이적을 통해 조금씩 더 큰 무대로 전진해 왔던 황인범은, 이번 시즌 페예노르트에서는 전과는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다.

그는 "처음 K리그에서 미국메이저리그사커(MLS) 밴쿠버로 갔을 때부터, 더 잘해서 빨리 유럽으로, 더 좋은 무대로 가야겠다는 마음이 계속 있었다. 돌이켜보면 밴쿠버의 그 아름다운 자연도 제대로 눈에 담지 못했다. 조급했다. 이어 그다음 팀에서도, 그다음 팀에서도 계속 다음 도전을 이어가야만 한다는 마음에 쫓겼다"고 고백했다.

스스로를 계속 채찍질하며, 다음 도전에 몸을 던졌던 황인범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그는 "페예노르트에 온 뒤부터는 그 스트레스가 싹 없어졌다. 비로소 다음 이적 시장을 생각 안 하고 있다"면서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이제는 원했던 무대에서 좋아하는 축구를 마음껏 하는 데서 오는 행복만 있다. 비로소 주변 도시의 아름다운 환경도 눈에 들어온다"고 웃었다.

안정감을 찾은 황인범은 페예노르트에서 더욱 물오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이적 과정서 팀에 늦게 합류했음에도 에레디비시 12경기 2골 2도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6경기 등의 활약으로 에레디비시 9월 이주의 선수, 10월 이달의 팀 등을 휩쓸었다.

쉼 없이 달려온 황인범은 이제 더욱 편안한 마음으로 2025년의 또 다른 목표를 정조준한다.

그는 "새해 개인 목표를 세우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저 현재 소속된 팀인 페예노르트와 국가대표팀이 더 잘 될 수 있도록 최대한 기여하고 싶다"며 '황인범다운' 소원을 빌었다.

이어 "우선 페예노르트에서 우승 트로피 하나는 꼭 들고 싶다. 또 국가대표팀에서는 3월 2연전(20일 오만전, 25일 요르단전) 안에 북중미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하는 게 목표"라며 소속 팀과 국가대표팀에서의 지향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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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손흥민(가운데) 2024.1.2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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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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