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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프로 데뷔 20년’ 신지애 “이제 골프인생 8번홀…후반홀은 은퇴 후 더 가치있게”[헤경이만난사람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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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오픈 우승으로 ‘통산 65승’ 금자탑

일본 JLPGA 투어 통산상금 1위 눈앞

내년 日 30승·커리어 그랜드슬램 목표

“‘신지애는 진짜 프로’라는 말 듣고파”

헤럴드경제

내년 프로골프 데뷔 20주년을 맞는 신지애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여전히 골프가 좋고, 연습하는 게 너무 즐겁다. 새해 다짐도 여전히 ‘골프에 더 미치자’이다”면서 “내년엔 일본 투어에 집중해서 통산 30승,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꼭 이루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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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부상 없이 지치지 않고 달린 한해였어요. 결과만 보면 아쉬운 점도 있지만, 계속 부딪치면서 뭔가를 해내려고 했던 제 자신이 뿌듯해요. 그래서 저는 올 한 해를 돌아봤을 때 100점을 다 줄 수 있을 것같아요.”

한국과 미국, 일본 여자프로골프 투어를 차례로 정복했던 그는 올 초 또 한 번의 위대한 여정을 시작했다. 동갑내기 친구들은 이미 은퇴했거나 은퇴 수순을 밟는 동안, 그는 생애 첫 올림픽 출전의 꿈을 품었다. 연초부터 호주와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일본, 미국 등을 오가며 강행군을 펼친 결과 70위권이었던 세계랭킹을 무려 15위까지 끌어 올렸지만, 아쉽게 올림픽 출전은 무산됐다. 그러나 12월 첫날 호주에서 고대했던 우승 소식을 전하며 또 한 번 골프팬들의 감동을 자아냈다. 그의 나이 서른일곱에 이룬 쾌거였다.

‘골프지존’ 신지애. 지난 1일 호주여자프로골프 ISPS 호주오픈에서 1년 6개월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프로통산 65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2005년 프로 데뷔한 이후 한국(20승), 미국(11승), 일본(30승) 등에서 총 65차례 정상에 섰다.

내년 프로데뷔 20주년을 맞는 신지애는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여전히 골프가 좋고, 연습하는 게 너무 즐겁다”며 “작년에도 올해도 내년에도 새해 다짐은 똑같다. 골프에 더 미쳐보자!”라며 활짝 웃었다.

‘4월병·7월병’ 없이 넘어간 게 우승의 원동력
신지애는 호주오픈 우승의 비결로 ‘4월병’과 ‘7월병’ 없이 지나간 걸 꼽았다.

“시즌이 시작되는 4월엔 선수들이 동계훈련 잘 마치고 와서 뭔가 다 될 것같은 느낌이 들어요. 근데 성적이 그만큼 안나오면 자신감이 떨어지고 지치게 되죠. 이걸 4월병이라고 해요. 그러다 잔디가 제대로 올라오는 여름이 되면 동계훈련이 슬슬 효과를 보면서 또 다 될 것같아요.(웃음) 그런데 성적은 또 기대만큼 안나오고 체력은 떨어지기 시작하는 7월병이 생기는 거죠. 그런데 올해는 이런 게 없이 끝까지 80%의 컨디션을 잘 유지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던 것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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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가 지난 1일(한국시간) 호주여자프로골프 ISPS 호주오픈에서 프로통산 65번째 우승을 확정한 후 포효하고 있는 모습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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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는 끊임없이 연구하는 골퍼로 잘 알려져 있다. 10년 이상 스윙코치 없이 혼자서 스스로의 샷과 몸의 움직임을 연구하며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올해 기술적으로 특별히 변화를 준 건 없지만, 시즌 초반 해외투어를 뛰면서 자신도 모르게 커졌던 스윙이 하반기 조금씩 제자리로 돌아오면서 타이밍을 찾은 게 또다른 비결이라고 했다.

“미국 대회에 출전할 때 뒤처지지 않으려고 제가 가진 힘 이상을 쓰려고 했나봐요. 10월이 돼서야 힘이 좀 빠지고 제 타이밍을 찾게 되더라고요. 마무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하반기엔 저에게 더 집중했어요. 특별히 스윙이나 퍼트를 바꿨다기보다는, 타인을 향했던 시선을 제게로 돌린 거죠. 그러다보니 시즌 막판에 제가 하고 싶었던 골프가 되더라고요.”

통산상금 1위는 역사가 쌓이고 환경이 좋아진 덕분
신지애는 내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역대 통산 상금 1위 등극을 앞두고 있다. 올시즌까지 11년을 뛰면서 통산 13억7202만3405엔(한화 약 126억9000만원)을 벌어들였다. 은퇴한 일본선수 후도 유리의 상금 1위 기록(13억7262만382엔, 약 126억9500만원)에 단 59만6977엔(약 552만원) 차이로 좁혔다. 올해 충분히 노려볼 수 있는 타이틀이었지만 시즌 초반 해외투어를 병행하면서 기록 달성을 내년으로 넘겼다. 신지애는 일본 여자골프 역사를 새롭게 쓰는 대기록을 앞두고도 담담한 표정이었다.

“통산상금 1위는 제 개인 기록이라기보다는 골프 역사의 흐름이었다고 생각해요. 팬들이 많아지고 스폰서들이 지속적으로 후원해주면서 상금이 커졌기 때문에 선수들이 계속 경기할 수 있었던 거잖아요. 저는 그저 연습한 만큼 대회에 나가서 성적을 냈을 뿐인데, 많은 분들이 대기록이라고 해주시니까 사실 좀 쑥스러워요. 오히려 저는 이런 인기와 흐름을 어떻게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고민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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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가 호주여자프로골프 ISPS 호주오픈에서 티샷을 하는 모습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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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가 내년에 도전하는 타이틀은 뚜렷하다. 바로 한국인 첫 JLPGA 투어 통산 30승과 ‘투어 1호’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이다. 일본에서 30승을 거두긴 했지만, 2승은 비회원 자격으로 따낸 우승이어서 영구 시드권자가 되기 위해선 두 번 더 우승해야 한다. 또 내년 10월 일본여자오픈 정상에 오르면 투어 사상 첫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이룰 수 있다.

“지금 몸상태는 굉장히 좋지만, 한해 한해 체력이 좀 달려서 목표하고 있는 걸 빨리 이뤄야 될 것 같아요. 사실 매년 제 다짐은 ‘골프에 더 빠지자, 더 미치자’는 것이고, 해외 투어 나가는 것도 너무 재미있거든요. 하지만 내년엔 일본 투어에만 집중하려고요. (해외 투어 출전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게 내년 목표 중 하나예요, 하하.”

은퇴는 ‘우승 경쟁력’ 떨어질 때…진정한 ‘프로’ 되겠다
프로데뷔 20주년을 앞둔 신지애는 이제 막 투어를 시작한 20년 전 신지애에게 무슨 조언을 가장 해주고 싶을까. 주어진 질문에 막힘없이 대답하던 달변가도 잠시 생각에 빠졌다.

“골프로만 치면 저는 다시 돌아가도 이보다 더 잘 할 순 없을 것같아요. 정말 매 순간 최선을 다했거든요. 그런데 골프 외적으로 보면, 대회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족과 팀원 등 가까운 사람들에게 풀었던 게 후회돼요.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감사함을 잊었던 거죠. 그래서 열일곱살 지애에겐 이렇게 말해주고 싶어요. 세상에 당연한 건 없으니 늘 감사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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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지애가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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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 중순 호주 멜버른으로 한달간 전지훈련을 떠나는 신지애는 “해가 늦게 지는 곳이라 더 많이 연습할 수 있어서 좋다”며 “개인적으로 기술과 체력, 정신력 중 체력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올 동계훈련도 체력에 큰 비중을 둘 것 같다”고 말했다.

기량은 여전히 정상급이지만, 이제 조금씩 은퇴를 생각할 때라는 걸 부인하지 않는다. 지금 위치를 전체 골프인생에 비유했을 때 “8번홀을 마친 상황”이라고 표현한 신지애는 “후반 나인홀이 은퇴 후 골프인생이 될 것 같다. 나 스스로 ‘골프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은퇴 후에 오히려 더 바쁘게 지낼 것 같다”고 활짝 웃는다.

“저는 그냥 경기하는 선수가 아니라 우승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그래서 우승 경쟁력이 없어질 때 은퇴를 생각할 것같아요. 아직 은퇴 후 삶이 그려지진 않는데, 골프에 기여하고 가치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또 열심히, 바쁘게 살지 않을까요? 골프를 더 깊이있게 연구하고, 역사와 전통을 잇고, 그래서 후배들에게 좋은 환경을 물려주고 싶어요. 그래서 나중에 골프팬들이 저를 떠올렸을 때 ‘그래, 신지애는 진짜 프로였지’라는 말을 꼭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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