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른하르트 랑거(오른쪽)가 23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의 리츠칼튼 골프클럽 18번홀에서 열린 PNC 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우승을 결정짓는 이글 퍼트에 성공한 뒤 아들 제이슨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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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82승을 올린 타이거 우즈(49·미국)와 시니어 투어 47승의 베른하르트 랑거(67·독일). 두 ‘황제’가 각각 아들과 팀을 이뤄 치열한 승부를 벌였다.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웃은 팀은 랑거와 아들 제이슨(24). 우즈와 아들 찰리(15) 팀을 꺾고 우승 벨트를 차지했다.
랑거 부자와 우즈 부자는 23일(한국 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리츠칼턴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NC 챔피언십(총상금 108만5000달러) 2라운드를 공동 선두로 출발했다. 두 팀 모두 이글 1개와 버디 13개를 잡아내며 나란히 15타씩 줄여 최종 합계는 28언더파 116타 동타. 18번홀(파5)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랑거가 5.5m 이글 퍼트를 집어넣으면서 승부를 결정지었다. 우승 상금은 20만달러(약 2억9000만원)였다.
랑거는 이로써 대회 통산 6번째 우승이자 2년 연속 우승을 거머쥐었다. 두 번은 장남 스테펀과, 네 번은 막내 제이슨과 일궜다. 이 대회는 역대 메이저 대회 우승자 20명이 가족과 팀을 이뤄 이틀간 스크램블 방식(한 팀 두 명이 각자 티샷한 뒤 그중 하나를 골라 그 자리에서 두 명 모두 다음 샷을 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가족과 즐거운 추억을 쌓는 PGA 챔피언스(시니어) 투어 이벤트 대회이지만, 이날 경기는 긴장감이 넘쳤다. 우즈 팀과 랑거 팀은 한 조에서 경기하며 매치 플레이 같은 승부를 펼쳤다. 비제이 싱(61·피지)과 아들 팀 등 공동 3위 그룹(23언더파)과 최종 합계로 5타 차가 벌어졌다. 우즈 아들 찰리는 주니어 골프 선수로 활동 중이며, 랑거 아들 제이슨은 대학 골프 선수 출신으로 미국 뉴욕 투자은행에서 일한다.
최근 허리 수술을 받은 우즈는 5개월 만에 대회에 출전했다. 2021년 교통사고 이후 제 기량을 찾지 못한 그가 우승 경쟁을 벌이는 모습도 오랜만이었다. 게다가 상대는 지난달 챔피언스 투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갈아치운 랑거. 두 팀은 이날 10개 홀에서 똑같이 버디를 잡아냈다.
4번홀(파3·176야드)에서 찰리가 7번 아이언으로 기록한 홀인원은 백미였다. 우즈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 찰리를 격하게 끌어안았다가 흥겹게 밀치며 기뻐했다. 랑거는 “우즈가 그보다 더 행복해하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바로 다음 홀(5번홀·파5)에서 랑거 팀은 이글로 응수했다.
프로와 아마추어, 남성과 여성, 13세부터 89세까지 참가자가 다양해 티 박스는 4개로 구분됐다. 우즈를 비롯한 53세 이하 프로는 골드 코스(7106야드), 제이슨·찰리 등 14~55세 가족은 화이트 코스(6576야드), 랑거를 포함한 66~72세 프로는 레드 코스(6036야드)에 각각 속했다. 연장전이 열린 18번홀에서 랑거의 티 박스는 우즈보다 82야드, 제이슨·찰리보다는 52야드 더 앞에 있었다.
연장전에서 찰리의 7.6m 이글 퍼트는 홀을 스치고 지나갔다. 반면 제이슨은 세컨드 샷을 홀에서 5.5m 떨어진 지점으로 보냈고, 아버지 랑거가 이 퍼트를 성공시켰다.
우즈는 2019년 10월 조조챔피언십 이후 5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릴 기회를 놓쳤다. 다만 스윙이 부드럽고 걸음걸이도 비교적 편안해 보였다. 우즈와 찰리는 2020년부터 해마다 이 대회에 출전했다. 최고 성적은 2021년과 올해 준우승이다. 찰리는 매년 쑥쑥 자라는 키만큼 골프 실력도 성장하고 있다. 2020년엔 이 대회에서 생애 첫 이글, 올해는 첫 홀인원을 작성했다. 우즈는 “아들과 함께 경기하는 경험을 다시 하려고” 이 대회 출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석 달 전 허리 수술 일정을 잡았다고 한다. 랑거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이 대회는 나에겐 5번째 메이저나 다름없다”고 했다.
여자 골프 세계 1위 넬리 코르다(26·미국)와 테니스 선수 출신 아버지 페트르(56)가 공동 8위(20언더파), 안니카 소렌스탐(54·스웨덴)과 최연소 출전자 아들 윌 맥기(13)가 11위(19언더파)로 마쳤다.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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