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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조형래 기자] “우리는 왜 안 뛰어?”
김경문 한화 이글스 감독은 올 시즌 도중이던 지난 6월, 부임하면서 “빠른 선수가 있어야 강팀이 된다”라며 자신의 지론을 밝혔다. 김경문 감독의 야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2025년. ‘발야구’를 제대로 이행시켜 줄 외국인 선수가 합류한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인정 받은 스피드를 갖춘 에스테반 플로리얼(27)이 대전의 새 야구장을 휘젓는 선수가 될 수 있을까.
김경문 감독이 지휘했던 당시의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는 ‘육상부’라고 불릴 정도로 빠른 선수들이 라인업에 많이 포진했다. 두산 감독 시절 2006년부터 2008년까지 3년 연속 팀 도루 1위를 차지했고 NC 사령탑 시절이던 2015년에는 팀 도루 204개를 기록, 1995년 롯데(220개) 이후 20년 만의 200도루 팀을 만들기도 했다. 김경문 감독의 지휘 아래 이종욱 고영민 김종호 박민우 등이 ‘대도’로 거듭났다.
한화에 부임한 뒤에도 경기 중, 코치진을 향해서, “상대는 항상 뛰는데 우리는 왜 안 뛰냐고 했다. 상대가 세 번 뛰면 우리도 한두 번은 뛰어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선수들의 주루 적극성을 주문했다. ‘실패할 자유’에도 열려있었다. 그는 “도루를 시도하고 실패하면 눈치를 보는데 죽었다고 주춤거리면 과감하게 뛰지 못한다. 도루는 결과론을 갖고 접근하면 선수가 위축된다”라며 성공 여부에 관계없이 선수들의 과감한 주루플레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화 김경문 감독 /OSEN DB |
김경문 감독도 시즌 도중 부임했기에 팀 컬러와 선수단 구성을 단시간에 바꿀 수는 없었다. 김경문 감독 부임 이전 57경기에서 48번의 도루를 시도했는데 성공률은 62.5%에 그쳤다(30성공/18실패), 부임 이후에도 87경기에서 62번의 도루를 시도하는데 그쳤다. 성공률도 62.9%(39성공/23실패)로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시즌 최종 69도루로 리그 9위였고, 팀 내 최다 도루는 지금은 KT 위즈 유니폼을 입게 된 장진혁의 14개.
하지만 김경문 감독이 마무리캠프를 직접 지휘하면서 본격적으로 맞이할 2025시즌. 한화는 좀 더 기동력 있는 선수들로 꾸리기 시작했다. 우선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유격수 심우준을 4년 50억원에 영입했다. 정상급 수비력과 기동력을 갖춘 선수다. 주전 유격수로 내야진의 안정을 꾀하면서 타선에서의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적임자가 심우준이었다.
외국인 선수 영입 기조도 다르지 않았다. 심우준과 함께 영입한 투수 엄상백의 보상선수로 외야수 장진혁이 KT로 나갔다. 올해 김경문 감독이 발굴한 선수 중 하나로 주전 중견수로 자리잡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장진혁의 이탈로 주전 중견수를 다시 찾아야 했고 이를 외국인 선수로 해결하려고 했다. 한화가 낙점한 선수가 바로 플로리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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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팬들에게도 익숙한 선수다.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외야수로 2020년 뉴욕 양키스에서 데뷔해 통산 84경기 타율 1할9푼2리(213타수 41안타) 4홈런 22타점 89도루 OPS .620의 성적을 남겼다. 빅리그 커리어는 특별하지 않다.
하지만 플로리얼은 엄청난 유망주였다. ‘MLB파이프라인’, ‘베이스볼아메리카’, ‘팬그래프’ 등 빅리그 유망주들을 평가하고 순위를 매기는 기관들 모두 플로리얼을 2019년 양키스 전체 유망주 1위로 매겼다. 갖고 있는 툴과 잠재력이 엄청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MLB트레이드루머스’는 플로리얼의 한화행 소식이 전해진 뒤 ‘뛰어난 속도, 강력한 순수 파워, 중견수에서 강한 어깨 등 갖고 있는 재능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트리플A에서는 344경기 타율 2할5푼7리(1321타수 340안타) 65홈런 196타점 99도루 OPS .825의 성적을 기록했다. 2021년 13홈런, 2022년 15홈런, 2023년 28홈런 등 트리플A에서는 장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고 특히 2022~2024년 트리플A에서 3년 연속 20도루 이상을 기록하며 빠른 발을 과시했다.
플로리얼의 스피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손 꼽히는 수준이다. 올해 스프린트 속도. 초당 28.7피트(8.74m)를 기록했다. 전체 선수들 가운데 상위 1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2021년에는 초당 29.2피트(8.92m)로 리그 톱5, 2023년에는 초당 29.3피트(8.93m)로 톱6에 포진했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라는 야구계 격언을 제대로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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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감독이 원하는 빠른 발을 갖춘 선수이자, 또 오각형 비대칭으로 형성된 대전 새 야구장의 외야에 적합한 중견수로 판단했다. 발야구를 수행하면서 넓은 수비범위까지 갖춘 플로리얼에 대한 기대감이 클 수밖에 없다. ‘발에는 슬럼프가 없다’라는 말처럼 언제나 상대를 휘저어 줄 선수로 김경문 감독의 총애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다만, 최근 타석에서의 모습들이 아쉬웠다. 특급 유망주 시절의 잠재력을 온전히 펼치지 못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양키스는 팀 내 최고 유망주였던 플로리얼에 대한 인내심을 거두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로 트레이드 했다. 이후 빅리그 무대에서 36경기 타율 1할7푼4리(98타수 17안타) 3홈런 11타점 2도루 OPS .631의 성적에 그쳤다. 문제는 트리플A 성적도 떨어진 것. 64경기 타율 2할1푼3리(197타수 42안타) 9홈런 30타점 22도루 OPS .691의 기록에 주춤했다. 양키스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던 선수였던 만큼 심리적 영향을 무시할 수 없었다. 또 트리플A에서 통산 192개의 볼넷을 얻어내는 동안 468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삼진에 대한 우려도 있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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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플로리얼의 갖고 있는 재능 만큼은 뛰어나다. 중견수를 보면서 기동력을 더해줬던 2년 전 마이크 터크먼의 성적 이상을 찍어주기를 한화는 바라고 있다. 터크먼은 당시 144경기 전경기 출장해 타율 2할8푼9리(575타수 166안타) 12홈런 43타점 19도루 OPS .796의 성적을 거뒀다. 이후 메이저리그로 유턴, 2년 간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한화는 터크먼 이후 브라이언 오그레디, 닉 윌리엄스, 호세 페라자 등 외국인 타자들이 기대에 못 미쳤다. 지난해 페라자는 24홈런으로 장타력을 보여줬지만 수비가 불안했고 시즌 후반으로 갈수록 아쉬운 면들이 더 많았다. 과연 플로리얼은 지난 외국인 타자 실패작들을 잊게하고 김경문 감독의 ‘발야구’를 선봉에서 지휘해 줄 수 있을까.
한화 이글스 제공 |
/jh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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