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레스(가운데) 감독이 코칭스태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 대한배구협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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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대한배구협회가 또다시 아마추어 행정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V리그 남자부의 KB손해보험은 남자대표팀의 이사나예 라미레스 감독을 영입하려다 이사회 결의에 막혔다. 한국배구연맹에 따르면 18일 열린 이사회를 통해 각 구단은 국가대표팀의 전임감독제를 존중하고 그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적극 협조하기로 하였으며, 국가대표팀 감독을 계약기간 동안 구단 감독으로 영입하지 않기로 다시 한번 결의했다. 이사회 후 KB손해보험도 라미레스 감독 영입 작업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KB손해보험이 지난 2019년 이사회 결의 내용을 꼼꼼하게 확인하지 않은 점은 명백한 실수이자 실책이다. 연맹에 내용을 확인한 뒤에 어느 정도 작업을 진행했어야 하는데 이 점을 놓쳤다. KB손해보험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이번 사건에서 반드시 비판받아야 하는 조직이 바로 협회다. KB손해보험 관계자에 따르면 협회는 라미레스 감독의 KB손해보험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협회에서 대표팀과 겸직해도 된다는 의견을 전달했기 때문에 KB손해보험도 영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연맹은 국가대표 지원금으로 협회에 매해 5억원을 지급한다. 올림픽이 열리는 해에는 더 많은 금액을 준다. 올림픽 출전도 못 하는데 협회는 당당하게 돈을 받아 간다. 이 안에는 대표팀 감독 전임제를 위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돈은 챙겨놓고 라미레스 감독의 겸직을 허락했다는 것은 기본적인 상식조차 갖추지 못한 협회의 민낯과 현실을 보여준다. 연맹 내부에서도 이번 사태에 불만을 드러내며 지원금을 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이사회에 자리한 협회 관계자는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KB손해보험의 라미레스 감독의 겸직 가능성을 확인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더 큰 비판을 받았다. 협회 내 주요 인사도 이 과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는 기초적인 행정 능력이 없는 단체라는 비판을 꾸준히 받는다. 한국 배구가 흑역사에 접어드는 원인으로 협회를 빼놓을 수 없다. 배구인은 물론이고 V리그 관계자 사이에서 협회는 거의 ‘포기해야 하는 조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번 논란 속 V리그 구단의 한 고위 관계자는 “협회는 개선의 여지도, 나아질 가능성도 없다. 그저 밥그릇에만 관심 있는 단체”라고 지적했다. 이 와중에 책임이 가장 큰 협회 오한남 회장은 3선에 도전하고 있다.
일각에서 협회가 아닌 연맹이 대표팀 운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야구대표팀도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운영하고 있다. 이미 사례가 있는 만큼 문제가 되지 않는다. 협회가 포기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한국 배구가 조금이라도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맹이 전면에 나서는 게 낫다는 의견이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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