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정말 억울한 사고였던 걸까. 미하일로 무드리크(23, 첼시)가 도핑 테스트 양성 반응에 관한 거짓말 탐지기에서 '진실' 판정을 받았다.
영국 '트리뷰나'는 18일(한국시간) "무드리크는 도핑 문제를 겪은 뒤 런던에서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통과했다. 그는 금지 약물 복용을 부인했고, 그의 답변은 '평균 신뢰 임계값'을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매체들에 따르면 무드리크는 관련 당국에서 실시한 거짓말 탐지기 검사에 응했다. 그는 양성 반응이 나온 '멜도니움' 성분을 의도적으로 복용하지 않았다고 명백히 밝혔다. 그리고 전문가들은 무드리크의 답변 결과를 진실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석했다.
무드리크는 최근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 약물이 적발됐다. 첼시는 성명문을 통해 "잉글랜드 축구협회(FA)가 정기적인 소변 검사에서 이상 소견을 발견하고 무드리크에게 연락했음을 확인했다. 구단과 무드리크는 FA의 약물 검사 프로그램을 전적으로 지지하며 다른 선수들도 정기적으로 검사받고 있다"라고 알렸다.
다만 무드리크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첼시는 "무드리크는 의도적으로 금지 약물을 사용한 적이 전혀 없다고 단호히 확인했다. 이제 그와 구단은 관련 당국과 협력해 이상 소견의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추가 언급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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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드리크가 지난 10월 말 제출한 샘플 A에서 금지 약물 성분이 검출된 걸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 매체에 따르면 무드리크가 검출된 성분은 2016년 1월부터 금지 대상에 오른 멜도니움이다.
멜도니움은 동유럽에서 개발된 약물로 신체능력 향상 효과가 있기에 일부 선수들이 복용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 애슬레틱은 "멜도니움은 신진대사 조절제로 알려진 약물이다. 의학적으로는 심장 혈류 부족을 치료하는 데 쓰인다. 운동 선수들에겐 지구력과 운동 능력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6년 러시아의 테니스 여제 마리아 샤라포바를 비롯한 수십 명의 운동 선수들이 멜도니움을 복용했다가 도핑 테스트에서 적발된 사례도 있다. 당시 샤라포바도 자격 정지 징계를 피하지 못했다.
무드리크도 당분간 경기장에 나설 수 없을 전망이다. FA 규칙에 따르면 도핑 테스트에서 양성이 나온 선수는 일시적으로 출전이 정지될 수 있기 때문. 일단 무드리크는 경기장 밖에서 혐의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받게 된다.
만약 무드리크가 제출한 B 샘플에서도 금지 약물이 검출된다면 중징계를 피하기 어렵다. FA의 반도핑 규정을 위반할 경우 최대 4년 출전 정지가 부과될 수 있다. 다만 감경 요소가 인정될 시 징계 기간은 2년에서 1개월까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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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시로서는 말 그대로 한숨밖에 안 나오는 상황이다. 첼시는 지난해 1월 무드리크를 데려오기 위해 이적료로 옵션 포함 1억 유로(약 1512억 원)를 투자했다. 무드리크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고, 아스날과 영입 경쟁을 이겨내기 위해 거액을 투자한 것.
처음엔 기대감이 컸다. 무드리크는 샤흐타르 도네츠크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많은 관심을 받았기 때문. 그는 빠른 발과 화려한 드리블로 우크라이나 프리미어리그를 평정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에서도 득점포를 가동하곤 했다.
하지만 첼시 유니폼을 입은 무드리크는 달랐다. 그는 부정확한 마무리와 아쉬운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실망만 안겼다. 첫 시즌 후반기 성적은 15경기 2도움에 불과했다. 당시 첼시 임시 감독을 맡았던 프랭크 램파드 감독이 '무드리크는 축구를 모른다'라고 비판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여전히 부활하지 못한 무드리크다. 새로 부임한 엔조 마레스카 감독도 무드리크에게 발전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그는 무드리크가 전술적 지시를 이해하는 속도가 느리다고 지적했다. 무드리크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단 1경기 선발 출전하며 총 145분밖에 뛰지 못한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올 시즌 그의 리그 성적은 7경기 0골 0도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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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도핑 스캔들까지 터진 상황. 무드리크가 거짓말 탐지기를 통과한 건 불행 중 다행이지만, 단순히 '몰랐다'라는 변명만으로는 부족하다. '디 애슬레틱'은 "반도핑 위반 사항은 엄격한 책임 원칙에 따라 처분받는다. 선수에게 금지 약물이 검출되면 바로 위반 행위로 간주된다. 의도하지 않았다거나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은 효력 있는 방어 근거가 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무드리크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지만, 받아들여질지 미지수인 이유다. 그는 개인 소셜 미디어를 통해 "내가 FA에 제공한 샘플에서 금지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 난 의도적으로 금지 약물을 사용하거나 규정을 어긴 적이 없기 때문에 큰 충격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조사하고자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무드리크는 "난 내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는 걸 확신하고 있다. 곧 경기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지금은 절차상 비밀 유지 때문에 더 이상 말씀드릴 수 없다. 하지만 최대한 빠르게 다시 말씀드리겠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수로라도 금지 약물을 복용했다면 징계를 피할 수 없다.
디 애슬레틱도 "무드리크는 멜도니움 양성 반응이 나왔다"라며 "무드리크가 첼시에 영입됐을 때 클럽의 모든 이들은 그걸 큰 승리로 여겼다. 하지만 그를 샤흐타르 도네츠크에서 데려온 지 2주년을 앞두고 분위기는 훨씬 더 우울해졌다"라고 전했다.
이미 비슷한 사례도 있다. 포그바 역시 지난해 지난해 9월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 약물인 디하이드로 에피안드로스테론(DHEA)'이 발견됐다. 그는 의사인 친구 중 한 명에게 식품 보충제를 처방받았을 뿐이라며 고의성이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로부터 4년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래도 무드리크가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건 포그바가 항소 끝에 징계 기간을 단축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이다. CAS는 포그바가 주장한 비고의성과 DHEA는 주로 여성에게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인정했고, 징계 기간을 1년 6개월로 줄여줬다.
다만 마냥 해피엔딩은 아니다. 포그바는 강제 은퇴 위기는 가까스로 피했지만, 2025년 3월이 돼야 다시 축구선수로 뛸 수 있다. 현재 그는 지난달 소속팀 유벤투스와 계약을 상호 해지했고, 친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훈련장에서 홀로 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첼시도 무드리크가 중징계를 받을 시 상호 해지를 선택할 순 있다. 문제는 무드리크와 계약 기간이 6년은 더 남았다는 것. 첼시는 무드리크와 최대 8년 반짜리 계약을 맺었다. 그를 내보내려면 앞으로 6년에서 7년 정도를 기다리거나 위약금을 지불하고 계약을 해지해야 한다. 무드리크의 주급은 97000파운드(약 1억 7600만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inekosh@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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