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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꿈 앞 좌절하는 배우들 보며 씁쓸" 스타 매니저의 새로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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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인터뷰] 이영애·박신혜 매니저 출신 김혁경 대표

배우와 제작사 연결해주는 플랫폼 스탈렛 스튜디오 개발

뉴스1

김혁경 대표 / 스탈렛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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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정말 운이 좋게 참 좋은 스타들과 일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재능 많고 잠재력 있는 친구들이 제대로 된 방법을 몰라서 좌절하는 모습을 보면서 너무 안타까웠죠. 내가 가진 노하우를 이들과 나눌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했어요."

(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김혁경 대표의 프로필은 남다르다. 청년 시절 대학가요제 출신인 그는 가수 활동에 이어 이승환의 제안으로 매니저 일을 시작했다. 과거 배우 박신혜, 채림, 김정화 등이 속해 있던 회사 매니저는 물론, 적지 않은 기간 이영애, 김선아, 양세종 등이 몸담았던 굳피플 엔터테인먼트 대표도 맡아 K컬처의 부흥기를 함께 했다.

성장 가능성과 재능을 알아보는 안목, 그에 맞은 자리를 매치해 스타를 양성하는 것은 그에게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보람을 안겼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마음 한편에는 폐쇄적인 산업구조와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해 좌절하는 이들이 눈에 밟혔다.

한국문화의 양적, 질적 성장과 산업의 발전 속도와 맞지 않는 '내부'에 변화를 주고 싶었다. 종이 프로필을 들고 제작사를 전전하는 배우 지망생들에게 보다 더 정확한 자리를, 쏟아지는 프로필 속에서 원석 발굴하는 데 시간을 써야 하는 크리에이터들에게는 효율적인 캐스팅을 제공하기로 한 것. 그렇게 배우 지망생과 제작사를 연결하는 플랫폼 스탈렛 스튜디오를 만들었다.

스탈렛 스튜디오는 오픈 1년도 되지 않아 만여 명의 배우 지망생과 제작사 관계자들이 가입했다. 배우들의 장점과 경력을 데이터화해서 작품의 배역과 맞춰 오디션 매칭률은 더욱 높아진다. 배우도, 제작사도 오디션을 위해 들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이러한 변화가 콘텐츠 시장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믿는다. 김혁경 대표 및 스탈렛을 함께 한 개발자 김민석 엔지니어를 만났다.

-어떻게 이 플랫폼을 만들 생각을 했나.

▶(김혁경) 저는 연예계에서 일생을 보냈다. 가수, 작곡가, 매니지먼트, 공연기획도 하고 음반과 영화도 제작해 봤다. 이 시스템에는 '매점매석'이 바탕이 된다. 제 회사에 있는 배우와 일을 하고 싶으면 매니저인 저를 통해야만 하는 것이다. 저는 스타 배우들을 만나서 잘 먹고 잘살았다. 그런데 저를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다. 어떤 배우를 만나서 같이 일하기 위해 꼭 (매니저인) 저를 만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거다. 제가 가진 노하우,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제가 그 모든 이들을 관리할 수는 없지 않나. 그럼, 이 노하우를 어떻게 공유할까, 거기서 출발했다.

-오랜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이 많았던 것 같다.

▶(김혁경) 저는 배우, 가수가 정말 젊은 날에 도전해 볼 만한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 업계는 간단하다. 무대에 오르고 싶은 이들이 있고, 제작자는 재능있고 멋진 친구들을 무대에 올리고 싶어 한다. 그런데 이들 사이에는 정보가 없다. 매일 오디션 정보 사이트를 뒤져보고 프로필을 돌린다. 그러다가 며칠 못 들어가면 자신에게 꼭 맞는 자리를 놓치기도 한다. 잠재력이 있는 친구들이 시간을 헛되게 쓰거나 가지도 않아도 되는 길을 돌아가는 일이 허다하다. 업계의 정보를 얻기 힘든 분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온라인 매니지먼트를 해주는 거다. 배우들의 정보를 분석하고 자료화해서 맞는 자리에 매치를 해주는 것이다.

-매니지먼트의 핵심은 무엇인가.

▶(김혁경) 매니저는 배우들의 활동만 서포트하는 게 전부가 아니다. 컨설팅이다. 이 배우가 어떤 장점이 있고, 어떤 단점이 있는지 파악한다. 장점을 어떻게 부각해서 대중에게 주목받을 것인지, 이 단점은 어떻게 포장했을 때 반전 매력이 될지 봐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짜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주인공이 될 수는 없는 거다. 어떤 길로 가서 어떻게 작품을 만나서 성장한 뒤,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를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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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혁경 대표 / 스탈렛 스튜디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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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재능이 있는 배우들이 사기를 당하거나 잘못된 계약으로 발이 묶이거나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혁경) 정말 안타깝다. 그런데 (외부인인) 내가 어떻게 해줄 수가 없는 거다. 저 역시도 '저 친구가 이런 방식으로 풀렸으면 자리를 잘 잡았을텐데 아쉽다'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그런 일을 어릴 때 겪으면 마인드 자체가 바뀐다. 사람들을 대할 때도 방어적으로 대하게 되고 상처가 오래 남더라. 안타까웠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김혁경) 가까운 제작자들을 만나면 이들도 힘든 부분이 있다. 만약 20대 연령대의 여성 간호사 역할을 뽑아야 하는데 아예 관련이 없는 프로필, 예를 들면 50대 남자 배우가 오디션에 오는 거다. 제작사는 20대 여배우들로 추리는 과정, 이들에게 오디션 연락을 하고, 그중에서 시간과 장소를 조율하는 모든 과정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이 너무 많다. 그래서 이 플랫폼에서 배역에게 맞는 배우들을 추리고, 오디션 조율을 하는 과정까지 맡길 수 있으니 효율적이다. 지금까지 두 제작사와 함께 일했다.

-앞으로의 계획은.

▶(김혁경) 회원이 만 명이 넘었다. 내년이면 3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 AI 기술을 접목해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보다 효율적인 매칭을 하려고 한다. 이 플랫폼을 만들어보니, 오디션에 제출할 영상이나 프로필 사진도 제대로 만들 줄 모르는 분들도 많더라. 더 좋은 퀄리티로 만들면 좋을 것 같아서, 유튜브 채널을 열고 배우들과 제작자를 연결하는 공간을 만들려고 한다.

▶(김민석) 인공지능이라는 건 결국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 배우 각각이 가진 능력과 경험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다. 그것은 (외적인) 이미지가 될 수도 있고 목소리 톤도 있다. 그걸 자료화하는 것이다.

-이 사업이 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나.

▶(김혁경) 저는 참 행복하게 일했다. 운이 좋게 훌륭하고 재능있는 분들과 일했다. 과거를 떠올려보면 지금의 K 콘텐츠는 정말 기적처럼 발전하고 성장한 거다. 당시에는 한국문화보다 일본, 홍콩의 엔터테인먼트가 최고였으니까. 그래서 젊은 시절에는 우리나라도 좋은 엔터테인먼트 시스템을 갖추는 걸 바랐다. 이 사업이 업계 인프라의 수준을 조금이라도 올리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정보의 불투명성 때문에 생기는 문제를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젊은 프로듀서들의 반응이 좋다.

ich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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