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일런트 스카이’ 주인공 레빗役
성차별 시대 女 천문학자 삶 그려
“과학이 주는 위로서 울림 느껴”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연인’ 등으로 친숙한 배우 안은진(33)은 2017년 ‘유도 소년’ 이후 7년 만에 다시 연극 무대에 서게 된 걸 반겼다. 그는 지난달 29일 서울 명동예술극장에서 개막한 국립극단 연극 ‘사일런트 스카이’에서 주인공 헨리에타 레빗 역을 맡아 열연 중이다.
안은진은 7년 만의 연극 복귀작인 ‘사일런트 스카이’에서 위대한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 역을 맡아 열연한다. 국립극단 제공 |
미국 극작가 로렌 군더슨의 작품을 김민정 연출이 윤색한 ‘사일런트 스카이’는 성차별 시대를 살았던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1868∼1921)의 삶과 위대한 업적에 관한 이야기다. 여성에겐 투표권도 없고 남성 연구자만 망원경을 사용할 수 있었던 1900년대 초, 하버드대 천문대에서 일하는 여성 천문학자들은 촬영된 관측 자료를 분석하는 이른바 ‘인간 컴퓨터(계산원)’로 일해야 했다. 레빗은 굴하지 않고 연구에 매진했다. 그 결과, 변광성의 성질을 이용해 먼 은하의 거리를 측정할 수 있는 ‘표준광원법’ 개발에 이바지하고, ‘세페이드 변광성’의 광도와 주기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레빗 법칙’을 발견했다. 이를 토대로 에드윈 허블(1889∼1953)이 1929년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허블의 법칙’을 입증한다. 우주 팽창 발견에 중요한 초석을 다진 레빗은 사후에야 그 업적을 제대로 인정받는다.
안은진은 지난 9일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랜만에 무대에 선다고 생각하니 너무 떨리고 연습부터 어떻게 해야 하나 했지만 김민정 연출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며 “무대 연기의 말과 신체 감각부터 찾으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슬기로운 의사생활’에 함께 출연한 배우 전미도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단다. 김민정 연출과는 둘의 데뷔작인 뮤지컬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2012년)에서 만나 인연을 맺었다. 잘 모르는 과학 분야인 점을 감안해 하늘과 별, 우주의 이야기와 가까워지는 공부부터 시작했다고 한 안은진은 “어떤 공감과 따뜻한 말 한마디보다 과학적 사실에 근거해서 하는 위로가 더 큰 울림이 있구나를 느꼈다”며 “(‘사일런트 스카이’는) 남녀노소 모두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했다.
이 작품에선 여성들의 연대도 빛난다. 레빗 동료인 여성 천문학자로 ‘하버드 항성 분류법’을 완성한 애니 캐넌(조승연)과 최초로 백색왜성을 발견한 윌러미나 플레밍(박지아), 레빗 동생 마거릿(홍서영)까지. 이들은 차별의 벽이 공고한 상황에서도 어려움을 헤쳐가며 서로 버팀목이 되어 준다. 레빗은 마거릿의 피아노 연주를 듣다가 별의 밝기와 음계 간 유사성을 파악해 ‘레빗 법칙’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문학자들이 등장하는 연극인 만큼 무대에선 별이 쏟아진다. 김 연출은 “천문학이 감각적인 장르이기에 시각뿐 아니라 청각, 촉각적으로도 관객들의 감각을 건드려서 ‘우와’ 소리가 나오는 지점까지 다다르는 것이 목표였다”며 “무대, 조명, 영상, 음악적 설계를 결합해 경이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공연은 28일까지.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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