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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아침이슬→위플래시' 탄핵 플레이리스트 역사 보니…역시 풍자의 민족[TEN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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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아시아=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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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양희은, 그룹 에스파/사진=텐아시아 사진DB, 에스엠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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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양희은의 '아침이슬'을 부르며 전진하는 시위 방식은 이제 옛말이다. 오늘날 국민은 그룹 에스파의 'Whiplash'(위플래시), 가수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등을 개사해 부르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고 있다. '해학과 풍자의 민족'다운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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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위 현장에는 갖가지 K팝이 흘러나오고 있다. '탄핵 플레이리스트'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집회에 참여하는 중장년층이 K팝 노래 가사를 적극적으로 숙지하려는 모습까지 보인다.

민주화의 역사에서 국민이 콘서트 현장을 방불케 하는 흥과 함께 분노를 표출하는 일은 비교적 최근에 생겨난 현상이다.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민중가요' 범주 안에 있는 음악을 비장하게 부르며 정치적 의사를 드러냈다. 국내 민중가요는 70~80년대 지어진 포크 음악이 주를 이룬다. 가장 유명한 민중가요로는 '임을 위한 행진곡', 가수 양희은의 '아침이슬', '상록수', 가수 안치환과 김광석이 불렀던 '광야에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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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국경제신문 임형택 기자 taek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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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가요는 사회 운동에 쓰인 모든 가요를 통칭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가 보인 사회·문화적 현상이다. 하지만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부터 점차 대중음악이 집회 음악으로 떠오르면서 한국인만의 흥겨움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2016년, 처음으로 K팝 음악이 시위 현장에 울려 퍼졌다. 가장 널리 쓰인 곡은 그룹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였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K팝 아이돌 음악보다는 기성 가수의 발라드 음원이나 밴드 음악이 주로 쓰였다. 기성 가수들과 인디 밴드들의 공연 무대가 현장에 꾸려진 것. 그렇게 집회 중 축제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K팝 음원 비중이 높지는 않았다.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부결되며 가라앉은 분위기를 띄우고자 스피커로 음악을 재생하면서 집회 현장 속 K팝 떼창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 배경으로는 이삼십대 여성들의 높은 집회 참여도가 꼽히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가 K팝 아티스트의 팬인 만큼, 시위에서도 희망찬 메시지가 담긴 K팝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2024 탄핵 플레이리스트'에는 에스파의 'Whiplash', 지드래곤 '삐딱하게', 그룹 세븐틴 유닛 부석순의 '파이팅해야지', 그룹 (여자)아이들의 '클락션', 그룹 데이식스의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등이 있다. 대중은 가사에 '탄핵' '내란수괴' 등의 내용을 넣어 부르면서 흥겹게 시위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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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 사진 제공=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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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이뤄진 '삐딱하게', '다시 만난 세계' 떼창 영상이 세계적으로 바이럴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 영상을 본 해외 대중은 "영국에서는 싸우기 바쁜데 한국은 시위도 콘서트처럼 한다", "저 많은 사람이 모였는데 안전해 보인다. 대단한 일"이라며 국내 시위 문화를 극찬했다. 국내 대중은 "역시 해학과 풍자의 민족"이라고 반응했다.

이에 대해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집회 현장에서 K팝의 등장은 민중가요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이라고 평했다. 그는 "지금까지 국내 민중가요는 명맥만 이어오고 있었다. 우리의 음악이 아니었다. 미국 포크 음악에 영향을 받은 이들이 국내에 이를 들여오고 외국곡을 번안하면서 생겨난 게 국내 민중가요였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반면, K팝은 젊은이들의 일상을 담은 진정한 민중가요다. 젊은이들이 일상이 파괴될 상황을 직접 목도했다. 시위를 통해 일상을 존중받고자 하는데, 이들의 일상과 K팝은 분리할 수 없다. 마침 K팝 가사 중에는 아이돌들이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고 치유를 그리는 내용이 많다. 상황이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는 거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성수 평론가는 "MZ세대들은 그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것이 곧 민주주의라는 걸 집회 공간에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성수 평론가는 "나와 함께 숨 쉬며 나를 치유해준 콘텐츠가 곧 민중가요다. 원래 의미를 찾아 나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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