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손흥민을 왜 뺐을까.
손흥민이 올 시즌 처음으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에서 교체 출전한 가운데 그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는 다시 한 번 충격패를 당했다.
원정이라고는 하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상대로 여겨진 본머스를 상대로 무기력한 경기를 펼친 끝에 패했다.
호주 출신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이끄는 토트넘은 6일(한국시간) 영국 본머스의 바이털리티 스타디움에서 본머스와 2024-2025 프리미어리그 1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전반 17분 내준 선제골을 만회하지 못하고 0-1로 패했다.
토트넘은 지난달 A매치 브레이크 뒤 프리미어리그 5연패에 도전하는 맨체스터 시티(맨시티)를 적지에서 4-0으로 대파하며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특히 미키 판 더 펜과 크리스티안 로메로 등 두 센터백이 부상 결장한 상태에서 일궈낸 승리여서 더욱 기쁜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강팀과 잘 싸우고 약팀에 졸전을 펼치는 토트넘의 트렌드가 이번 본머스전에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직전 풀럼과의 홈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기록하더니 프리미어리그 2경기 연속 승리 사냥에 실패했다. 토트넘은 승점 20(6승 2무 6패)에 머무르면서 20개 팀 중 순위가 10위로 주저앉았다.
토트넘은 충분히 3~4위까지 치고 나설 수 있는 순간에 충격패에 빠져 미끄러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에도 다르지 않았다.
토트넘은 주중 AS로마(이탈리아)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UEL) 경기 2-2 무승부를 포함하면 최근 공식전 3경기 연속 무승(2무 1패) 신세다.
반면 2연승을 챙긴 본머스는 승점 21(6승 3무 5패)이 되면서 오히려 9위로 올라서 토트넘을 제쳤다. 본머스는 지난 시즌 강등권을 오갔으나 이번 시즌엔 주포 도미니크 솔란케를 토트넘에 1050억원 받고 팔았음에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손흥민은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해 토트넘이 0-1로 끌려가던 후반 12분 미드필더 파페 사르와 교체 투입됐으나 팀 패배를 지켜봐야 했다.
손흥민은 이번 시즌 교체로 출전한 경기는 지난 9월 코번트리 시티(2부)와의 리그컵 한 번 뿐이었다.
이번 시즌 허벅지 뒤 근육(햄스트링) 부상으로 결장한 경기는 있었지만 프리미어리그에선 교체 투입이 처음이었고, 포스테코글루 감독이 12월에 9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치르면서 손흥민의 효율적인 활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이는데 결과는 대실패였다.
이날 홈 팀 본머스는 4-2-3-1 전형으로 나섰다. 케파 아리사발라가 골문을 지킨 가운데 밀로스 케르케스, 딘 하위선, 애덤 스미스, 일리아 자바르니가 수비를 구축했다. 3선은 라이언 크리스티, 타일러 애덤스로 구성됐으며 2선은 마르쿠스 타버니어, 안토니 세메뇨, 저스틴 클라위베르트로 이뤄졌다. 최전방에 이바니우송이 홀로 포진했다.
원정팀 토트넘은 4-3-3 전형으로 맞섰다. 프레이저 포스터가 골키퍼 장갑을 꼈다. 데스티니 우도기, 라두 드라구신, 벤 데이비스, 아치 그레이가 수비를 구성했다. 중원은 파페 사르, 제임스 매디슨, 이브 비수마 등 3명이 맡았다. 스리톱은 데얀 쿨루세브스키와 브레넌 존슨, 도미니크 솔란케로 포진됐고 손흥민은 벤치에서 경기를 출발했다.
포문을 열어젖힌 쪽은 토트넘이었다. 전반 8분 상대 수비 실수로 공을 잡은 솔란케가 골문 앞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이후 이날 경기의 유일한 골을 홈팀이 일찌감치 터트렸다.
전반 17분 코너킥 기회에서 오른쪽에서 태버니어가 올린 공을 공격 가담한 수비수 하위선이 상대 수비 뒤로 돌아가 골문 왼쪽에서 머리로 받아 넣었다.
토트넘은 지난 시즌부터 세트피스 수비에 취약점을 드러내며 실점하는 경우가 많이 나오고 있다. 이번 본머스전에서도 세트피스 때 상대 공격에 수비 전열이 흐트러지면서 실점하고 말았다.
이후 토트넘은 두꺼운 수비벽을 형성하고 저항한 홈팀을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불의의 일격을 당한 토트넘은 만회골이 필요했으나 본머스의 두꺼운 수비를 좀처럼 뚫지 못했다.
오히려 전반 31분 상대 역습 상황에서 이바니우송의 패스를 이어받은 태버니어에게 골을 허용했으나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가슴을 쓸어내렸다.
토트넘은 전반 44분에도 위협적인 순간을 맞았다. 케르케즈의 크로스에 이은 태버니어의 헤딩 슛을 골키퍼 프레이저 포스터가 쳐낸 것이다. 주전 골키퍼였던 굴리에모 비카리오가 맨시티전에서 발목이 부러지는 큰 부상에도 60분간 더 뛰는 등 투혼을 발휘하고 수술을 받자 토트넘은 백업인 포스터를 내세우고 있는데 무난하게 잘 해주고 있다.
토트넘은 후반에도 상대의 선수비 후역습이 갈피를 잡지 못했다. 후반 8분 네덜란드 레전드 공격수 파트리크 클라위베르트의 아들인 저스틴 클라위베르트의 슈팅을 포스터가 선방하면서 추가 실점을 간신히 막을 정도였다.
결국 경기 실마리가 풀리지 않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손흥민 출전을 준비하더니 선방으로 막아내는 등 경기 내용이 나아지지 않자 손흥민의 출전을 준비했다.
손흥민은 후반 12분 사르와 교체된 뒤 그라운드를 밟고 주포지션인 왼쪽 측면 위주로 뛰어다녔다.
손흥민은 들어가자마자 상대 골문을 한 차례 흔들었으나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아쉬움을 삼켰다. 쿨루세브스키의 슈팅이 막힌 뒤 흐른 공을 골문에 차넣었으나 오프사이드가 됐다.
후반 15분엔 골지역 왼쪽에 있던 매디슨에게 패스를 건넸다. 그의 오른발 감아차기 슈팅이 골대를 빗나가 땅을 쳤다.
이런 상황에서 가뜩이나 주전 센터백이 다친 와중에 백업 수비수로 본머스전 센터백을 맡은 데이비스가 다쳐 오른쪽 수비수 페드로 포로를 투입하는 우여곡절도 겪었다.
급기야 후반 25분 상대 전방 압박에 포스터의 패스가 차단당한 뒤 이바니우송에게 골을 내줬으나 전반에 이어 이번에도 오프사이드가 선언돼 한 골 차가 유지됐다.
이후에도 토트넘은 별다른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추가실점하지 않은 게 다행일 정도의 졸전을 펼치며 결국 패하고 말았다.
손흥민은 후반 43분 아크에서 공을 잡아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상대 밀집수비에 걸렸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경기 직후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시작은 잘했지만 정말 실망스러운 골을 내줬습니다. 이 곳은 상대 팀이 자신들의 방식대로 경기할 기회를 얻을 때 힘든 곳이 된다"며 "실망스럽다. 우리가 일관적으로 보여준 모습이다. 그 대가를 항상 치르고 있다. 상대가 주도권을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절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토트넘은 9일 오전 1시30분 첼시와 홈구장 토트넘 홋스퍼 경기장에서 런던 더비를 치른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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