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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5 (목)

NFL 방출 선수서 ‘몸값 340억원 사나이’ 된 한국계 키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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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틀랜타 팰컨스 주전 키커 구영회

미국인의 1년은 NFL(미 프로풋볼)을 즐기는 시간과 다음 시즌을 기다리는 시간으로 나뉜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NFL은 미국에서 독보적 인기를 자랑한다. 지난 2월 NFL 챔피언 결정전 수퍼볼을 지켜본 미국 시청자 수는 1억2370만명에 달했다.

한국에선 풋볼(미식축구)이 비인기 종목 신세지만, 그래도 국내 스포츠 팬들 눈길을 사로잡는 재미 교포 선수가 있다. 애틀랜타 팰컨스 주전 키커 구영회(30)다.

조선일보

2022년 애틀랜타 팰컨스와 5년 2425만달러에 계약한 구영회는 NFL 키커 중 둘째로 높은 연봉 총액을 자랑한다. 그는 올 시즌 팰컨스를 플레이오프에 끌어올리는 것이 목표다.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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팰컨스에서 여섯 번째 시즌을 맞이한 구영회는 NFL을 대표하는 키커다. 연봉이 이를 증명한다. 그는 2022시즌을 앞두고 팰컨스와 2425만달러(약 340억원)에 5년 계약을 맺었다. 실수 몇 번이면 짐을 싸야 해 ‘파리 목숨’이나 다름없는 NFL 키커로 이뤄낸 장기 계약. 연봉 총액으로 따지면 캔자스시티 치프스 해리슨 버트커(2560만달러)에 이어 NFL 32팀 키커 중 두 번째다.

국내에 NFL 경기를 중계하는 쿠팡플레이가 마련한 서면 인터뷰를 통해 구영회는 “한국 등 전 세계적으로 NFL 팬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음을 실감하고 있다”며 “한국을 대표한다는 마음으로 뛰고 있다”고 말했다.

1994년 서울에서 태어난 구영회는 12세 때 간호사인 어머니가 미국에 직장을 구하면서 뉴저지로 건너갔다. 어린 시절 축구를 즐겨 했던 그는 공을 똑바로 멀리 차는 재능이 있었고, 풋볼 키커로 조지아 서던 대학교에 진학해 ‘루 그로자 어워드(대학 최고 키커상)’ 후보에 오를 만큼 기량을 인정받았다.

2017년 LA 차저스에 입단, 꿈의 NFL 무대를 밟았지만 초반 4경기에서 필드골 6개 중 3개를 놓치며 방출당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하위 리그에서 백발백중 킥을 선보이며 2019년 팰컨스 유니폼을 입고 다시 NFL에 입성했다. 이듬해엔 94.9% 성공률로 리그 최다인 37개의 필드골을 성공시키며 프로볼(올스타)에 선정되는 영광을 맛봤다.

구영회는 “킥을 하기 앞서 그동안 훈련한 과정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잡는다”며 “지금까지 쏟은 노력을 믿고 그 과정을 신뢰하는 것이 좋은 킥을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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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회(오른쪽)가 NFL 경기에서 3점짜리 필드골을 차는 모습.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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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영회는 한국 출신이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따로 영어 이름 없이 ‘YOUNGHOE KOO’로 이름을 쓴다. 처음엔 미 중계진들이 발음이 어렵다며 ‘YOUNG-WAY(영웨이)’로 부르자는 가이드 라인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제는 팰컨스 홈구장에서 구영회를 응원하는 “쿠~”라는 구호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다. 그는 “가장 힘이 되는 소리”라며 “관중의 에너지를 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NFL은 지난 시즌 2주 동안 자신의 국적이나 혈통, 출신을 상징하는 국가의 국기를 헬멧에 부착하는 ‘헤리티지 프로그램(Heritage Program)’을 마련했는데 구영회 외에도 애리조나 카디널스 쿼터백 카일러 머리, 볼티모어 레이븐스 세이프티(후방 수비수) 카일 해밀턴 등이 헬멧에 성조기와 함께 태극기를 붙이고 뛰었다.

머리는 외할머니, 해밀턴은 어머니가 한국 출신. 구영회는 “이들과 경기장에서 만나면 꼭 인사를 나누며 서로를 격려한다. K팝이나 한식 등 한국 문화가 미국에서도 큰 인기를 끌면서 자부심을 가지게 된다”며 “서로 다른 배경과 문화를 가진 이들이 승리란 공통의 목표를 향해 함께 노력하는 모습이 특별하다”고 말했다.

구영회는 올 시즌엔 필드골 성공률이 72.4%에 그치는 등 다소 부진하다. 팰컨스는 6승 6패로 NFC(내셔널 콘퍼런스) 남부지구 선두를 달린다. NFL 입성 이후 한 번도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아본 적이 없는 구영회의 발끝에 팰컨스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

구영회는 “매일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주어진 현재에 최선을 다한다면 바라던 플레이오프 진출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키커(Kicker)

볼(미식축구)에선 보통 세 번의 공격 기회에서 10야드를 전진하지 못하고, 킥 지점에서 골포스트까지 50~60야드 이하로 남아 있을 경우 마지막 네 번째 공격 때 키커가 3점짜리 필드골을 시도한다. 접전인 승부가 경기 종료 직전 필드골의 성공에 따라 갈리는 경우가 많아 NFL 구단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수준급 키커를 보유하는 것이 필수다. 키커는 필드골 외에도 터치다운 이후 보너스킥(1점)과 킥오프 등을 담당한다.

[장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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