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회 연속 올스타’ 女농구 김단비… 우리銀, ‘주축’ 빠지고 9명 새로 합류
“팀중심 내가 지친 모습 보이면 안돼”
‘4위’ 예상 깨고 리그 ‘2위’로 이끌어
올스타 투표서 통산 8번째 1위에
우리은행의 베테랑 포워드 김단비는 이번 시즌 여자프로농구에서 평균 출전 시간과 평균 득점 모두 1위를 달리며 BNK와의 선두 경쟁을 이끌고 있다. 사진은 김단비가 정규리그 경기에서 드리블하는 모습. WKBL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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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힘들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팀의 중심인 내가 지친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최고참 김단비(34)는 2일 전화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3일 현재 김단비는 리그 6개 팀 선수를 통틀어 경기당 가장 오랜 시간을 뛰면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 중이다. 이번 시즌 개막 후 팀의 전 경기(10경기)에 출전한 김단비는 평균 출전시간 37분 42초로 이 부문 1위다. 김단비는 이 부문 2위인 KB스타즈 허예은(23·평균 37분 24초)보다 열한 살이 많다. 김단비는 평균 득점에선 23.7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 득점이 20점을 넘는 선수는 김단비가 유일하다.
우리은행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지난 시즌 이후 박혜진(BNK)과 최이샘(신한은행) 등 주축 선수를 비롯해 모두 10명이 이적 등으로 팀을 떠나고 신인 선수를 포함한 9명이 새로 합류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단비가 우리 팀에 온 지 2년 만에 팀을 혼자 이끌다시피 해야 하는 상황이 돼 (단비에게) 미안하다. 하지만 단비를 쉬게 하면 팀 전력이 확 떨어지기 때문에 출전 시간을 줄여주기 어려운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위 감독은 2022년 신한은행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김단비를 영입할 때 “우리 팀에 와서 좋은 선수들과 함께 편하게 뛰라”며 설득했었다.
김단비는 이번 시즌에 어깨가 무거워진 건 맞지만, 팀을 앞장서서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 동기 부여가 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두 시즌 동안 리그 정상급 선수들과 함께 뛰며 2년 연속 챔프전 우승을 하고, 최우수선수(MVP)로도 뽑혀 선수 생활의 목표가 사라진 상황이었다. 이제는 성장 과정에 있는 후배들을 잘 이끌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는 새 목표가 생겼다”고 했다. 김단비는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은 첫 시즌(2022∼2023시즌)에 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면서 프로 1군 정규리그와 챔프전 MVP를 처음 차지했다.
훈련량이 많기로 소문난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에도 강도 높은 훈련으로 조직력을 다지고 있다. 베테랑 김단비도 예외 없이 코트 위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위 감독은 김단비 영입에 공을 들일 당시엔 ‘내가 설마 베테랑인 너한테까지 그렇게 훈련을 시키겠느냐’며 안심을 시켰다고 한다. 김단비는 “감독님께 속았다는 생각이 가끔 든다”며 웃었다. 그러면서도 “(우리은행에 와서) 힘든 훈련을 견뎌냈기 때문에 ‘농구를 잘했던 선수’ 정도에서 선수 생활을 마칠 뻔했던 내가 MVP에 오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이번 시즌 개막을 앞두고 6개 팀 선수 전원을 대상으로 한 ‘우승 후보 설문 조사’에서 4위에 그쳤을 만큼 전망이 밝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1, 2라운드 연속으로 MVP에 선정된 김단비의 활약을 바탕으로 정규리그 2위(7승 3패)에 자리하고 있다. 김단비는 “지쳐서 쓰러지지 않도록 시즌이 끝날 때까지 최대한 잘 버티면서 팀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여자프로농구 최고 인기 스타인 김단비는 3일 발표된 올스타 팬 투표 결과에서 역대 최다인 통산 여덟 번째 1위에 올랐다. 또 2009∼2010시즌부터 계속해서 올스타에 뽑히면서 자신이 보유한 최다 연속 올스타 선정 기록을 16회로 늘렸다.
우리은행은 4일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BNK(8승 2패)와 3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BNK는 지난 시즌까지 우리은행에서 뛴 베테랑 가드 박혜진 등을 영입해 리그 최강의 전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BNK와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1승 1패를 기록했다. 김단비는 “BNK에 뛰어난 선수가 많지만,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자신 있게 부딪쳐 보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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