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선미경 기자] "'이것도 맛이 괜찮네'라고 해주신다면…"
가수 안예은이 새로운 색을 입었다. 강하거나 애달픈, 느린 음악에서 방향을 조금 바꿔 담백한 노래로 돌아왔다. 담백함을 안예은만의 색깔로 해석하면서 개성과 매력을 더했고, 다시 안예은이라는 이름 자체를 장르로 완성했다. 안예은의 대표적인 색깔인 ‘사극풍의 김치찌개’는 아니지만, 담백한 맛 또한 매력적이었다.
안예은은 지난 달 21일 네 번째 EP ‘이야기 보따리’를 발표하고 컴백했다. DSP미디어로 이적한 후에는 처음 발표하는 EP로, 새로운 색깔과 변화를 시도한 안예은의 도전이 인상적이었다. ‘이야기꾼’ 안예은,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려주는 주체를 만날 수 있다.
안예은의 신보 ‘이야기 보따리’의 타이틀곡 ‘잉어왕’은 어떠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아닌, 이야기를 들려주는 캐릭터 자체를 주체로 잡고 만든 곡으로, ‘이디선가 홀연히 나타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이야기꾼’이라는 주제 작업했다. 안예은의 태몽 ‘잉어’를 이야기 주체로 설정한 점이 인상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예은을 대표하는 장르, ‘사극풍 발라드’에서 벗어난 새로운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잉어왕’으로 돌아온 안예은을 만나 ‘이야기 보따리’에 대해 들어봤다.
Q. 오랜만에 EP앨범으로 컴백하는 소감이 어떤가?
일단 계속 싱글로만 인사를 드리다가 6곡짜리 길이가 있는 앨범으로 인사를 드리게 돼서 기쁜 마음이다. 이런 저런 음악적인 시도를 하려고 한 앨범이다. 그것도 재미있게 들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Q. 안예은 최대의 긍정 음악인 것 같은데, 음악적 방향을 바꾼 이유가 있나?
오디션 프로그램을 경험하고 데뷔앨범을 내고 하면서 정신적으로 자아를 찾아가는 시간을 많이 소요했다. 그거에 따른 노력도 많이 했다. 그렇다 보니까 옛날에 냈던 곡들을 보면 가사가 수동적인 느낌이 든다. 3집 정도부터 전 앨범이나 전에 냈던 앨범은 ‘나는 너무 절망적이야’에 멈춰있었다면, 분기점이 된 게 3집이다. ‘절망적이지만 그래도 뭔가를 해보자’로 자아가 변했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들려드렸던 음악의 가사들이 어떤 이야기 하나의 주제를 잡고 그 이야기를 풀어서 음악으로 들려드리는 형식으로 작업했었다. ‘잉어왕’은 아예 이야기를 풀어주는 캐릭터를 주체로 잡고 '내가 이런 이야기를 준비했어’를 주제로 했다. 자아가 조금씩 달라지면서 조금 더 능동적이게 변한 것 같다. 그러면서 이런 곡들이 변하게 된 것 같다. 우중충하고 템포가 느리면서 아련한 느낌의 사극 발라드를 안 하지는 않는다. 이번 기회에 이런 신나는 것도 해보자는 생각도 해봤던 것 같다.
Q. 자아가 달라진 특별한 계기가 있나?
데뷔 초부터 몇 년 간은 굉장히 ‘어떻게 데뷔를 했을까?’ 했다. 음악을 그만두려고 하다가 ‘K팝스타’에 나가서 운이 좋게 얼굴과 이름이 알려져서 데뷔를 한 거다. 그 전까지 내 자신이나 작업물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는 채로 지냈다. 이런 저런 노력을 많이 했고, 지금 건강한 자아로 작업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노력들이 하나 하나의 계기가 되어서 지금 ‘잉어왕’이라는 노래도 만들게 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Q. 지금은 스스로 행복해졌다고 느끼나?
그렇지는 않다. 내가 자신감에 충만하고 ‘나는 짱이야’ 이런 성격이 되진 않는데, 무대에 올라가는 3분, 녹음을 진행하는 2시간 만큼은 작업을 할 때만큼은 ‘내가 최고’가 되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시간만이라도 자신감을 가지고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Q. 안예은표 ‘사극발라드’를 좋아하는 팬들은 아쉬울 수도 있겠다.
이번 앨범에는 사극 발라드가 없다. 그것 또한 변화를 주려고 한 노력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잉어왕’이 발라드는 아니지만 사극풍의 무언가가 첨가된 곡이라고 생각한다. 막상 풀어놓은 이야기 보따리를 보면 사극 발라드는 아니지만 약간 느리고, 슬프고 그런 곡들이 있다. 현대적인 사운드를 사용하려고 많이 노력을 했다.
Q. 가창 스타일의 변화에 대해 말해본다면,
이번 앨범부터 보컬 레슨을 받고 있다. 나는 좋아해주시는 분들은 좋아해주시는데 호불호가 나뉘는 목소리로 인지하고 있다. 작곡 전공이기 때문에 보컬에 대해서 자신감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용감하게 노래를 부른 것 아닌가 생각했다. 이번 해부터 보컬을 배우고, 창법을 갑자기 바꿀 수는 없지만 노력하고 있다. 3번 트랙 ‘그믐달’이란 곡에서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걸 다 바꿔버리자 의도가 아니고, 내가 가지고 있는 특징을 목이 다치지 않게 잘 유도하고 싶다. 얘도 기계 같은 거라서 기름칠도 해주고, 나사도 갈아줘야 한다. 완전히 바꾼다기보다 잘 유지하면서 다른 소리도 쓸 수 있게 폭을 넓혀 놓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마음에서 노래를 배우고 있다.
Q. 바뀐 사운드에 대해 만족하나?
나의 작업물에 대해서 ‘이거 괜찮다’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항상 내가 모자란 부분만 보이고 그런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그것의 일환으로 뭔가를 배우려고 한다. 보컬이나 코드를 화려하게 쓰는 것을 배우거나, 정말 다행히 오랜 친구들 중에 대부분 음악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많이 배우고 있다. 들었을 때 ‘괜찮다’ 정도면 내 기준에서 만족인 것 같아요.
Q. 이번 앨범의 만족도는 높은 편인가?
들어주시는 분들께서 만족을 하시는 게 곧 내 만족감을 형성하는 것에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다. 내 직업 자체가 청자들이 계셔야 음악이 굴러갈 수 있고, 그런 직업이다 보니 다른 분들께서 어떻게 들으시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항상 앨범을 낼 때마다 생각하는 것은 내 작업 의도가 있지만, 정답지는 아니기 때무에 들어주시는 분들마다 '이 곡 들었는데 잉어는 생각이 안 나고 다른 사극이 생각이 났어’, ‘사극 같지 않았어’라던지 자신만의 해석을 해주는 것을 항상 바라고 있다. 보통 음식에 많이 비유하긴 하는데 사극풍의 김치찌개가 아니라 간이 담백한 트랙이 마련돼 있다 보니까 ‘이것도 맛이 괜찮네’라고 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Q. DSP미디어에 와서 오랜만에 EP를 내게 됐는데, 회사 변화 때문인가?
전 회사에서는 환경적인 요인이 컸다. 그래서 정말 많은 곡들이 쌓여있고 그 중에 사랑받게 된 곡들이 많이 쌓였다. 마감기한에 맞춰서 작업하는 게 나름 훈련이 돼서 장점으로 가지고 있다. DSP에 와서는 꼼꼼하게 한 곡을 준비해서 나가거나 싱글로 내다가 EP로 좀 긴 걸로 인사드리네 할 수 있는 것 같다. 둘 다 장점이 있는 것 같다.
Q. 요즘 ‘교복에서 부케까지’가 축가로 많이 불리고 있다.
정말 많이 놀랐다. 발매를 하자고 계획을 주셨는데, 헤어지는 노래를 많이 쓰기 때문에 어떻게 하지 했었다. 마침 정말 운이 좋게 제 친구가 정말 결혼을 했다. 가사를 보면 정말 나와 친구의 이야기다. 어떻게 해서 친구에게 선물로 잘 줄 수 있겠다 해서 냈는데, 지금 갑자기 많이 불리고 있다는 소식을 처음에 엄마가 알려주셨고 친구들이 알려줬다. 나도 기쁘긴 한데, 내 친구가 같이 기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물을 제대로 줬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Q. 더 도전하고 싶은 음악 장르가 있나?
모던록 정도이긴 하다. 옛날부터 생각을 하고 있긴 했는데 힙합 하시는 분들과 뭔가를 하면 재미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중학교 때 다이나믹 듀오가 3집을 냈을 때다. ‘동전한닢’이라는 트랙이 있었고, 거기에 모든 힙합씬에 있는 분들이 30분짜리로 다 피처링을 해서 그 힙합 씨디를 다 사서 지금도 집에 있다. 거기서 출발한 꿈 같다고 생각한다. 힙합하시는 분들과 뭔가를 하면 좋을 것 같다. 그냥 나의 꿈인데, 넉살님과 작업해 보고 싶다.
Q. 데뷔 8주년이 됐다.
돌아봤을 때 한 계단, 한 계단 잘 온 것 같다.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아직고 ‘내가 방송국에 앉아 있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게 오히려 나의 원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다. 데뷔하고 3~4년 동안은 ‘내가 음악으로 돈을 벌고 있네’ 그 자체가 너무 신기하고 감사했다. 지금도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 흔히 말하는 초심을 잃지 않는 원동력이다. /seon@osen.co.kr
[사진]알비더블유, DSP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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