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하 감독’의 포항, 울산 꺾고 코리아컵 제패
金, 연장전 극장골로 1-1 균형 깨
2골 그친 올 부진 씻고 대회 MVP
포항, ‘대회 최다’ 6회 우승 금자탑
박감독, 친정 복귀 첫해 트로피 들어
거기까지였다. 김인성은 러시아에서 리그 1경기와 컵대회 1경기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한 시즌 만에 방출됐다. K리그로 돌아온 김인성은 이팀 저팀 떠돌았다. 2013시즌 성남 일화(현 성남FC) 유니폼을 입었고 이후에도 4팀을 더 오갔다. 김인성은 2019년 울산 현대(현 울산 HD)에서 34경기 9골을 기록한 뒤 기량이 서서히 하락했고, 2부리그에 몸담다 2023시즌 포항 스틸러스 유니폼을 입게 됐다. 포항에서 김인성은 올 시즌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평범한 기록을 남겼다. 이런 김인성이 대한축구협회 코리아컵(옛 FA컵) 결승에서 ‘생에 가장 감격스러운’ 득점포를 가동하며 올 시즌 K리그1 우승팀 울산 HD를 침몰시켰다.
“동해안 맹주는 우리” 박태하 감독(앞줄 가운데)을 비롯한 포항 스틸러스 선수들이 지난달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축구협회 코리안컵 결승에서 울산 HD를 꺾고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고 환호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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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은 지난달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코리아컵 결승에서 김인성 결승골에 힘입어 2024 K리그1 우승팀 울산 HD를 3-1로 물리쳤다. 디펜딩챔피언 포항은 대회 2연패와 함께 1996년, 2008년, 2012년, 2013년, 2023년에 이어 통산 여섯 번째 트로피를 들게 됐다. 이로써 포항은 전북 현대, 수원 삼성(모두 5회)을 제치고 이 대회 최다 우승 구단으로 올라섰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울산이 제압했다. 전반 38분 울산 주민규가 이청용 크로스를 헤더로 연결하며 포항의 골망을 흔들었다. 0-1로 뒤진 채 후반을 맞은 포항은 반격에 성공했다. 후반 24분 정재희가 드리블로 공간을 만들어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왼발 슛을 때렸고, 이 공이 이청용 몸에 맞고 들어가면서 포항은 동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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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두 팀의 승부는 연장에서 갈렸다. 연장 후반 7분 포항 김종우가 울산 왼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김인성이 골문 정문에서 뛰어올라 머리로 방향을 바꿔놨다. 2024시즌 K리그1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울산 키퍼 조현우가 손 쓰지 못할 만큼 깔끔한 골이었다. 2-1로 앞서가기 시작한 포항은 후반 추가시간에 강현제가 추가골을 터트리며 경기에 마침표를 찍었다.
결승골을 넣은 김인성은 대회 MVP에 선정됐다. 김인성은 “경기장을 가득 채운 포항팬 응원을 받으니 벅차오르는 느낌을 받았다”며 “라이벌전이라 더 이기고 싶었는데, 내가 득점하고 포항이 우승컵을 들어 올려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뛰었던 팀을 상대로 득점을 올리면 골 세리머니를 자중하는 편인데 이번 골을 넣고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며 “축구인생에서 가장 감격스러운 골을 어시스트한 김종우를 위해 뭐든지 다 해주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웃었다.
올 시즌 친정 사령탑으로 복귀한 박태하 포항 감독은 코리아컵을 제패했다. 주축 선수는 물론 감독도 바뀐 채 2024시즌을 맞은 포항은 연일 극장골을 터트리며 10라운드까지 7승3무 무패행진을 이어갔고, 코리아컵에서도 우승하는 드라마를 썼다. 박 감독은 “김인성이 중요한 시간에 결정적인 골을 멋지게 넣은 덕분에 마지막 박수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며 “올 시즌 급하게 시작했지만 선수들 땀과 노력에 운도 따랐다”고 돌아봤다.
한편 4선에 도전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축구협회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허정무 전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나란히 이 경기를 지켜봤다. 둘은 악수를 했지만 특별한 대화는 없이 자리를 지켰다. 허 전 감독은 앞서 정 회장이 4선 출마에 도전하자 “독선적이고 무책임하다”며 “축구계에 큰 불행”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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