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 김환 기자) 매일이 시험대다. 시즌 초반부터 방출설과 부상에 시달렸던 손흥민이 이제는 기량 저하 의심까지 받고 있다.
AS로마전 '빅찬스미스'의 여파다. 골문과 멀지 않은 거리에서 쏜 슛이 위로 치솟자 부상 후 손흥민의 기량이 떨어진 게 아니냐는 의심이 증폭됐다. 손흥민은 그동안 의심을 받을 때마다 그랬듯 또다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홋스퍼는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위치한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AS로마와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 5차전 홈 경기에서 2-2 무승부를 거뒀다. 승점 1점 획득에 그친 토트넘은 리그 9위가 됐다.
이날 토트넘은 전반 5분 만에 손흥민의 페널티킥으로 리드를 잡았으나 로마의 수비수 에반 은디카에게 동점골을 실점, 이후 브레넌 존슨의 추가골로 다시 앞서갔지만 경기 종료 직전 독일 출신 베테랑 센터백 마츠 훔멜스에게 극장 동점골을 허용해 2-2로 비겼다.
손흥민을 비롯해 선발 출전했던 핵심 선수들이 후반전 중후반 그라운드를 떠나자 벌어진 참사였다.
안지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유로파리그 리그 페이즈에서 만나는 팀 중 까다로운 편에 속하는 로마를 상대로 손흥민, 데얀 쿨루세브스키, 로드리고 벤탄쿠르, 파페 마타르 사르, 페드로 포로, 브레넌 존슨 등 최근 경기력이 올라온 선수들을 모두 선발 투입했다.
토트넘의 전형은 4-3-3이었다. 프레이저 포스터가 골문을 지켰고 아치 그레이, 벤 데이비스, 라두 드라구신, 페드로 포로가 수비진을 꾸렸다. 로드리고 벤탄쿠르, 파페 마타르 사르, 데얀 쿨루세브스키가 중원을 책임졌다. 손흥민, 도미니크 솔란케, 브레넌 존슨이 공격을 이끌었다.
후반 중후반까지 리드가 이어지자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존슨과 사르를 먼저 교체하더니, 이후 손흥민과 벤탄쿠르까지 빼면서 주전 선수들의 체력 안배에 힘썼다. 대신 제임스 매디슨, 이브 비수마, 루카스 베리발, 그리고 티모 베르너가 투입됐다.
이는 결과적으로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토트넘은 후보 선수들이 투입된 이후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조직력이 무너졌다. 수비진은 아무도 교체되지 않았지만 집중력과 조직력 저하는 결국 경기 막바지 동점골 실점으로 연결됐다.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전반 5분경 사르가 훔멜스에게 파울을 당해 얻어낸 페널티킥 키커로 나서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지난달 19일 애스턴 빌라와의 프리미어리그(PL) 경기 후 40여일 만에 골맛을 봤다.
하지만 전반 35분경 결정적인 찬스를 놓치면서 얼굴을 감싸쥐기도 했다.
토트넘이 동점골을 실점한 이후 존슨의 추가골로 다시 리드를 가져왔던 전반 35분 쿨루세브스키의 슈팅이 골대에 맞고 흐르자 손흥민이 이를 재차 왼발로 밀어 넣으려고 했다. 그러나 손흥민의 슈팅은 골대 위로 크게 벗어나 득점이 되지 않았다.
골문 바로 앞에서 벌어진 일이었기에 모두가 좌절했다. 찬스를 살리지 못한 손흥민은 물론 포스테코글루 감독도 얼굴을 쓸어내리며 허탈해했다.
이 장면 때문에 손흥민의 평점이 낮아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영국 런던을 연고로 하는 팀들을 담당하는 영국의 매체 '풋볼 런던'은 손흥민에게 평점 6점을 주면서 "손흥민은 경기 초반 페널티킥에서 골키퍼를 완전히 속이고 득점했다. 이후 쿨루세브스키의 슈팅이 골대에 맞고 나오자 슛을 때렸는데 크로스바 위로 떴다. 손흥민은 몇 차례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지만 완벽하지 않았다"고 평했다.
또 다른 영국 매체 '기브 미 스포츠' 역시 손흥민에게 평점 6점과 함께 "손흥민은 5분 만에 페널티킥으로 득점을 터트리면서 좋게 출발했지만, 이후 공을 잡을 때마다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고 했다.
과거 이영표와 함께 토트넘에서 활약했던 전직 골키퍼 출신 폴 로빈슨도 "손흥민이 믿을 수 없는 실수를 했다"면서 "손흥민을 골대까지 불과 7야드(6.4m) 떨어진 곳에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공은 위로 높게 떴다. 손흥민이 이 찬스를 어떻게 놓쳤는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전반전에 더 많은 골을 넣었어야 했다"면서도 손흥민을 향한 신뢰를 드러냈다.
그는 "쏘니(손흥민)는 경기에서 골을 넣었지만 이번 시즌 득점이 4골에 불과하다. 그가 지금 골문 앞에서 자신감이 부족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자 고개를 가로저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현재 손흥민에게 자신감이 부족한 모르겠다. 쏘니는 혼란스러운 한 해를 보냈고, 이는 그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서 "손흥민은 오늘 밤 골을 넣을 좋은 기회가 있었고, 득점에 성공했다. 우리는 손흥민이 1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꾸준히 했다는 걸 안다. 지금은 손흥민이 완전히 체력을 되찾고 있다는 걸 볼 수 있는 것이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짚었다.
손흥민이 지난 9월 가라바흐FK(아제르바이잔)와의 유로파리그 첫 번째 경기에서 부상을 당한 뒤 컨디션을 회복하는 과정에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손흥민은 가라바흐전 부상 이후 한동안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고, 국가대표팀 소집에도 빠지면서 회복에 집중했다. 최근에는 경기에 출전하더라도 풀타임을 소화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토트넘이 부상 재발 방지 차원에서 손흥민을 관리하고 있는 것이다.
손흥민은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여 경쟁하는 프리미어리그에서 수 년간 최고 수준의 결정력을 보유한 공격수로 평가받았다. 오른발과 왼발을 가리지 않는 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혼란시키고, 페널티지역 안팎을 가리지 않고 기대득점(xG)이 낮은 상황에서도 날카로운 슈팅으로 골문을 여는 선수가 바로 손흥민이었다.
그런 손흥민도 실수는 하기 마련이다. 당장 17골 10도움을 기록하며 토트넘의 공격을 책임졌던 지난 시즌에도 손흥민은 시즌 막바지 열린 맨체스터 시티와의 경기 당시 일대일 상황에서 마무리를 짓지 못하면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손흥민의 현재 체력 상태는 체력이 바닥나는 시즌 막바지와 크게 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최고 레벨에서 70분 이상, 80분 가까이 경기를 소화하는 것 자체가 힘들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손흥민이 이전과 같은 수준의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하더라도 충분히 이해가 가능하다.
하지만 손흥민은 또다시 비판의 도마에 오르면서 자신을 증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토트넘은 1일 런던 연고지 라이벌팀 중 하나인 풀럼을 홈으로 불러들인다. 풀럼전은 손흥민의 영향력을 다시 한번 입증할 기회다.
사진=연합뉴스
김환 기자 hwankim14@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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