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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집에서] 협회 곳간 헐어 대회 신설한 KPGA 신임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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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회장 선거 당시 공약을 밝히고 있는 김원섭 신임 회장. [사진=KPGA]



[헤럴드경제 스포츠팀=이강래 기자] KPGA투어가 시즌 최종전과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을 끝으로 2024시즌을 마감했다. 이제 신임 집행부에 대한 평가가 내려질 시간이다. 투어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이란 기대 속에 출범한 김원섭 회장 체제는 그러나 협회 곳간을 축내는 등 회장 선거 때 내세운 공약(公約)을 공수표(空手票)로 만들며 첫 해를 마감했다.

회장 선거 당시 내건 공약은 근사했다. 김원섭 풍산그룹 고문은 당시 공약서에서 "향후 4년간 100억원 규모의 풍산그룹 지원 뿐 아니라 국내 주요 기업으로부터 임기 중 추가 60억 규모의 후원 확보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선수 연금제도 강화도 약속했다. 그는 "PGA투어 수준까지는 못 미치더라도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연금 규모에 맞는 연금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회원들은 반색했다. 특히 젊은 회원들은 연금제도 강화에 후한 점수를 줬고 당선에 결정적인 표로 연결됐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되자 말은 바뀌었다. 풍산그룹의 발전기금 100억원중 60억원은 KPGA선수권 개최 비용이었다. 이 돈은 회장 선거와는 무관하게 매년 풍산그룹이 대회 개최를 위해 지출해야 하는 돈이었다. 남은 40억원을 임기 4년으로 나누면 실질적으로 풍산그룹이 협회에 추가로 내놓는 발전기금은 연간 10억원이다. 이를 부풀리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밝혔어야 했다.

전임 구자철 회장 체제에서 열리던 대회중 LX챔피언십 등 7개 대회가 사라졌다. 김 회장은 회장 선거에서 보여줬던 자신감과는 달리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대회 공백을 메웠다. 타이틀 스폰서가 없는 KPGA 파운더스컵과 KPGA 클래식, KPGA 투어챔피언십은 모두 협회 돈으로 올해 신설한 대회다. 또한 2부 투어인 챌린지투어는 상금을 전년 대비 4억 7천만원 증액했으며 챔피언스투어에는 상금 1억 5천만원짜리 대회 5개를 신설했는데 이 역시 모두 협회 돈이 쓰였다.

올해 신설된 렉서스 마스터스는 전임 구자철 회장 때 만들어진 대회다. 지난 해 이미 대회 창설이 결정된 대회다. 또한 갑작스럽게 대회 개최가 결정됐던 동아회원권그룹 오픈 역시 전임 회장 때 맺은 중계권 계약의 옵션에 따라 신설이 강제된 대회로 동아회원권그룹과 중계사인 SBS 등이 대회 비용을 분담했다. 취임 첫 해 김 회장의 노력으로 외부 타이틀 스폰서를 영입해 신설된 대회가 단 한 개도 없다는 게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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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 당선 후 회원들에게 큰 절을 올리고 있는 김원섭 신임 회장. [사진=KPGA]



여기에 협회 곳간을 채운 연간 35억원의 중계권료 역시 전임 구자철 회장이 이끌어낸 방송 중계권 협상의 결과물이다. 또한 KPGA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과 DP월드투어 코리아 챔피언십을 통합한 대가로 받은 30억원(환차익으로 32~33억원)도 KPGA 선수들의 시드를 55명에서 30명으로 줄여서 받은 돈이다. 대회 신설과 상금 증액에 들어간 협회 돈은 김 회장이 무임승차한 공짜 티켓이었다.

연금 제도를 강화하기 위해선 협회의 곳간을 채우는 게 기본이다. 하지만 김 회장은 협회 곳간을 헐어 대회를 만들었으니 그 혜택은 8000여 회원이 아니라 KPGA투어와 챌린지투어, 챔피언스투어에서 활동중인 200~300여명의 투어 프로들에게만 돌아간 셈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런 방만한 운영으로 인해 지난 2020년부터 매년 흑자행진을 하던 한국프로골프투어(KPGT)는 올해 처음 적자로 돌아섰다.

김 회장은 평생 한번도 조직의 장(長)으로 리더십을 발휘해 본 경험이 없는 인물이다. JTBC골프 본부장이나 KBL 총재 특보, 풍산그룹 고문 등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 참모로 일했을 뿐이다. KPGA라는 큰 조직을 이끌기엔 역량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전임 구자철 회장도 흠결이 있었지만 KPGA투어 여기 저기서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런 평가엔 인성 문제도 한 몫 했다. 신한동해오픈 기간중 자신의 의전을 담당할 직원을 배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난리를 쳤으며 KPGA투어 개최를 약속했다가 KLPGA투어 개최로 마음을 바꾼 기업 회장을 찾아가 대거리를 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이런 품위없는 행동은 자신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KPGA 회장으로 발탁한 풍산그룹 류진 회장을 욕보이는 처사다.

김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KPGA투어부터 2부 투어, 챔피언스투어의 상금 경쟁력 확보와 대회 별 다년 계약 체결로 투어의 안정성을 추구하며 회원 교육 시스템 선진화, 합리적인 연금 제도 도입 등 회원 복지 개선을 포함해 회원들의 소중한 자산을 적법하게 운영하고 기금의 건정성을 확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무엇 하나 말한 대로 이뤄진 게 없다. 암울한 것은 내년에도 개선될 희망이 없다는 점이다. KPGA 회원들은 포장지만 화려할 뿐 '속빈 강정'이 가득한 선물 상자를 받은 꼴이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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