딩하오, 삼성화재배 2연패 달성…“신진서 꺾으니 목표 생겼다”
중국 당이페이 9단과 결승3번기 ‘1패 후 2연승’으로 역전 우승
딩하오 9단(가운데)이 삼성화재배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기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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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서 9단과 동갑내기인 2000년생 딩하오(丁浩·24) 9단이 삼성화재배 2년 연속 왕좌에 올랐다. 이번 우승으로 딩하오 9단은 메이저 세계대회 통산 3회 우승자 반열에 올랐다.
경기도 고양시 삼성화재 글로벌 캠퍼스에서 22일 막을 내린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딩하오 9단이 당이페이(黨毅飛·29) 9단에게 248수 만에 백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2-1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8강전이 사실상 결승전이었다고 봐도 무방했다. 안방에서 열린 이번 삼성화재배 대회 기간 내내 부진했던 한국은 급기야 16강전에서 역대급 참패를 당하면서 8강에 신진서 9단 1명만 생존했다. 나머지 7명은 모두 중국 선수로 채워졌다.
8강 대진 추첨 최대 관심사는 신진서 9단의 상대였다. 신 9단은 이 대회 32강에서 왕싱하오 9단, 16강에서 커제 9단을 격파하면서 중국 신·구 최강의 기사를 모두 꺾은 참이었다. 이목이 쏠린 상태에서 신 9단의 상대로 ‘디펜딩 챔피언’ 딩하오 9단이 낙점되자 장내는 탄성이 터져나왔다.
신진서 9단이 대진추첨식에서 소감을 밝히는 모습. 바둑TV 생중계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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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진판을 지켜본 다른 중국 기사들은 ‘대놓고’ 안도한 표정도 엿보였다. 딩하오 9단을 위로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하는 선수도 있었다. 8강전이 펼쳐지기 전까지 총 13차례 격돌한 신진서-딩하오 상대 전적은 신 9단이 9승3패로 압도하고 있었고, 최근 5경기에서 신 9단이 5연승을 기록하고 있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승부는 시종 팽팽했다. 오히려 후반 집중력에서 앞선 딩하오 9단이 신 9단의 빈틈을 찌르며 단번에 승기를 가져갔다. 신 9단 입장에서도, 한국 바둑으로서도 ‘중과부적’ 상태였다지만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 승부였다.
준결승전에서 중국 신예 기사 진위청을 가볍게 돌려세운 딩하오는 결승 1국을 역전패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2국에서 맹렬한 기세로 곧장 반격에 성공하면서 특유의 ‘담력’을 과시했다. 딩하오는 이전까지 세계대회 결승에 두 번 올라 모두 우승에 성공했고, 이번까지 3차례 연속 결승 진출-우승 공식을 이어가고 있다. 천하의 이세돌 9단도 첫 세계대회 결승(對 이창호 9단)에서 패배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엄청난 강심장이라고 할만하다.
딩하오 9단(왼쪽)이 당이페이 9단을 2-1로 꺾고 2024 삼성화재배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해에 이은 2년 연속 우승이고, 개인 통산 세 번째 메이저 세계대회 제패로 기록됐다. 한국기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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딩하오 9단은 결승 3국에서도 초반 포석부터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중반 한때 형세가 맞춰지는 듯했으나 당이페이 9단이 귀중한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이때를 틈타 딩하오 9단이 판을 깔끔하게 정리하며 승세를 확립했다.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딩하오 9단은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결과에 대해 큰 기대를 품지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나왔는데 신진서 선수를 이기고 나니 갑자기 목표가 생겼다. 최강자를 이겨 우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고 복기했다.
이어 “우승해서 기쁜 마음도 있지만 사실 마지막에 실수할까 봐 걱정을 많이 했다. 대회 2연패는 매우 어려운 일인데 기적이 일어난 것 같고, 이런 무대를 만들어주신 삼성화재에 감사드린다. 삼성화재배는 나와 인연이 있는 대회인 것 같다”는 소감을 전했다.
결승전을 생중계한 한국 해설진은 딩하오 9단의 담력과 빈틈 없는 후반 마무리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태곤 바둑TV 해설위원은 “결승 3국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상황이면 착수하는 손이 떨리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중계를 하다보면 ‘이런 선수들도 긴장을 하는구나’ 싶을 때가 있는데, 딩하오 9단은 우승이 확정적인 순간과 초반 대국 모습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특히 3국 후반 마무리는 사실상 인공지능에 필적하는 완벽한 내용이기도 했다.
딩하오 9단은 이번 우승으로 삼성화재배 2연패를 달성한 역대 5번째 기사로 기록됐다. 앞서 열린 스물여덟 번의 대회 동안 이창호 9단(2~4회)이 유일하게 대회 3연패를 기록했고, 조훈현 9단(6~7회)과 이세돌 9단(12~13회), 커제 9단(20~21회)이 각각 2연속 우승을 거뒀다.
2024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우승 상금은 3억원, 준우승 상금은 1억원이다. 제한시간은 각자 2시간에 1분 초읽기 5회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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